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전고운 외 지음 / 유선사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전고운 영화감독의 파트만 열 번도 더 읽은듯하다. 시작하는 페이지부터 마음을 뺏겨서일까.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하는.
쐐기를 박은 건 하루의 첫의식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듣는 것.

난 내가 가지고 읺는 허세, 자만심에 근거한 그런 허세, 그래서 쉬운게 우스워보였던,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해도 속으로 가진 넘치는 우월감, 지금도 완전히 없어졌다고는 자신할 수 없는 그 무엇. 그러나 세월과 함께 어는정도는 닳아없어진 관념. 그것을 보았다.

📌 전고운 영화감독의 글을 통해 다시 읽고 싶어진 책, 보고 싶어진 영화들:

📚 밀란 쿤데라 <우스운 사람들>
📽 코엔 형제 감독의 <바톤 핑크>
🎬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어댑테이션>
🎞 마크 포스터 감독의 <스트레인저 댄 픽션>

📒 p. 30 이제 다시 천박해질 시간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일은 내일의 우아함이 그 천박함을 가려줄 테니.

📒 p. 39~40
이런 나의 생각이 문제다. 쉬운 것은 인정하지 않는 생각, 어려운 것만 진짜라고 여기는 생각, 결핍과 고통에서 빚어진 게 아닌 글들은 가치 없다고 여기는 생각. 이 생각은 언제부터라고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나를 지배해 왔다.

📒 p. 41~41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할 시간이, 혹은 미련을 버릴 시긴이, 그때까지는 가짜라도 쓰고 싶다. 가짜인지 진짜인지도 써봐야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는 내가 가장 믿는 것은 글이기 때문이다. 도달할 수 없을지라도 그곳을 향해 사는 것 말고는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을 모르겠다.

📒 p. 44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멀리서 카트를 닦고 있는 그 사람을 발견하자마자 가슴이 아팠다. 마치 오래도록 못 본 사람을 우연히 먼저 발견한 것처럼 가슴 중앙이 아려왔다. 연휴에 아무도 관심 없을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저 사람을 나만 보고 있다는 것이 쓸쓸해졌다.
사람들이 꼭 봐야 될 이야기는 대단한 장면이 아니라 이런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

📒 p. 46~47
나는 결국 아무에게도 상관이 없을 이런 사소한 것을 목격하고 느끼고 생각할 때, 쓰고 싶다. 그런 순간을 만난다면 어떤 압박도 없이 지금처럼 글을 쓰게 된다. 고작 이 짧은 순간을 위해 나는 계속 그 싫은 것들을 견다고 있나 생각하면 지나치게 비실용적인 인간인가 싶지만, 어차피 행복이라는게 비실용적이다. 누구나 찰나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며 살 듯이 나도 그러할 뿐.

📒 p. 91~92
나도 내 글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내게는 실현하지 못한 기획을 담은 메모가 한가득 있다. 내가 읽고 싶어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내게도 있다. 쓰지 않은 글을 쓴 글보다 사랑하기는 쉽다. 쓰지 않은 글을 쓴 글보다 사랑하기는 쉽다. 쓰지 않은 글은 아직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지 않은 글의 매력이란 숫자에 0을 곱하는 일과 같다. 아무리 큰 숫자를 가져다 대도 셈의 결과는 0말고는 없다. 뭐든 써야 뭐든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