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박희정 그림, 서현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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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책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작은 아씨들'이라고 자신있게 답할 것이다.

언니, 오빠에게 읽히려고 엄마가 들여좋은 '계몽사 소년소녀 문학전집 50권'은 언니, 오빠보다 내게 더 많이 읽혀졌다. 어릴 때에도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나는 50권의 책을 다 섭렵한 후, 마음이 외롭고 쓸쓸할 때마다 고민없이 '작은아씨들'을 뽑아들고 쇼파에 누워 네 자매 이야기에 빠져들었었다. '빨간머리앤', '알프스 소녀 하이디', '소공녀' 등의 책들도 읽긴 했으나 앤이나 하이디, 세라의 상황이 별로여서 '작은아씨들'만큼 좋아하지는 않았다. 닥친 현실도 녹록치 않은데, 책에서까지 힘들고 싶지 않았던 어린 시절 나만의 위로방식이었던 것 같다.

또래의 사촌언니가 있어 자주 이모네 놀러갔었는데, 그 집에는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좀 더 두꺼운 버젼의 '작은 아씨들'이 있었다. 사촌언니랑 노는 것도 좋았지만 우리집에 있던 책보다 자세한 묘사가 두드러진 '작은아씨들'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

그래서였을까?

어른이 되어 꼭 다시 읽고 싶었던 책이 바로 루이자 메이 올컷이 지은 '작은 아씨들'이다! BBC방송국에서 3부작으로 만든 미니시리즈도 당연히 보았고, 2019년 겨울에 개봉될 '작은 아씨들'역시 한껏 기대하며 기다리는 중이다. 요즘 읽고 싶은 예전 책들이 고전시리즈로 묶여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고 있는데, 어쩐지 순정만화책같이 보이는 핑크 표지와 눈에 쏙 들어오는 활자 크기, 무엇보다 상상 속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은 삽화가 있는 위즈덤하우스 책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만화가 박희정씨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특별 기획한 것이라고 한다.


거의 30년만에 이 책을 읽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간 느낌이 들었다. 당시 살았던 20동 2층 우리집 거실 쇼파에 누워 이 책을 읽던 열 살 꼬마의 내 모습이 보였다. 그 시절 내가 느꼈던 따뜻한 온기가 책을 읽는 내내 전해져왔다. 내 마음속 아이를 여전히 위로해 주듯이.


새삼 내가 놀랐던 것은 네 자매의 나이였다. 내가 이 책을 주구장창 읽었을때 분명 나는 막내 에이미보다 어린? 아니면 그 정도의 나이였을 것 같은데 지금 보니 메그와 조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 아무리 만 나이라지만 내 기억 속 성숙하고 사려깊고 심지어 독립적이기까지 한그녀들은 열여섯, 열다섯살에 불과했다. 어느새 나이를 마치부인만큼이나 먹은 나에게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들이 다정한 나의 언니들같다.


는 왜 이들 네 자매에서 위안을 얻었던 것일까? 교회에 다니지 않았었는데도 괜히 마음 둥둥 뜨는 성탄절(나 어릴 때만해도 크리스마스 캐롤이 저작권과 상관없이 거리마다 울려퍼지던 시대니까^^)과 연말파티 장면으로부터 시작하는 네 자매 이야기가 그냥 좋았다. 반듯하고 따뜻한 인격의 군목 아버지와 사려깊고 밝은 성품의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난 네 자매는 각각의 매력이 모두 다른 우애깊고 사랑스럽다. 메그, 조, 베스, 에이미. 어느 누구도 반짝반짝 빛나지 않는 인물은 없었다.


책을 읽으며 우리 언니, 사촌 언니, 나, 사촌여동생 이렇게 네 명을 대입해보기도 했었는데, 나이로 세번째인 나는 내 자신이 베스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도 했었고 성홍렬로 아픈 베스가 되는 것이 왠지 싫어서 상상 속 역할놀이는 그만 하고 나는 이중 누구와 비슷할까 고민했던 기억도 난다. 그 시절에는 씩씩하고 사려깊고 유머러스한 조를 닮았다고 믿고 싶었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보니 나는 베스와 많이 닮아있다^^;;;; 나는 당당하게 자기 표현을 잘 하는 에이미나 아름답고 허영심이 조금 있긴 하지만 다정하고 독실한 메그와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었다. 부끄럼많고 말수가 적어서 누가 부르기 전까지는 구석에 조용히 있다가 남을 도와주어야 할 때면 자기 일 하듯 열심히 기쁘게 나서는 사람 중 하나, 수줍음 많고, 집안 살림을 좋아해서 학교다니는 것보다는 집에서 애완동물과 인형을 돌보는 것이 좋은 열세살 베스. 내게는 그닥 존재감 없이 느껴졌던 베스가 이번에는 생생하게 살아서 나의 친구가 되어 준 듯 하다.


작은아씨들에 나오는 '천로역정'도 내가 참 좋아하는 책이다. 교회에서 고등부 아이들 가르칠때 마지막 이별선물은 언제나 '천로역정'일만큼 좋다. 천로역정을 읽게 된 이유도 작은아씨들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마치부인의 말은 이 책을 다 읽고도 여운이 남았다.


1868년에 1부가, 1869년에 2부(부제는 좋은 아내들(Good Wives))가 출판되어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한다. 그 이후 출간된 3부(부제는 작은 신사들(Little Men))과 4부(부제는 조의 아이들(Jo's Boys))까지 합치면 총 4편의 시리즈지만, 우리가 흔히 '작은아씨들'이라고 읽는 책은 아마도 1부가 아닐까 한다. BBC미드에서는 2부까지 그려져있었는데, 3~4부는 읽은 기억이 없다. 그러나 상관없다! 나는 10대의 그녀들이 좋은 거니까^^ 그녀들의 좋은 이웃이자 친구가 되어준 로리와 할아버지도 친근한 나의 이웃처럼 느껴진다.


튼, 새로 갖게 된 '작은 아씨들'책!

두고두고 마음이 외로워질 때마다 읽게 될 것 같다.

'작은 아씨들''은 나의 힐링북이다.



"천로역정 놀이를 하는데에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어.

우리는 언제든, 이런저런 방식으로 이 놀이를 하며 살아가지.

우리 짐은 여기 있고 길은 우리 앞에 있어.

선함과 행복을 얻고자 하는 갈망은

수많은 난관과 실수를 극복하고

평화가 있는 진정한 천상의 도시로 우리를 이끌어줄거야"

마치부인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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