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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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백온유 작가의 <유원> 이라는 책이다.

18일에 서점을 통해 공개된 <유원>은 2020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그래서 더더욱 기대되는 소설이었다.


살짝, 미리보기 !

사람들은 모두 유원을 알고 있다. 은정동 화재사건에서 살아남은 '이불 아기'.

교회에서도, 학교에서도 바르고 착한 아이로 유명했던 언니 예정.

예정의 상장과 예정이 쓴 소설 뭉치에 옮겨 붙은 담뱃불이 집안 모두를 태워버리던 그 순간,

예정은 놀라운 판단력으로 동생인 유원을 젖은 이불로 감싸 11층 아래로 던졌다.

그리고 떨어지는 유원을 받아내며 다리뼈가 으스러진 '의인' 아저씨는 그 이후 삶이 망가졌다.

유원은 다른 사람의 목숨과 삶을 희생한 덕분에 스스로가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대견해하는 사람들, 어렵게 살아난 것이니 바르게 자라야 한다고 쉽게 던지는 말.

매해 치르는 언니의 추도예배에서 언니의 친구 신아 언니는 자라는 유원의 모습에서 이미 죽은 예전의 예정을 본다.

사람들은 유원이 행복하길 바란다면서도, 유원이 웃으면 어떻게 그런 일을 겪고도 웃을 수 있냐고 유원을 이상하게 본다.

사고는 십이 년 전에 벌어졌지만, 유원은 아직 그 안에서 산다.

비틀린 마음, 자기 혐오, 죄책감, 연민. 유원의 서술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유원의 감정에 절로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 모든 마음이 물감처럼 사납게 섞여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가득 차 있는 상태,

우리는 이런 나이를 알고 있다. 열여덟.

(출처:알라딘 책소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나는 왜 당연히 고마워야 할 대상에게 사나운 마음을 갖는지.

유원은 언제나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이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유원이라는 아이에 대해 생각한 느낌이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언니는 죽고, 자신을 받은 아저씨는 제대로 걷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적같이 살아난 그 날 부터 유원은 계속 "잘 살아야하는" "열심히 살아야하는" "언니몫까지 사는"

그런 죄책감에 틀에 갇혀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원은 긍정적으로 사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살아남았기 때문에 사는 아이가 되었다.

자신을 받아준 아저씨는 유원의 집에 주기적으로 방문해 유원에게 부담을 준다.

자신의 다리를 이렇게 만든 유원이 자신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강조한다.

그 강조는 유원에게 다시 부담이 되고, 짐이 되고, 자신의 집에 무리한 부탁을 하는 아저씨를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만들고, 결국엔 아저씨에게 사나운 마음을 갖게 만든다.

나는 이 부분에서 너무 공감이 갔다. 나에게도 어릴 적 우리집을 도와주신 아저씨가 있는데

그 아저씨가 오시면 나는 그 아저씨의 딸인 마냥 행동해야했다.

그건 어린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그렇게 해야만 했다.

그렇게 해야만 했다. 강제성과 포기가 있었기에 했던 행동들이었다.

유원에게 동질감이 느껴져서, 소설을 읽으면서 좀 힘들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나는 더 나태하게 살아도 됐을 것이다

사고가 없었다면.

유원은 나태하게 살지 않고 정말 열심히 산다.

사고가 난 아이, 살아남은 아이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각종 대회도 나가고

대인관계도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 구축하고, 관리한다.

나태하게 살면서도 죄책감을 덜 느꼈을 것이다.

실수를 두세번 반복해도 초조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자꾸만 무언가에 쫓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태하게 살지 말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원을 괴롭히고 있다는 걸 절실히 느낀 장면이다.

사실, 너무 힘들어보였다.

수현의 집에 가보고 싶어하고, 수현과 더 친해지고 싶어하지만 원은 굳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사고에 대한 기사를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찾아본다.

원이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방식은 너무나도 고통적이다.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계속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자신을 모서리로 모는 느낌이었다.

근데 왜 나는 그런 말 듣는 게 싫지?

원의 심정이 솔직하게 드러나서 좋았던 장면이다

원이 수현의 집에 놀러가서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장면.

언니는 똑똑하고, 공부도 잘하고, 책임감있고, 자신을 업어키우다시피 한

정말 크게 되었을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이 죽고 살게 된 나란 아이.

사람들은 계속 원에게 언니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상기시키는데

원은 그것이 버겁다.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형제/자매끼리 비교당하는 것도 서러운데

원이 같은 경우에는 그 비교대상이 나를 살리고 죽었다는 사실에 더 버거울 것이다.

그리고 수현이가 원에게 해주는 말도 좋았다.

적당히 행복하기도 힘든데 언니 몫까지 어떻게 행복하냐는 말.

정말,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었다.

결국 남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는데, 어떻게 원이 언니의 몫까지 행복하고 잘 살고 열심히 살아야하는 걸까.

나의 삶 하나도 지탱하기 어려운 세상에 언니 몫까지 살아야하는 원이의 삶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걸까.

원이 다시 행복해기를, 그리고 모순 투성이인 이 세상을 살아가는 어렸던 그리고 지금은 커버린

우리 모두의 대한 이야기.

<유원> 모두가 정말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도,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겠다.

누구의 몫을 함께 사는 게 아니라, 나 하나의 삶을 잘 지탱할 수 있는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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