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전11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프루스트에게 감탄한 부분은 이런 부분일 것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평범한 일들, 그래서 독자들도 한번쯤 느껴보았던 보편적인 일들이 그에게는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되어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나는 어머니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 일동이 식탁 앞에 앉으면, 그 저녁식사가 계속되는 동안 나를 그대로 남아 있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며, 나의 아버지의 뜻을 어기지 않으려고, 엄마가 일동 앞에서는, 내 방에서 한 것처럼 내가 여러 번 입맞추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을.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제부터 식당으로 옮겨 가서 일동이 식사하기 시작하려고, 그 시각이 다가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면,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그토록 짧고 은밀한 입맞춤에 대비하기 위해, 나 혼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미리 해 두자. 내가 입맞추려고 하는 뺨의 위치를 내 눈으로 골라 두자. 미리 심기를 가다듬어,....*

*언제나 구슬픈 마음으로 내가 발을 딛곤 하던 이 계단에서 일종의 니스 냄새가 풍겼고, 그 냄새는 내가 저녁마다 느끼는 특별한 슬픔을 흡수해 버려 굳히고 있었는데, 모르면 몰라도 이 냄새는 내 감수성을 가장 심하게 해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후각의 상태에서는, 나의 이성은 이미 제 구실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명 중에 생긴 치통이, 물에 빠진 소녀를 계속해서 200번이나 건져 내려고 하는 노력이나, 몰리에르의 시구를 끊임없이 되뇌거나 하는 상태로 밖엔 지각되지 않을 적에 눈이 떠지고, 이지가 그러한 비장한 구조나 끊임없는 시구의 반복의 착각을 없애 주고, 치통의 의식을 환기시켜 주었을 때, 실로 커다란 위안을 느끼는 법이다. 내 방으로 올라간다는 나의 슬픔이, 이 계단에서 나는 특유한 니스 냄새의...*

어머니의 키스를 받고 잠자리에 들려는 아이 시절의 강박관념은 슬픔을 흡수해버리는 니스칠을 한 계단과 함께 프루스트에게 각인되어 있다. 이런 사소한, 하지만 그때의 아이였을 때의 프루스트에게는 심각했던 일들이 하나의 사건이 되어 훌륭한 이야기의 재목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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