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세계
리즈 무어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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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이를 먹고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아기가 어느순간 기어다니며 말을 하는 것이 순식간이듯, 건강했던 사람이 노인이 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늘 변할거 같지 않던 삶의 패턴이, 정교한 시계 부품처럼 다 맞아 떨어져 굴러가는 톱니바퀴가 작은 이물질에 의해 고장나듯 인생역시 변할거 같지 않는 불변의 느낌속에 많은 변화를 체험한다.


 우리내의 어린시절은 어떠한가. 80년대 생들의 공통된 체험이라면 IMF가 있다. 경제의 부흥기에 겪게 된 한차례의 부침.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공통된 경제상황은 각 가정들에 크고작은 영향을 미치었다. 정방향의 그래프처럼 쭈욱 이어질거라 믿었던 행복이 파동형 그래프처럼 고저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어린시절이라고 하면 어린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보호받아야할 존재인 어린이. 많은 것을 경험하고 지켜줘야 하며, 행복해야할 존재의 단어 어린이이다. 하지만 어린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와 같은 시대 같은 호흡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모를 거라 생각했던 어른들의 무서운 세계를 어른 옆에 호흡하며 피부로 느끼고 있다. 다소 반응이 느리고 표현을 못하더라도 어린이는 그 나름대로 충분히 어른들의 세계를 알아간다. 어린시절이라고 우리의 망각속의 이야기처럼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설은 얼핏보면 알츠하이머 병, 즉 치매걸린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수발하는 딸의 동화같은 이야기가 겉에 포장되어 있으나 알고보면 어른들의 무서운 세계속에 들어 있다. 일찍이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야 했던 15살 어린 주인공은 울타리가 벗어진채 사회속에 덩그라니 남았으며, 적응되지 않는 학교생활속에 어려움을 겪는다. 조금씩 철이 들수록 아버지와 아버지를 둘러싼 세계에 알아가며 충격을 받는다. 대체 아버지란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사람일까?


내가 봐왔던 시각과 점점 철이들며 아버지를 보는 시각이 다름에서 오는 충격은 버티기 힘들게 한다. 소설 제목인 보이지 않는 세계는 주인공의 아버지와 주인공이 만든 한 프로그램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소설의 흐름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기에 보이지 않는 세계, 리즈 무어의 장편소설은 미스테리하면서도 아름다운 가족애의 이야기로 매우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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