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카를로 프라베티 지음, 김민숙 옮김, 박혜림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처방해드립니다>

 

나름 책 열심히 읽고, 특히 문학에 대한 애정도 높다고 생각했던 나.

대학에서 문학까지 전공하고 가방에 책 한 권이 없으면 허전하다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때로는 허무맹랑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책 내용들에 질릴 때도 있다. 너무 많이 접하다 보니 그 중요성을 잊어버리고 있었달까?

 

 

그런데 오늘 이 책을 읽고 정말 새삼 깨달았다. 문학과 상상력의 위대함을 말이다. 제목대로, 난 정말 오늘 '좋은 약'을 처방받아 먹고 푹 쉬고 나은 느낌이다.

 

짧고 임팩트 있는 이야기 속에, 카를로 프라베티는 문학에 대한 애정과 펄펄 뛰는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그리고 그 속에 '책'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뭔가 가르치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절대 절대 그렇지 않다.

 

추리소설 풍의 이야기 속에 20개의 챕터가 있는데, 그 챕터마다 우리의 논리와 편견을 뒤집는 멋진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책을 거의 '먹어버릴 수밖에' 없는 느낌이었다. 그 많은 '놀라운' 궁금증 중에 '칼비나는 여자일까, 남자일까?'라는 궁금증 하나만 가지고도 이 책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듯.

 

초등학교나 중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읽기에두 좋은 것 같고, 나같이 소설 읽기 과잉에 배탈이 나 있던 어른들이나, "난 소설책은 안 읽어"라고 생각했던 어른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사이사이 들어 있는 일러스트도 재미있었고. ^^

<심장의 시계장치> 그린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렸다는!!

(특히 칼비나가 여자 가발 쓰고 피아노 치고 있는 그림!!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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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의 시계장치
마티아스 말지외 지음, 임희근 옮김, 박혜림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사랑을 현명하게 하려면 성숙해야 한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경솔하지 않고, 보듬어줄 수 있고, 거짓말하지 않고...
 
요컨대 사춘기의 사랑은, 그래서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이다.
 
팀 버튼 풍의 그림이 그려진 이 책을 처음에는 그림 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
점점 빠져들었다.
잭의 애절하지만 어리석은 사랑도, 복잡하게 꼬여버린
잭과 미스 아카시아와 조의 관계도, 모두 다 슬프다.
 
이들의 사랑은 껍질 안에 존재하던 이기적이고 유아기적 존재가
그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역할을 한다.
 
"너라는 존재 자체를 사랑해"라고 말하던 사랑,
그것은 결국 아스라이 사라져버린다.
해피엔딩이기를 내심 기대했지만.... 
 
판타스틱하고 우울한 느낌으로 묘사된 이 작은 이야기로
사랑의 달콤함뿐만 아니라 사랑의 처음과 끝까지 모두 맛볼 수 있었다.
 
끝은 몹시 씁쓸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더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달콤씁쓸한 다크초콜릿 맛의 소설.
 
너무 멋진 책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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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J.M.G. 르 클레지오 지음, 홍상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르 클레지오의 <사막>이 새롭게 나왔다는 소식에 구입한 책.

 
예전에, 이 책을 원서로 읽은 적이 있었다.
지하철- 그것도 사람들로 가득 찬 냄새 나는 2호선 안에서.
낡은 쇳덩이에 피곤에 절은 몸을 싣고, 양복 입은 아저씨들의 술냄새가 진동하는
열차 안에서, 나는 그 책을 꺼내 아무 곳이나 펼치고 몇 페이지를 읽었었다.
 
그리곤 몇 문장 읽지 않았는데 나는 마치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위의 모든 피로함, 적대적인 사람들, 불쾌한 냄새,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어느샌가 나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거센 바람을 맞으며 모래언덕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는 랄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시적인 동시에 웅장한 그 언어...
 
 
그때의 기억, 몇 장 읽지 않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이 책의 이미지였다.
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도 당연히 읽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원서로는 완독을 하지 못했기에 더욱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국어로 읽은 <사막> 역시 같은 감동을 내게 전해주었다.
 
전체 내용을 다 알고 나자 더욱 멋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묘사 하나 하나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스케일과 줄거리가 주는 감동 역시...
 
이 책에 빠져드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소설의 괴리감이 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그가 묘사하는 광경과 이미지를 그려보며 읽으면
왜 그가 노벨상을 탄 작가인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도시에서의 삶이 진저리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
이 책을 또다시 펼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 아프리카의 한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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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더 하우스 1
존 어빙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2권짜리 책을, 그것도 한 권당 꽤 두꺼운 이 책을 선택해서 끝까지 읽어가는 일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시작한 독서였다.

하지만 의외로 술술 읽히고 지루한 부분도 없어서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소설 뒤표지에 나와 있던 대로, 구불구불 넘실넘실 흐르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흐름이 말이다.
 
닥터 라치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세인트 클라우즈 고아원의 어린 호머, 그리고 멜로니. 그 이후 사이더 하우스에서의 삶. 월리와 캔디, 그리고 다른 인물들... 퍼지 스톤, 클라라, 고아원 운영이사회 사람들, 로즈와 로즈로즈......
그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이 엮이듯 이어진다.
 
 
소설 주제가 '낙태'이긴 하지만, 전혀 선정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어쩔 수 없이 임신을 하게 된 산모가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 우리는 어떤 입장에 서야 할 것인지, 생명이 생기면 낳는 것만이 도리인지 아니면 여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낙태를 해 주는 것이 옳은 것인지 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끔 한다.
 
닥터 라치의 그 커다란 임무- 그리고 결국 호머가 맡게 되는 그 임무.
우리는 그렇게 세상에 '헌신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있는가?
내가 하는 일은 세상을 위해 어떤 도움이 될까? 나는 어떤 쓸모가 있는 인간일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며 마지막 책장을 넘긴다.
소설가 존 어빙의 진지한 스토리 속 경쾌한 문체들이 역시 끝까지 발휘한다.
마지막 장을 읽어내려가며..... 얼굴에는 미소를 머금고, 동시에 눈물이 나왔다.
언제 스쳐왔는지 아직 아쉽기만 하다.
정말 감동적이고 멋진 소설이다.
19세기식의 끈끈한 스토리, 묘사, 주제..... 역시 소설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심각하지 않고 통통 튀는 21세기식의 유머까지...
 
존 어빙은 처음 접해보는데, 다른 책이 나오면 꼭 다시 읽어봐야겠다.
 
 
ps. 1권을 읽고 나서 너무너무 재밌다고 생각하며 2권을 읽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2권이 더욱 흥미진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말이 지어져서 그런가.....^^
책장에 이 책 두 권을 꽂아놓으니 뿌듯하다.
 
계속해서 또 읽고 읽을 책 목록이다. 한번 읽고 잊어버릴 책이 아니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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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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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디테일과 소설적 재미가 모두 불에 타버리고, 흰 뼈만 남은 듯한 소설.

즉, 모든 것이 소멸된 무 안에서 정신과 육체만이 고스란히 남은 인간을 그리는 소설.
그리고 그 '순수한' 인간이 가진 위대함을 그리는 소설.
 
어찌 보면 너무나 본능적일수도 있는 그 우직한 생명에 대한 갈망과 미래에 대한 희망.
 
가장 믿을 수 없는 존재이자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인 것이 바로 인간일 것이다.
인간. 연대의식. 희망. 사랑. 배신. 미래. 절망. 후회.
이 모호한 개념들이 소설 속에서는 가장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야말로, 예언서와도 같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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