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감정 날려버리기
마이클 베넷.사라 베넷 지음, 박지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부제는 '온갖 짜증나는 문제에서 벗어나 되는 일에만 집중하는 기술'이다.

뉴욕타임즈에서 44주(거의 1년이다 연속 베스트셀러란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읽어야할 밀린 책들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나의 리딩리스트에서 우위를 차지해 집중하며 읽었다. 아마도 요즘 '내 마음의 우물' 들여다보기에 많은 시간과 관심을 쓰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나를 둘러싼 짜증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기보다는 나를 자꾸 멈칫하게 하는 여러 감정들에 대해 어떻게 해결(?과연 해결방법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내지 희석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정신과의사인 아버지 마이클 베넷의 풍부한 경험과 코미디작가인 딸 사라베넷의 감각이 멋지게 어우러져 그동안의 '위로일색'이거나 막연한 희망고문같았던 문제들에 대해 냉정하고 실질적인 조언이 속 시원했다고나 할까?

여름을 지나면서 나의 생각과 어떤 결정에 서서히 스며들어 자꾸만 나를 망가뜨리는 이 감정은 무얼까? 궁금했다. 그리고 나를 숨막히게 하고 왜곡시키는 그 감정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의 관심사와 책의 주제가 일맥상통한 탓에 책은 술술 잘 읽혔다. 그동안 읽었던 심리처방이나 자기계발과는 다른 속시원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매 챕터마다 빠른 처방지를 통해 '원하지만 이룰 수 없는 것'과 '목표를 세우고 이룰 수 있는 것',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적어놓은 것들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내가 줄치고 싶었던 부분에 이미 빨간 줄이 쳐져있었던 것도 - 아마도 저자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인 듯하다.

우리가 살면서 피해갈 수 없는 감정의 요동침을 어떻게 핸들링할 수 있을까?가 나의 관심사여서 특히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은 '평정심, 자존감, 자기계발, 소통'에 관한 부분이었다. 저자는 '자존감 과잉이 더 문제이며, 자신감을 찾고 낙관적인 생각을 할 딱 한가지 이유를 찾고 싶은 것 조차 우리가 원하지만 이룰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존감 복음서에서 '자존감은 남들에 의해 지나치게 영향을 받거나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고 삶의 통제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필수 비타민'이라고 규정한 것 부터가 잘못된 출발이라는 것이다. 조건없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신이 즐기고 가장 잘하는 것을 찾아 몰두하는 등 분명 이런 노력이 가치는 있으나 이것을 당연한 과제처럼 여기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해결책을 스스로 책임지고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이 부분은 내게 왠지 안도감을 주었다. "~해야 한다"의 당위성이 넘쳐나는 자기계발서에 지쳐 있던 마음에 쉬어갈 수 있는 오두막을 만난 것처럼 말이다.

"자존감을 높이는 것만이 내 마음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힘든 감정은 참지 말고 무조건 발산해야 한다, 대화로 관계의 서먹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누군가의 중독을 내가 잘 설득한다면 그의 중독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다 등등" 우리를 둘러싼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깊은 이해가 있으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은 헛된 희망이라고 단호하게 말한 것도 내 맘에 쏙 들었다. 어차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거나 문제에 대한 완전한 통제력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이같은 이해할 수 없는 문제와 싸워야 하는 고통과 혼란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역시 문제의 뿌리에 도착하려는 많은 노력을 했었으나 돌이켜보면 엄청난 시간과 감정의 낭비로 이어졌다. 열심히 노력한 후 마땅히 주어져야 하는 회복력도, 따분하지만 기분좋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평균적인 상태도, 앞으로도 멀쩡한 상태를 유지할거라는 확신도 모두 원하지만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확인하면서 이상하게도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내게 수많은 사람들이 건냈던 "괜찮을거야" "다 잘 될 거야" 같은 가벼운 위로 내지는 희망고문...이런 것들에 너무 지쳤던 것이 아닌가 싶다. "왜 이럴까? 왜 더 나아지지 않는거지?" 초조함과 불안 속에 자꾸 좌절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왜곡된 자존감의 정의로 나를 할퀴고 상처준 것이다. 

 

이틀동안 꼬박 이 책을 집중해서 읽었다. 복잡했던 마음이, 피곤했던 마음이 왠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리가 되었고 토닥토닥 위로가 되었다. 그동안 내가 싸워왔던, 고민했던 문제들은 대부분(90%이상) 내가 원하지만 이룰 수 없는 것들이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참 오랜만에 책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장까지 읽을 수 있었다.

 

"당신은 어쩌면 고통은 크고 영광은 없는 고단한 싸움을 치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기를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 P1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