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그림자
최유안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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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유안 《새벽의 그림자》

전직 경찰이었던 해주는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하여 논문을 쓰던 중 자료조사를 위해서 독일에 머물게 된다. 한스 뵐러 박사로부터 '베르크'라는 작은 마을에 대하여, 그곳에서 집단을 이루고 사는 한국인들과 몇 달 전에 있었던 사망 사건에 대하여 듣게 된다. 28세의 북한에서 온 대학생. 단순 자살이 아닐거라 생각하는 해주는 진실을 알기 위해 움직이는데...

고등학교 시절, 독일의 통일과 관련된 방송들을 보면서 '이제 우리만 남았다'라는 말들을 참으로 많이 하였다. 우리도 바로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것처럼, 할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3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아직 그때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때처럼 통일에 대한 말들도 많이 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일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건간에, 우리가 안고가야 할, 부담해야 할 문제들은 분명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에 대한 시선도 그리 곱지 않으면서 과연 우리가 통일 뒤의 모습을 껴안을 수 있을까.

최유안의  《새벽의 그림자》는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는, 어쩌면 도외시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하지만 분명 직면해야 하는 문제들에 대하여 생각해보라고 하고 있다. 우리의 비겹함이, 무관심이, 얼마나 많은 생명들의 안위를 딛고 서있는 것인지, 우리는 상상할 수 없다.

해주가, 그리고 그 품의 이든이 제발 무사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제2의 이든도......


p. 11
욕망은 행위를 위한 나침반 같아서, 인간은 대체로 이유 없이 그것에 휘둘린다. 욕망이 존재한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고, 그보다 참담한 건 그걸 인지한다고 해봐야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p. 21
같은 경계 안에 있어 자신을 대변할 만한 누군가가 사고를 당하면, 틀 밖에 있는 사람들은 조용히 침묵하며 추모한다. 설령 제 일처럼 생각하더라도 부당한 일에 분노하고, 경위를 밝히려고 노력하지 마치 가족이 일을 당한 것처럼 서로 끌어안고 슬퍼하지는 않는 법이었다.


p. 50
만남을 거듭할수록 관계와 감정은 변했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관계가 늘 변화한다는 사실을 상수처럼 끌고 가는 것보다 유리한 건 없었다.


p. 134
이방인이라는 단어에는 구역이 있다고 해주는 생각해왔다. 이런저런 이유로 낯선 공간에 끼어든 이들, 토착화된 문화에 정착하지 못하고 유령처럼 방황하는 이들. 해주는 그런 이들이 이방인의 범주에 해당되는 줄 알았다. 부서지는 믿음이 만들어낸 슬픔은 구체적이다. 희망과 절망에는 이렇다 할 경계가 없다. 어디로 가야 했을까, 노인은.


p. 135
태어남과 동시에 에외 없이 인장을 갖게 되는 인간들에 관해. 살을 도려내듯 자신의 인장을 떼어내야 했던 노인에 관해. 정처 없이 떠돌아야 하는 이들의 마음에 관해.


p. 147
같은 이유로 만들어지는 사건들이 있다고. 근간을 흔들지 않으면 계속 반복될 사건들이.


p. 147~148
예고 없이 다가오는 것은 늘 두렵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느냐, 주저앉아 숨어버리느냐. 선택할 수 있는 건 늘 겨우 그것뿐이다. 인간은 얼마나 무력한가.

Schlechtes Gewissen
[명사] 죄책-감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는 마음


p. 149~150
불안은 사람의 감정을 면밀하게 조종하는 법이다. 불안이라는 불씨를 지피면 사람들은 행동한다. 화는 가장 효과적으로 인간을 행동에 이르게 한다. 인간은 자신의 선을 증명하고 싶어 하고, 화를 내는 건 자신의 정의를 입증하는 일이니까. 그것이 용준의 입을 통해 들은 칸트의 주장이었다..
자신의 정당성과 의도의 순수함을 위해 사람들은 화를 낸다. 그래야 자신이 선이라고 믿는 것들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화를 촉발시킨 무언가에 집중한다. 자신의 선을 침해하는 원인을 제거하면 화가 풀릴 테니까.


p. 154
"형, 행복이란 편안해서, 놀아서, 좋아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야."

"안 불행하면 그냥 행복이지. 고통스럽지 않고, 힘들지 않고, 그저 그 상태로 됐으면, 그게 행복이지."


p. 158
해주는 행복을 생각할 때면 여전히 용준의 말을 되새김질 한다. 행복이란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자극을 계속 받는 게 아니고, 그저 불헹하지 않은 마음이다. 그러면 불행을 불행으로 인지하지 않는 게 행복인가 싶기도 하다.


p. 174~175
분단이니, 통일이니 하는 것은 이제 그저 단어로만 존재하는 것 같아서, 해주는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용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관심이나 있었을까. 경장 진급과 먹고사는 문제, 겨우 그것이 해주 삶을 지탱하는 전부가 아니었을까. 아니, 이런 문제들에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당신이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겪어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러면 누가 이런 문제를 고민해야 하지.


p. 197
전쟁이 또 시작되었다고 했을 때 용준은 말했었다.
"총성과 포격이 오가는 그곳에서 사람 목숨은 지나가는 개의 목숨이랑 다를 게 없지. 전쟁은 신념이 만들지만, 그 신념이라는 게 결국 권력으로 채워 만든 욕심이 아니고 뭐겠어요."


p. 206
우리는 많은 사실을 잘 모른다. 한 사람의 경험에는 한계가 있고 우리의 경험은 그 한계를 늘 뛰어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록을 읽는다. 그것을 읽으면서 경계 바깥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추론할 수 있다. 인간의 유일한 무기는 다른 사람의 일을 내 일처럼 느낄 수 있는 공감성이 발달해 있다는 것. 그들의 슬픔의 둘레에 잠깐 닿아볼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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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 문명을 가로지른 방랑자들, 유목민이 만든 절반의 역사
앤서니 새틴 지음, 이순호 옮김 / 까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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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서니 새틴 《노마드》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하면서, 몇년전에 읽었던 제시카 브루더의 <노마드랜드>가 생각났다. 그 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도 있는데, 물론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앤서니 새틴의 <노마드>와 21세기 이후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있는 제시카 브루더의 <노마드랜드>는 결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 There's a crack in everything. That's how the light gets in." 이라고 표현한 레오나르드 코헨의 문장(제시카 브루더 <노마드랜드>글 시작전에 나오는 문장)에 따르면 마냥 다르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삶이, 역사가, 그 틈과 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공존하며,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자국들이라 한다면,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역사로 기록되는 부분들이 다를테니까 말이다.

앤서니 새틴의 <노마드>에서는 그동안 역사에서 주안점을 두지 않았던 사람들과 방식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대부분의 역사가 승자의 역사로 채워지는 거라면, 같은 맥락으로 정착민의 번영과 쇠락을 기본으로 역사는 채워진다. 하지만 앤서니 새틴의 시각은 분명 많은 역사에 영향을 준 유목민들, 그러나 간과되어 잘 보이지 않는 유목민의 역사와 마주하고 있다.

그들이 역사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유형으로 지나갔는지, 그리고 그들이 자연과 환경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여줬는지 보여주면서,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해준다.


p. 120~121
거대한 노마드랜드를 제국이라고 부를 때에 제기되는 하나의 문제는 무엇을 제국의 성립 요소로 볼 것인가이다. 일반적인 가설은 제국이든 유대나 이스라엘과 같은 소규모 신생 왕국이든 수도와 행정 중심지들을 중심으로 발전했다고 본다. 파틸라푸트라, 장안, 아테네, 로마 모두 21세기에 미국의 한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이 "국경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고 직설적으로 말할 것임을 예상하고, 스스로 정한 경계 너머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성벽과 군대를 보유했다. 하지만 정주민들이 경계와 성벽을 자신들의 왕국을 지키는 데에 필수적이라고 보고, 도시를 권력과 행정을 집중시키는 데 그 못지않게 불가결한 요소로 본 것과 달리, 유목민들은 ㅡ 그런 요소들이 가동성에 좋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가동성의 결여, 국가 간 이동의 결여는 상인, 순례자, 다른 모든 이주자들과 마찬가지로 유목민들에게도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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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죽은 밤에
아마네 료 지음, 고은하 옮김 / 모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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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네 료 《희망이 죽은 밤에》

여중생인 '네가'는 같은 반 친구였던 '노조미'를 살해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다. 자신이 죽였다고 말하면서 왜 죽였는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 형사들은 동기를 찾기 위해 '네가'와 '노조미'에 관련된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미스터리 소설이니, 내용을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다만, 소소한 반전들이 읽는 재미를 준다는 것, 그리고 그 반전들이 참, 짠했다.

'네가'는 希(바랄 희)라는 한자에서 붙인 이름이고, '희'는 '노조미'라고도 읽는다. 내 이름에 希가 있어서 였는지, 처음부터 난 네가에게 말을 걸듯 읽어나갔다. 왜 그랬니, 진실이 뭐니 이러면서 말이다. 네가의 주위에 제대로 된 어른좀 넣어주면 안되겠니......

희망이 죽은 밤에.
과연 한사람에게만 그 무게를, 책임의 짐을 실을 수 있을까.


p. 29
도노 네가는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을 것이다. 지독하게 못난 엄마 밑에서 자란 건 진심으로 동정한다. 하지만 결국 모든 건 자신에게 달렸다.

✏️ 한때는 모든 것이 자신에게 달렸다고 생각하며 살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책임을 누군가에게 무언가에게 회피하는 사람을 마주할 때면 '이해'나 '공감'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살아가다보니, 그런 내 생각속에 얼마만큼의 오만이 곁들여 있었던 건지 느끼게 된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같은 상황이라도 조건이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막상 그사람의 조건과 상황이 아니라면 함부로 칼이 될 수도 있는 무언가를 휘두르면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p. 49
엄마도 언니나 오빠에 비해 자신이 못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성적이 나쁘니 맞는 것도 당연하고, 먹는 게 느리니 밥을 굶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그래서 네가의 엄마가 안타깝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런 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들,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모를 수 있을까. 사랑을 받아보지 않았다고 해서 사랑을 하는 방법을 알 수는 없을까. 주위에 없더라도, 매체를 통해서라도 본 적이 없을까. 자기가 편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나서, 나는 몰라서 못했다고 그냥 핑계삼는 것은 아닐까. 한편으로는 나는 이렇게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감히 그것을 핑계와 변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p. 56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넌 너무 행복해. 하지만 아프리카 아이들처럼 될 것 같으면 언제든 선생님한테 말하렴. 그건 정말로 힘들다는 거니까."
밥이랑 된장국으로만 밥을 먹는 경우도 드물지 않고, 엄마가 밤에 스낵바에서 일하는 바람에 외롭기도 하지만, 그렇구나, 나는 아직 엄청 힘든 건 아니었나 봐. 아프리카 아이들에 비하면 불행하지 않아. 오히려 행복했던 거야.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어? 왜 우는 거지?


p. 77
"빈곤이 동기가 될 수는 있지만 특별히 동정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돈이 없다면서 스마트폰은 갖고 있었잖아. 우선 순위가 잘못된 거야. 올라가려고 노력하지 않는거, 걔한테도 책임이 있어."

✏️ 무심히 지나쳤다가 뒷부분을 읽으면서 다시 찾아온 대목이다. 누군가가 상황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거나 물건을 가지고 있을 때, 그냥 단순히 이렇게 생각하기는 너무 쉽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 물건을 왜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해서 가지고 있는건지, 굳이 따져보지 않있다. 보이는 것만으로, 내 잣대로 판단하고 결론내어 버린 경우가 허다했다. 이렇게 반성비슷한 것을 하면서도 미래의 내가 또 안그럴거라는 보장은 못하겠다. 그래도 한번쯤, 아니 몇번쯤은 지금의 이시간을 기억해내지 않을까.


p. 177~178
가난은 드물지 않다. 어떤 가혹한 상황에서든 노력하면 길은 열린다. 엄마를 편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여기까지 온 나도 있으니, 이 전제가 틀렸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를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는 건 엄마가 고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덕에 공부만 할 수 있었다. 엄마한테만 고생을 시켰기에, 나는 노력할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노력하면 뭐든 이룰 수 있고, 밝은 미래가 펼쳐진다고 믿었으니까.


p. 253
인정해버리는 건 더 힘들고, 억울하고 슬픈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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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 빈부격차는 당연한 걸까? - 2024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중고생 논·서술형 주제토론 수업 1
태지원 지음 / 글담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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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지원 《자본주의 사회, 빈부격차는 당연한 걸까?》

이 책은 논ㆍ서술형 대비 주제토론 수업시리즈의 첫번째 책으로 <부의 불평등>에 대해, 다섯가지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1. 자본주의 사회, 빈부격차는 당연한 걸까?
2. 기본소득은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
3. 디지털세 도입은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 줄까?
4. 취약계층 빚 탕감, 공평한 제도일까?
5. 지하철의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지속해야 할까?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에 대하여 이것 좀 생각해보자고 질문만 던진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생각의 가지치기'를 해준다는 것이다.

구성을 보면, 일단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문제의 배경에 관한 설명을 하고,
'주제관련 핵심용어 정리'라는 별도의 페이지를 통해 필요한 개념설명을 한다. 간단한 정리이기는 하지만, 이런 부분을 통해, 평소에 그냥 지나치기 쉬운 단어들에 대한 확인이 가능해진다. 당연한 의미를 가질거라고 생각하는 단어에 의외로 생각지 못한 키포인트가 들어있을수도 있다.

그 다음 본격적으로 찬반의 의견으로 나아간다. 뒷받침되는 문장들을 차근차근 읽다보면 내생각과 합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내가 주장하지 않는 의견에서도 설득당하는 부분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그 설득당하는 부분들을 다시 설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내가 이 책의 장점으로, 생각의 가지치기를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표현한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토론이나 논ㆍ서술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입장에서 일관적인 논리를 펴기 위해서는 내 주장의 논거들을 나열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반박에 제대로된 반론을 제기할 수 있어야 된다. 잠깐의 순발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한, 평소에 내가 얼마나 그 분야에 대한 생각을 했는지, 관련 자료를 보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내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페이지들을 탑재해놓고 있다. 단답형처럼 괄호안에 짧은 글을 쓰는 경우와 온전히 내생각을 정리해서 써야 되는 서술형으로 나누어져있다. 책에서 읽은 것을 메워나가고, 생각을 다시한번 정리해보는 방향은 체계적이라 좋다.

개인적으로는 노인의 무임승차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냥 당연히 주어져야 되는 복지로만 생각했는데, 다른 나라의 시행방법을 보면서 복지의 형태에 대한 것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자율수행과제로도 괜찮은거 같아서 자료를 더 찾아볼 예정이다.

시리즈의 다음편은 '인구위기'에 관한 것이라 한다. 어떤 문제점들을 가지고 어떻게 제시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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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키초의 복수
나가이 사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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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그믐날의 눈 내리는 저녁, 에도의 변두리 마을, 고비키초의 극장 뒤편에서 부모님의 원수를 갚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에, 한 남자가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다며 고비키초의 극장을 찾으며 시작된다. 남자는 당시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을 만난다. 극장의 바람잡이인 문전 게이샤 잇팟치, 무술연기 담당인 요사부로, 의상준비와 수선을 담당하는 호타루, 소도구를 담당하는 규조와 그의 부인 오요네, 각본을 담당하는 노노야머 쇼지. 이렇게 차례대로 만나면서 그날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의 개인사들도 함께 듣는다.

책을 읽기 전에는 복수극의 목격담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영화 <라쇼몽>이 생각났었다. 하지만 결이 완전 다르다.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분명해 보이는 상황에서 미스터리가 존재할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잠시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아주 잠시 말이다.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너무나 따뜻함을 안고 있는 책이다.

✏️ 책제목에 갇혀서 책을 읽어나갔다. 복수라잖아. 복수.. 뭔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첫 목격자의 이야기가 끝날때만 해도 글에서 묻어나는 잔잔함이 단조로웠다. 시시했다.
그러나 다음 목격자들의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어느새 '복수'는 잊어버리고 그들 개인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서 '복수'라는 자체는 잊어버리고 있을 때 작가는 정말 '복수의 뒷이야기'를 보여준다. 

✏️ 글 사이사이에 '속박', '족쇄', '짐' 이라는 단어들이 여러번 나온다. 복수를 해야하는 입장에서 가지고 있는 것들, 그리고 목격자들이 가지고 있던 그들만의 것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채우는 족쇄로 인해, 인생 자체를 결정지어놓고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으로 묶어놓은 틀이 있다면, 사실 그 자체는 너무나 허술한 테두리일수도 있을텐데, 그것을 자신에게 옭아매는 이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인 것이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그랬다. 이거는 벗어나면 안돼. 이런 건 하면 안돼. 늘 가이드라인의 감독자는 나였다. 나이가 들면서 정말 이런것들이 필요했나 하는 생각들이 든다. 작가의 글속에서도 이런걸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다른 길도 있어. 다른 생각도 해봐. 너를 옭아매고 있는 족쇄가 정말 의미가 있는거야. 이런  것들 말이다.         

 


p. 67
물러설 수 없는 사정이란,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그렇게 정하는 것입니다. 길을 벗어나도 의외로 다부지게 살아갈 방법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지요.


p. 96~97
"뜻만으로 무사가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허황된 소리다."

"충의를 다하려 해도, 천하를 위해 일하려 해도, 신분이 없으면 너는 그 걸인과 다를 바 없다. 칼에 베여도 그저 버려질 뿐인 처지지. 억울하면 스승에게 머리를 조아려서라도 봉직할 곳을 얻어내라. 그제야 비로소 네 뜻을 내세울 수 있는 법이다. 지금 네 말은 결국 패배자의 개소리에 지나지 않아. 진정한 무사가 되고 싶다면 응석은 집어치우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두루 받아들일 각오를 다져야 해."


p. 116~117
고지로는 악행에 '눈을 감아라'라고 말씀하신 아버지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고 싶었소. 아버지를 존경하기에 할 말은 해야 했던 것이오. 그러지 않고 멋대로 아버지에게 실망했고, 실망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했소. 그것은 일종의 응석 아니었을까.


p. 156
"남을 얕잡아 보는 자들도 결국은 뼈만 남는다."


p. 171
"난 너보다 심성이 좋지 못해. 세상은 계단처럼 되어 있어서 위에 선 사람은 아래에 선 사람을 내려다보지. 그러니 기어올라야 한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여서 여기까지 왔단다. 하지만 네 말처럼 기어오르든 미끄러져 떨어지든, 불타면 뼈만 남아.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한층 편해졌어."


p. 183
무가의 자제인 기쿠노스케 씨는 호타루 씨가 말했던 계단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에요. 우리같이 미천한 자와는 격이 다르지요. 하지만 그 높은 곳에서 하사받은 칼이라는 강력한 힘이, 도리어 족쇄가 되기도 한답니다. 복수를 맹세하고 고향을 떠난 것도 무가의 사내이기에 짊어져야 했던 무거운 짐이에요.
난 지금까지 살명서 남을 부러워하거나 애처로워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애초에 가진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탐내봤자 허무할 뿐이고, 배신당하면 괴롭기만 하잖아요. 하지만 만약 유복한 집에 태어났다면, 하고 생각해본 적이 없지는 않답니다. 그래서 나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무사나 귀인의 따님이 나오는 연극을 재미있어하는 것이고요. 그러나 어여쁘게 생긴 기쿠노스케 씨와 함께 지내는 동안, 어디에 태어나는 괴로운 일은 있는 법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런 의미애서 사람은 다들 동등한 법이지요."


p.  185
"겉가죽도, 지위도, 태생도 불타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 사로잡히면 사로잡힐수록 고통스럽게 조여드는 족쇄일뿐이지. 하지만 뼈만 남아도 후회 없는 삶이 있는지도 몰라. 나 같은 사람이야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뼛속까지 소신을 세워서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굴러들 곳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쯤은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이렇게 보잘것 없는 나 같은 자도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위로해주지 않을까......


p. 257
세상에 밝고 즐겁기만 한 사람은 없어. 그 누구든 마음속의 짙은 어둠이며 수렁과 타협해가며 지내고 있을 뿐이야. 그런 속내를 드러낼 상대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도 정이고 말이야.



p. 266~267
"사람은 누구나 텅 비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내일 먹을 밥이며 오늘 누울 잠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죽을 둥 살둥 애쓰느라 알아차리지 못하지요.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는 것은 그만큼 도련님이 복 받았다는 뜻입니다."

"복 받았다는 것은 나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일세. 하지만 그래서는 살아 있는 기분이 들지 않아. 하릴없이 공허해지지. 복에 겨운 소리라는 것은 알지만, 더는 못 견딜 것 같은 때가 있어. 그리고 그런 식으로 느끼는 나 자신이 누구보다도 싫어. 대체 어찌하면 좋을지 늘 생각한다네."


p. 269
"재미있어하는 것에는 각오가 필요한 법입니다."


p. 284
"뭘 쓰든 상관없어. 재미는 사람의 수만큼 있으니까. 남을 위해서 써도 되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써도 돼. 그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바를 늘어놓아도 괜찮아. 그것이 누군가의 마음에 탁 전해지면 만만세야. 재미있으면 그만이라고."


p. 332
홀로 에도에 가서 깨달은 점 중 하나는, 때때로 남을 믿고 의지할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이야. 뭐든지 혼자 짊어지겠다는 마음가짐은 대견하지만, 그래서는 무엇 하나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


p. 338
제자리를 맴도는 기분이었지. 스스로에게 똑같은 물음을 던졌지만, 매번 다른 답이 나왔다네.


p. 350
애당초 '신분'이란 무엇인지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어. 내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세상의 얼개는 비뚤어지고 기묘한 것이 아닐까 싶더군.
그래도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어찌하고 싶은가.
그래도 무사로 살기를 바라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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