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지음, 이종인 옮김 / 동아일보사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녀의 소설 중 한 편을 간단하게 요약한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의 어그러짐은 아이의 유산으로 발생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줌파의 플롯을 만드는 기법이다. 이야기의 순서는 역전되어 있으며, '정전'이라는 하나의 사건이 두 사람의 관계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리고 남자는 교수임용을 앞둔 사내라고 (암시적인) 서술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남자는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은근하게 드러나 있다. 몇 가지 여성의 보편적인 감정에 독자들은 서서히 가랑비에 젖듯이 젖어가는 것이다.

그녀가 만든 일종의 의도적인 플롯이 하나 있다. 남자와 여자는 유산이 된 후 한동안 소원한 관계에 있다가 정전 때문에 둘 사이는 다시 옛 감정이 서서히 되살아난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제 둘 사이는 화해의 국면으로 다가선다고 암시를 한 후에, 결말 부분에 여자는 남자와의 별거를 제안한다.

그녀가 만든 플롯은 다분히 의도적이며, 계획된 수학공식처럼 소설이 짜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도덕적이다. 이것은 그녀의 소설기법의 양날의 칼이다.

어떤 의미로라도 소설기법은 발전하고 있다. 특히나 요즘의 추세는 모든 관념이 사물로 대치되는 현상을 보인다는 점, 소설 속의 시간의 흐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적절한 반어는 소설을 더욱 소설적이게 한다. 이 소설에는 도입부에 그런 문장이 나오는데, '미리 알려 주어서 고맙군요.' 라고 발화하는 여자의 육성이 그것이다. 이 여자는 누구에 대해 입이 퉁 튀어나왔는가? 정전 자체인가? 아니면 남편에 대한 시위인가? 아니면 보수하는 전기공사업체인가? 아무런 설명이 없이 소설 속의 긴장감은 질긴 고무줄처럼 탄성을 가지고, 독서의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도 아울러 확보할 것이다

이 소설의 전반부는 단절인데 반해 후반부는 화합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상반되는 이미지, 상반되는 상황이 역동적인 플롯을 구축한다. 그녀(줌파)가 만든 상황은 단절감을 '메마른 흙' '정전' '떨어진 단추' '떨어진 음식' '닳아 없어진 치솔'로 암시했다. 어떤가 멋지지 않은가 라고 그녀는 내게 속삭인다.

그러면서 메마른 흙' '정전' '떨어진 단추' '떨어진 음식' '닳아 없어진 치솔'등 이런 감각적 이미지들은 명사지만 사건과 결합시켜 동적 이미지를 생성한다. 그녀는 소설이 서사라는 걸 잘 아는 작가다. (묘사가 장황하다는 점만 뺀다면, 그녀는 단편의 규칙에서 어긋남이 없는 고전에 충실한 작가라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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