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2 사이비 2
간호윤 지음 / 경진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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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국어선생을 거쳐 대학에서 고문을 가르치는 대학교수가 쓴 일종의 산문집


"우리 사회의 양심을 묻다."라는 부제와 "우리 사회에서 사이비를 제외하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라는 질문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다"라는 모토를 표지에 내세웠지만

시대감각에 어울리지 않는 대개의 고문은 진부했고 공감을 하기 쉽지 않았는데..


이 책의 표제 상단에 또다른 징표처럼 빨간색으로 찍힌 네 글자 휴헌섭필.


휴헌은 저자의 호이며 섭필은 옛선비들의 잡문을 뜻하니 그런 면에서

이 책에 실린 글들 모두는 부제와 모토까지 포함해 두루 어울리고 맞지 싶다.


그럼에도 이 책 중반까지 재미도 몰입도 못하다가 ..


지하철에서 어떤 젊은 여성이 거침없이 오랜 시간 화장을 하는 것에 기분이 상했는데

그것을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학생들의 반응이

자신을 꼰대로 보는 느낌였다는 것과 심지어 어떤 여학생은 강의가 끝난 후 저자에게

"교수님 실망했어여"라는 말까지 했다는 글을 보고는 한참을 실실거리며 웃었다.


나도 가끔 지하철에서 젊은 여성들이 남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뻔뻔하리만치 화장하고

변신하는 모습을 볼 때면 때론 신기하고 때론 꼴보기 싫었던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하나의 책이 온전한 내 것이 되려면 재미와 몰입이 필수인데 이때부터

이 책에 감정이입되면서 근래 보기드문 색다른 재미와 공감. 감정이입을 맛보았다.


나보다 큰 형뻘인 저자는 한평생 국문학 외길을 걸은 학자인데

이 책 전반의 글 속에서 은연중 느껴지는 감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저자는 국문과 고문쪽에서 비주류이자 아웃사이더인듯 하며

삼십년 넘게 외길로 걸어온 경력일텐데도 아직도 여전히 그 나름의

탄식. 자책. 회의. 번민. 투정. 불만. 갈등. 그리고 지적 허영까지 보일 때가 있었다.


난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면 흐믓한 기쁨과 동시에 부질없는 헛수고. 허영였다는

양가감정을 느끼는 요즘였으며 독서는 때로 쓸데없는 관념의 늪에 빠져 현실감각을 

갉아먹는 단점도 있는 게 아닐까 우려하고 회의하던 참였는데..


오랜 시간 학계에 있으며 많은 시간 공부하고 글을 쓰고 자신을 성찰을 했을 저자가 

갈대처럼 세파에 휘둘려온 한참 어린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묘하게도

내게 위안과 힐링이 되고 안도감마저 느끼게 했다.


책을 읽으며 감동을 받거나 빡침을 받은 적은 있어도 감사함을 느낀 적은 처음였다.

잡문으로 의역해도 무방할 섭필집에서 감사함을 느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옛 것을 본받되 변화를 알아야 하며 새 것을 만들되 옛 것에 능해야 한다." 연암 박지원

저자의 글은 연암의 글 쪽을 치중했고 지향했겠지만


"배움에 대한 애정과 세상을 등진 외딴 곳. 책이 주는 그 모든 달콤한 평온." - 롱펠로우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ㅋ  이 책을 읽으며 내 시선과 느낌은 온전히 이쪽에 쏠렸다.


앞으로 오랫동안 편안한 맘으로 즐겁고 가볍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준 감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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