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장난은 없다 -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가 쓴 어른이 함께 해결해야 할 학폭 이야기
양이림 지음 / 쑬딴스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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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가 쓴 학폭 이야기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학폭의 정의나 유형, 법률적인 측면보다는 아이들이 처할 수 있는 상황, 피해장의 입장에서의 행동여부, 우리아이가 그 상황이라면, 내가 상대아이의 보호자라면 하는 입장에서 주로 서술되고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영화나 드라마,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처럼 모든 학교폭력이 악의 화신 같은 가해 학생에 의해 저질러질까요?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악랄한 학교폭력이 학교를 지배하고 학생들을 위협하고 있을까요? 극악무도한 범죄자와 같은 가해 학생을 엄하게 처벌하면, 학교와 사회로부터 쫓아내기만 하면 학교는 평화로워지고 안전할까요?
제가 경험한 교육현장, 학교폭력의 실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학교폭력은 대부분 평범한 아이들끼리의 갈등과 다툼이었고, 관계 맺음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이었으며,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 채 또래 사이에서 장난처럼, 놀이처럼, 문화처럼 이루어지는 행동들이었습니다. 그런 행동들이 오고 가며 때로는 가해자가 되고 때로는 피해자가 되며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더 글로리>같은 드라마, 영화 혹은 언론을 통해 극단적으로 보이는 행동이 학교폭력이라는 점은 모두가 압니다.

하지만 내가 장난으로 한 행동이, 습관처럼 뱉은 욕설이, 별명을 부르는 것이, 뒷담화를 한 것이 왜 학교폭력이 되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친구와 조금 다투었을 뿐인데, 조금 놀린 것뿐인데, 사귀던 과정에서 스킨십을 했을 뿐인데, 유행하는 놀이를 했을 뿐인데, 호기심으로 했을 뿐인데, 친구를 도와주었을 뿐인데, 그 아이가 먼저 잘못했는데, 전통과 문화에 따른 것뿐인데 왜 학교폭력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왜 학교폭력인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변화가 없습니다. 억울할 뿐입니다.


✏️ 책의 제목에서도 시사하고 있듯이, 괜찮은 장난은 없다. 친구사이에 뭐, 장난인데 뭐, 이런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행위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유쾌한 것이 아니라면, 정말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행위자의 생각처럼 장난은 아닌 것이다.


✏️ 개인적으로 가장 당황스러웠던 부분은 모바일 도박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게 어떤식으로 학폭의 상황이 될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혹시나 있다면 그냥 학생 개인의 몫으로 여겼는데,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어른들의 세계와 다르지 않았다. 흔히들 말하는 간지나는 아이템들을 사기 위해 쉽게 돈을 버는 곳을 찾고, 그것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도박으로 연결되는 것도 이해하기가 힘들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거기서 잃어버린 돈을 보충하기 위해, 친구들로 부터 돈을 빌리고, 심지어 '총판'이라는 이름하에 다른 친구들을 끌어들이고 거기서 다시 일부수입을 얻는 과정이었다. 연쇄적인 고리에 끊임없는 수렁. 과연 아이들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게 가능한 것인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상 주위의 어른들이 제때 알고 나설 수 있는 문제인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재미삼아 사진을 합성하는 '지인능욕'이라든지,  다른 사람의 계정을 만들어서 자신이 그 사람처럼 행사하는거라든지, 이별의 과정에서 잘못된 스토킹문제, 사는 곳이 달라서 겪게 되는 차별의 문제, 그냥 흘린 뒷담화 등 이해하기 힘들다고 해서 방치하기에는 너무나 큰 문제들이 많았다.


✏️ 그런 생각도 들었다. 누리는 게 많아진 세대에, 그것 자체가 독이 되는 요소들도 있다고 말이다. 가끔 딸아이가 나의 중고등학교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는 참 좋은 세상에서 살았구나~라는 말들을 한다. 내가 생각해도 지금보다는 좋았다. 분명 그 시대에도 문제들은 있었을텐데 말이다. 무엇이 지금의 모습들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 아이들 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을 세상속으로 내보내고 있는 어른들도 "자신들의 일처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p. 168
타인의 잘못에 잘못으로 대응하지 않았으면 좋겟습니다. 타인의 잘못을 이유로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p. 208~209
자신에 대한 험담과 비난에 직면하고 심지어 그 상황이 반복된다면 누구라도 큰 상처를 받고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과 모욕이 무서운 것은 말의 전파성 때문입니다.

누군가 한마디 했는데 그 말이 천리 밖에 있던 사람들에게까지 들리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는 나쁜 아이라고 다른 친구에게 한마디 했는데, 당사자는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 "그 애는 참 나쁜 아이야"라고 이야기를 하는 걸 듣는 거죠. 이처럼 말은 전파성이 너무 강해 일단 부정적인 말이 퍼지면 당사자가 실제 그런 사람인지와 관계없이, 당사자가 아무리 그것을 바로 잡으려 노력해도 이미 나쁜 사람이 되어 있는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당사자는 마음이 어떨까요?


✅️ p.219~220
차별과 혐오는 왜 문제인가요? 왜 그렇게 차별과 혐오는 잘못된 것이라고 하는 걸까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차별과 혐오는 폭력을 정당화하기 때문입니다. 만들어진 편견으로 다름을 차이로 변질시키고, 그 차이를 근거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여, 그 차별과 혐오에 기초하여 폭력을 정당화합니다.

왜 그들은 비이성적인 증오와 적개심을 드러내며 특정 대상에 대한 폭력을 자행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네 맞습니다.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차별과 혐오를 자신도 모르게 내재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내재화된 차별과 혐오가 개인을 넘어 커다란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이념과 만나 정당화되었을 때, 엄청난 범죄가 평범한 개인에 의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제라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상에서의 조그만 편견과 차별, 그에 기초한 혐오를 경게해야 합니다.


✏️ 저자의 표현대로 학교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거나,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평화로운 학교생활의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문제들에 대해 의식하고, 답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 기울인다면 적어도 조금은 나아진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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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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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킨 #과학잔혹사 #해나무출판사 #도서협찬 #과학사 #기초과학책추천 #교양과학 #과학책추천

📚 샘 킨 《과학잔혹사》

"미치광이 과학자는 논리나 이성이나 과학적 안목이 부족해서 미치광이가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과학을 '너무 철저히'하려고 하다가 도가 지나쳐 자신의 인간성을 도외시하면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프롤로그의 마지막 이 문장이 어쩌면 이 책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문장일 것이다.

샘 킨은 12장에 걸쳐, 역사적으로 과학이라는 이름하에, 진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어 온 과학의 뒷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기전의 나는, 주어진 결과들에만 신경을 쓸 뿐 과거에 어떠한 방법으로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설령, 그 과정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렇게 된거구나 신기해하거나 놀라워하거나 그정도가 다였다. 조지 엘리엇의《미들마치》에서도 의사였던 리드게이트가 해부학공부를 하면서 시체를 구하지 못하여 무덤에서 사체를 꺼내왔다는 표현들이 나왔었다. 그때에도 그 시대는 그랬구나, 무서웠겠다,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정도의 생각이 스쳐갔을 뿐이었다. 그 이면을 보지 못했었다.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부끄러웠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과학은 더 발전할텐데,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다른 방식으로", "지금은 인정되거나 이해되는 방식으로"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우리가 계속 간과한다면.

저체온증 연구를 위해서 나치 의사들이 죄수를 대상으로 얼음물 속에 담근 행동이든, 노예제도의 인프라와 경제에 기반해서 수집되었던 연구표본이든, 교류가 왜 직류보다 치명적인지 확인시키기 위해 동물한테 실험을 한 것이든, 그로 인해 진전된 전기의자에서 사형수가 처참하게 죽어간 상황에서도 다음에는 이런 일은 없을거라며, 더 나아질거라고 표현하는 것이든, 매독물질을 일부러 몸에 침투시켜 그 과정을 확인하는 것이든, 무수히 나열되는 상황들이 사실은 우리 역사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샘 킨은 그저 지나온 과학의 역사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글 자체는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해봐야한다. 실질적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방법이 하나밖에 없을 때,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윤리에 어긋날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말이다.

덧, 샘 킨...이름이 너무 익숙하다 했다.《사라진 스푼》의 저자였네...어쩐지...최근에 아이에게 읽힌다고《청소년을 위한 사라진 스푼》을 장바구니에 담아놨었다. 생각난 김에 데려와야지...!!!

p. 18
합리화 문제 외에 과학적 범죄를 독특한 것으로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를 때에는 돈이나 권력이나 뭔가 더러운 것을 얻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 그런데 데이터를 얻기 위해 비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오직 과하자뿐이다. 이 책에서 서술한 범죄들 뒤에는 복잡하고 다양한 동기가 있다. 사람은 그만큼 복잡하니까. 하지만 이 범죄들은 무엇보다도 파우스트처럼 지식을 갈구하는 충동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p. 436~437
아인슈타인은 "많은 사람은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지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라고 말했다. 오래전에 이 인용문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코웃음쳤다. 과학자가 착하건 말건 누가 신경 쓴단 말인가? 중요한 것은 오로지 발견이 아닌가! 하지만 이 책을 쓰고 나서 나는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과학은 세계에 대한 사실들의 집합체이며, 그 집합체에 뭔가를 추가하려면 발견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학은 그것을 뛰어 넘어 더 큰 것이기도 하다. 과학은 세계에 대해 추론하는 사고방식이자 과정이자 방법으로, 우리의 희망 사항과 편견을 드러내고 그것을 더 심오하고 신뢰할 만한 진실로 대체하도록 도와준다......그리고 과학이 얼마나 긴밀한 사회적 과정인지를 감안하면, 인권을 유린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함으로써 사회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거의 항상 결국엔ㄴ 당사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큰 대가를 치르게 한다......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심지어 과학을 가능케 하는 조건들을 취약하게 함으로써.

p. 439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 주제는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범죄이다. 새로운 기술이 우주 탐사이건, 첨단 컴퓨터 기술이건 유전공학이건 인류 사회에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새로운 기술 발전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수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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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얼굴
이충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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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걸#너의얼굴 #GQ편집장 #얼굴 #소설추천 #은행나무출판사 #도서협찬 #다음작품도기대기대

📚 이충걸《너의 얼굴》

소설이니까 스포는 접자. 아니, 때로는 줄거리가 전부인 소설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읽어야 맛을 알 수 있는 글이다. 줄거리 몇 줄로 축약해서 전달하기에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저릿저릿한 문장들이 너무나 많다.

작가의 말에서 두 번 읽은 부분이 있었다. "나는 궁금했습니다. 문학적 전쟁터에서 이 글을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오랜 소설의 명예로운 문법과 얼마나 닮았을까? 드라마를 무리하게 배치한 건 아닐까? 그 사람의 감정은 현실적일까, 획득된 것일까? 그것이 세계의 새로움과 무슨 상관일까? 나는 내키지 않는 청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 그들은 재창작된 자아의 감정을 느끼고 부풀릴 수 있을까?"

작가들은 다들 비슷한 고뇌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비언 고닉은 독자를 자신의 시선에 붙여놓고, 자신이 겪은대로 (독자가) 경험하고, 자신이 느낀 것을 (독자가) 체감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어쩌면 글을 쓰는 입장에서 최고의 욕심이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이충걸 작가님에게 그 모든 궁금증을 내려놓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온통 책 속의 "나"였으니까. 화자가 내또래여서, 같은 나이의 딸아이가 있어서, 물론 그런 요소들이 더 감정을 옭아맨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런 것만으로는 설명하기가 부족하다.

상황속에서 드러나는 묘사와 감정선들이 얼마나 가슴을 꿀렁거리게 하는지 모르겠다.

사랑을 타인의 본질과 자신의 본질이 통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그렇게 보이는 사랑이 딸의 남자친구이면, 그래서 심판을 당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거기서 느껴지는 질투와 좌절감은 무슨 표현이 가능할 것인가. 뭉게져버린 나의 얼굴 대신에 죽은 딸의 얼굴이 얹혀진다면, 딸에 대한 그리움과 나에 대한 정체성과 딸의 남자친구에게 비쳐질 나의 모습에 대한 괴리와 모든 것이 섞여버릴 현실 속에서 온전한 나를 지킬 수는 있을 것인가.

때로는 선택지가 없는 선택에 의해서도 삶은 계속된다.

p. 14
통증은 뭔가 잘못되었을 때 찾아올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버려진 감정이었다. 작은 보트에 타고 있다가 항로를 잃은 느낌. 두 개의 인격 중 하나가 다른 하나는 먹어치운 느낌. 약간 혼란스러웠다

p. 148
나는 공포의 궤도를 따라 거울을 보았다. 순간적인 무너짐. 찰라의 메마름. 얼굴 거죽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관객 앞에 방치된 여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완전히 상처 입은 소녀. 아무것도 없었다. 논리도 감각도 신체의 마지막 권위도 없었다. 환영도 없었다. 나와 거울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는 자아의 비극적 손실이란 말로는 부족했다.

p. 151~152
하나의 삶이 일기의 페이지안에서 납작해지듯 최후가 결정된 인생은 그런 식으로 압축되겠지. 나는 그저 하나의 인생, 수백만 인생 중 하나였다. 다른 이의 것만큼 제멋대로이고, 곧 이름 없는 것이 될 이름 있는 임차권. 나는 신이 내린 어둠 속에서 영원히 고통받는 이집트인이 되어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나는 무엇이 될까? 누가 될까? 다시 생각했다. 나는 누구였나? 그것은 무엇이었나?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란 걸. 어떤 존재도 될 수 없다는 걸.

p. 220
나에게 사랑이란 숭고한 행동이 아니라 타인의 본질과 나의 본질이 통하는 일. 심판 당하는 사람은 욕망을 발견할 것이다.

p. 247
나는 우리의 애호 목록이 서로의 체크리스트를 따라간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일치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p. 391
한때 세계는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쇼핑몰이고, 워크맨으로 노래를 들으며 어슬렁거리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p. 401
문을 연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비유인 줄 알았는데 그날 작업실에는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이 없었다. 동굴 속은 시간을 벗어난 장소, 햇빛을 등지는 순간, 시간은 잊힌다.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동굴 속의 시간 감각은 기준을 상실하고 갑자기 영원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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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사생활 네오픽션 ON시리즈 23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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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원규《제국의 사생활》

이 책은, 드라마 <또 오해영>, <금수저>의 송현욱 감독이 영상화하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고 표현해서 궁금해진 작품이다.

내용은 어떻게 보면, 그냥 흔하게 드라마속에 보여지는 재벌기업들 안의 권력싸움, 그들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로 인해 주위에 벌어지는 것에 대한 다른 시선은 없다. 그래서인지 걸림없이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책이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 송현욱 감독을 자극했을까.

그러다 문득, 내가 너무나 당연시 했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개인이 맨손으로 시작해서 이뤄놓은 기업일지라도 그것이 자식들에 의해 그냥 되물림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당연한 것인가. 그들의 행위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걸려있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라면 그건 또 다른 문제가 아닐까.

되물림되는 자리에 앉을 사람이 자격없다는 이유로, 그 자리를 힘과 결탁해서 차지하는 자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그건 정당한 것인가. 그럴수도 있다고 넘어가줄 수 있는 부분인가. 어떻게 보면 방향이 조금 다른 야욕에 불과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작가의 말 중에서 (p.205)
소설의 제목에서 '제국'은 창업주들이 기업을 국민과 사회의 공공자산으로 생각하지 않고 권력강화의 수단으로 본다는 점을 상징하고, '사생활'은 권력을 사유화한 이들의 행태가 최소한의 공공성을 잃어버린 채 사적 이익을 위해 남발하는 점을 꼬집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p. 87
서로 알면서도 밝히지 않고 넘어가면서 서로의 마음을 넘겨짚는 거야. 그게 사람과 사람의 대화라고.


p. 106
여전히 언론은 비정하거나 적당히 비겁했다. 경제지는 주식의 폭락과 주가 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고 봐도 언론은 주변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사의 논조가 너울거렸다.


p. 180~181
"질문하는 거 싫어하는 거 알지만, 하나만 물어볼게. 지금 저기 있는 애들의 치명적 약점을 수집하고 있는 나하고 당신은 과연 애일까, 늙은이일까?"
"내가 그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럼 내가 알려줄게. 당신은 분명 늙은이야. 왜 그런 줄 알아?"
"왜?"
"지킬 게 너무 많거든."


p. 191
삼 남매에게 아버지 장대혁이 안겨다준 진실은, 세상은 가장 원초적이고 예측 불허한 방식으로 나아간다는 것이었다. 비극으로 펼쳐질지, 희극으로 펼쳐질지 가늠하는 것 역시 어처구니없게도 당사자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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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 아마존을 창업한 열정과 비전의 아이콘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움직이는 서재) 10
크리스 맥냅 지음, 서지희 옮김 / 움직이는서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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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 맥냅 《제프 베조스》: 아마존을 창업한 열정과 비전의 아이콘

일단 결론부터.
제프 베조스는 완전 멘탈갑이다.
브래드 스톤의 《아마존 언바운드》를 읽을 때도 느낀거지만, 정말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그래서 움직이는 서재출판사의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에서 어떤 점을 부각시켰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우선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몇 가지만 요약해 본다면,
1. 항상 고객을 최우선으로 셍각하는 고객 중심의 자세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측면이 부각되면, 상대적으로 그 회사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있다. 그건 차후에 논의되더라도, 고객 중심의 철학에 중점을 둔다는 것은 물건을 파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 베조스의 계획은 대부분이 장기적인 시각으로 이루어진다.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더불어 지속가능성도 중요시한다. 이런 관점은 자선사업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

3. 베조스는 실험과 혁신을 강조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시험하고, 그것에 대한 실패도 그닥 두려워하지 않는다.

4. 베조스는 열정적이고 끈기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사례들만 봐도 충분히 이해될만한 표현이다.

5. 베조스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동시에 팀워크를 중요시한다. 그는 인재를 발굴하기도 하고, 팀원들을 동기부여하며, 협업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기도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p.5)
인생의 대부분은 결국 서로 관계없는 사건들과 무작위의 결정들 사이에서 부딪히며 튕기는, 핀볼과 같은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에피소드들은 오직 기억과 재도명을 통해서만 서로 이어져, 방향과 목적을 가진 매끄러운 이야기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한 경쟁 세계에서 성공할 확률 통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쉽습니다. 어쩌면 그 인물이 그저 운이 좋았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이것은 크게 성공한 몇몇 사람들을 보며 그들이 하는 대로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지 못한 대다수 사람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거의 똑같이 행동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 고려되지 않는 것입니다.

✏️ 전기문과 같은 글을 읽을 때 간과하기 쉬운 부분들에 대한 언급은 나름 참신하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서 발행한 책이기에 더욱 그 의미가 깊다고 본다. 좋은 점만 노출되면 그것이 전부인양 보일 수도,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데, 그렇게 판단하지 않도록 들어가는 글에서 언급되어, 다시 한번 글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환기시켜준다.(그런데, 이렇게 생각을 하고 《제프 베조스》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중간중간 헛웃음이 났다.)


✅️ p. 37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캠핑카 여행을 하던 중 베조스는 담배를 피우던 외할머니의 흡연 시간을 계산해 그녀의 수명이 흡연 때문에 9년은 단축되었다고 무심하게 말했다. 실제로 암 투병 중이었던 외할머니는 그 말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외할아버지는 베조스를 한쪽으로 불러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인생에 꼭 필요한 교훈을 주었다. "제프, 언젠가는 영리하기보다 친절하기가 더 어렵다는 걸 알게 될 거다."  

✏️ 일반적으로 아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제프의 할아버지처럼 말해줄 수 있을까. 버릇없음에 대하여 뭐라고 하지 않고,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아이들에게 욱하는 요즘, 참으로 반성하게 되는 에피소드다.


✏️ 프린스턴대를 조기입학하고 최우등생으로 졸업, 학생때 이미 되고 싶은 꿈이 '우주 기업가'인 베조스는 분명 평범한 학생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그조차도 표현했던 아주 진부한 표현이 있다. 바로 "자신의 장점을 살리라"이다. 풀리지 않던 수학문제를 거뜬히 풀어내던 다른 학생을 보고 얻게 되는 교훈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이야기지만 실제적으로 사람들은, 나 자신도 역시 그렇겠지만, 자신이 잘하는 것은 당연히 여겨 등한시하고 못하는 것에 더 잘하려고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 p.72~73
그는 1988년 캘리포니아 커먼웰스 클럽에서 한 발표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내가 80세가 되었을 때, 왜 내가 1994년 월가에서의 보너스까지 포기하면서 일 년 중 사직서를 쓰기에 제일 좋지 못한 시기에 회사를 그만두었을까 하고 후회하지는 않을 겁니다. 80의 나이에 신경 쓸 만한 일은 그런 게 아니죠. 동시에, 인터넷이 혁명적인 사건이 되리란 걸 알면서도 거기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마음속 깊이 후회하게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결정을 내리기가 아주 쉬웠어요."

✏️ 지금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서 80세에 후회가 된다면 너무 억울하겠지. 그때는 이미 돌이킬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가끔 무언가를 선택할 때, 해야할지, 정말 하고 싶은 것인지 고민스러울 때,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내가 80살에 후회하지는 않을까.

베조스는 이러한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의 공식을 '후회 최소화 법칙'이라 불렀으며, 이는 그의 기업가적 추진력과 위험 감수의 중요한 요소였다.


✅️ p. 94
단기적 수익성보다는 장기적 시장 주도권을 고려한 투자를 결정할 것, 시장 주도권이라는 우위를 정할 가능성이 충분한 경우에는 주저하지 않고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릴 것.


✅️ p.115~116
"주식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투표 기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울질 기계와 같다"라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말을 인용하여 아마존의 현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는 저울질을 당하고 싶은 회사이며,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회사가 그렇겠지요. 그동안 우리는 회사를 점점 더 무겁게 만들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것입니다."

✏️ 이 표현은 베조스가 아마존 주식이 1년사이에 80%이상 하락되어 있는 상태에서 쓴 것이다. 속으로는 어떤 흔들림이 있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멘탈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의 정신은 되어야, 큰일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더 많이 긍정적인 마인드를 장착할 필요는 있는 듯하다.


✅️ p. 116
베조스를 아는 사람들이 언급한 그의 또 다른 눈에 띄는 특징은 큰 문제든 작은 문제든,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가 보여주는 끈질긴 회복력이다.


✅️ p. 187~190
그의 활발한 아이디어들이 모두 다 홈런을 치지는 못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사실. 많은 것들이 삼진을 먹고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캐나다계 미국인 과학자 오스활드 에이버리의 모토인 "넘어질 때마다 무언가를 주워라"의 지혜를 증명하듯, 베조스는 2018년 주주 서한에서 파이어폰의 실페로 얻은 교훈이 있다고 설명했다.


✅️ p. 252~253
베조스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창은 '그라다텀 페로키테르'라는 블루 오리진의 모토였다, '한 걸음씩 맹렬하게'라는 뜻의 이 아름다운 모토는 블루 오리진의 개발을 그가 이룬 무서운 속도의 상업적 확장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는 현재 블루 오리진의 기업 강령에도 잘 나타나 있다.

"우리는 경주를 하는 것이 아니며, 지구를 위해 우주로 나가려는 인류의 노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입니다. 이 여정에서 블루 오리진의 역할은 재사용 가능한 발사체로 우주로 가는 길을 개척해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단계를 건너뛰면 더 빨리 갈 수 있다고 하는 건 착각에 불과하므로, 우리는 단계별로 차근차근 나아갈 것입니다. 느림은 부드럽고, 부드러움은 빠르기 마련이니까요.


✅️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개인 돈으로 인수하는데,  그 인수의 동기는 <워싱턴포스트>가 현재 민주주의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주된 고려 사항이었다고 한다.(p.276)
인수 후에 <워싱턴포스트>는 블루 오리진에 대한 가차 없는 글을 쓰게 되는데, 이에 대해 베조스는 그가 생각하는 민주적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면 신문사에 언론의 자유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한다.

✏️ 이렇게 신문에 글을 쓰는 사람들도, 베조스의 태도도 대단하다. 부러울 뿐이다.

* 이 글을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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