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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미소
줄리앙 아란다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2월
평점 :
한 인간의 삶을 다큐처럼 펼쳐보이며 깊은 철학적. 문학적 탐구를 보여주는 프랑스 소설.
이 책 초반은 무척 지루하고 몰입이 어려운 책이었지만 대개의 깊이 있는 문학작품들이
그렇듯이 중반을 넘기면서 서서히 몰입하다 후반에 이를수록 놀라고 감탄하데 되는..
프랑스 신예소설가의 작품이라고 느껴지지않는 뛰어난 소설이고 문학작품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젊은 프랑스 신예작가가 쓴 이 소설이 자전적인 소설은 아닐텐데
어떻게 이처럼 자전적이면서 성찰과 사색이 함께 하는 다큐멘터리같을 수 있는지 의문였다.
마지막 종장에 이 의문은 깨끗이 해결되긴 했지만...
한마디로 이 책은 한 인간의 불가항력의 생로병사와 인생역정을 끈기있게 잘 그려낸 작품이다.
초반의 지루함만 잘 이겨내면 삶을 성찰하는 깊은 맛과 문학적 표현. 수사를 오랫만에 제대로
맛볼 수 있게 하는 뛰어난 문학작품중 하나다.
"반경 10키로 밖을 나갈 일이 거의 없던 시절의 시골에서는 지식과 지식을 보급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했다. 그 당시에는 자기 가족을 먹여살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
"인간 존재의 진정한 부는 오직 그의 마음속에만 존재한다.
그 부유함은 만질 수도 없고 형체도 없지만 확실히 존재한다."
"나는 도대체 언제쯤 내 운명의 주인공이 되어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
"별은 과학자들이 설명하는 것과는 달리 태양이 폭발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별은 저 높은 곳에서 만개하는 지나간 사랑의 화석이다.
별은 우리의 믿음이 부족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한가지며,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사랑뿐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영원히 반짝이며
끊임없이 빛나고 있다."
"삶은 이렇게 우연과 선택, 방향전환으로 이루어지는 법이다."
"길을 잃어야만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소설의 맥락속에서 이따금 마주치는 이런 문구들은 흔한 자기개발서나 웬만한 철학서적에서
찾을 수 없는 깊이 있는 삶의 통찰을 보여준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난 소설을 으뜸으로 친다.
"감사라는 감정은 어린 시절에 생긴 아물지 않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마음에 품고 있던
감미로운 감각이다."
"죽음을 향한 질주,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모든 사람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잊으려
애쓰는 이 미스터리한 카운트.."
"우리 모두는 누구나 언젠가는 어른이 되고 만다. 각자의 리듬에 맟추어.."
"자연은 변덕스럽다. 인간에게 차곡차곡 품어온 앙심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때때로 서로 힘을
합쳐 인간이 사실은 세입자에 불과하다는, 철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사람들이 여가시간을 이용해서 연극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고 나면 그 다음엔 삶의 온갖
비열함이 시니컬한 표정으로 난롯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날 밤 나는 그들의 눈 속에서 여전히 광채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삶은 양극화되어 있으며 그 양극화의 흔적을 담게 되어 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 했던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 나도 상대의 눈을 보는 습관이 절로 생겼다.
총기든 생기든 눈에서 먼가 살아있는 듯한 맑음이 있는 사람이 웬지 편안하고 좋다.
"나는 삶에서 새로운 균형을 발견했다." 이 문구는 유달리 내 마음과 뇌리를 쉽게 떠나지 않았다.
언제가 어느 영화의 대사. "나는 그대로 가정을 지킨 넘이야."라는 말처럼 ..여운이 남았다.
대개 흔히 인생이 머 있냐며 사람의 인생이 거기서 거기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누군가는 주어진 삶을 운명과 팔자라 수용하고 받아들이며 묵묵히 살아내고
누군가는 자유를 꿈꾸며 삶에 저항하고 반항하며 다른 삶의 방향을 전환하려 애쓰기도 한다.
꿈이 없거나 꿈조차 꾸기를 잃은 전자는 생명력을 잃고 메말라 가겠지만...
어쨌든 삶의 균형이라는 문제는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더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삶에 대한 꿈과 휴머니즘. 낙관주의를 잃지 않고 잘 살아낸다.
무명 신예의 작품을. "독자가 먼저 발견하고 아마존이 선택한 작가!" 라는 책 표지의 광고문구와
"삶의 모험이란 끝이 없다. 새로 뜨고 다시 차오르길 반복하는 저 달의 문구처럼..!" 이란
편집자들이 선별해서 고른 책 소개글이 참 잘골랐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책이다.
출판 편집자들은 저런 문구를 골라 내기까지 이 책을 몇번이나 읽어봤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제 고교를 졸업하는 아들넘에게 일독을 권해보고 싶지만 그가 완독해낼지
이 소설이 지닌 깊은 맛을 제대로 감당해낼지 의심스럽긴 하다.
한마디로 한 인간의 감동적인 삶의 여정과 문학적 향취를 느끼게 하는 강추할 만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