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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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크리에이터'란 말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소문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창조적 활동을 하는 예술가를 지칭하는 것이고, 대문자 C는 창조자 혹은 조물주를 의미한다. 이는 다시 말하면 크리에이터의 손에서는 무슨 사물이든, 어떤 관념이든 변형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보르헤스를 환상문학가라고 흔히 머리에 떠올리듯이 가르시아 마르께스(이하 가보)에게는 항상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사실 문학에서 마술적인 요소는 문학이 태동되던 시기 때부터였다. 일리아드나 오딧세이, 그리고 세익스피어의 햄릿에서도 비현실적인 요인이 등장한다.(어떤 평론가가 한 말, '모든 예술은 궁극적으로 비현실적이다'라는 말을 인용한다) 그런데 19세기 주도된 리얼리즘이 문학 속에서 환상성을 거세한 후, (아마도) 카프카가 등장하기 전까지 소설 속의 비현실성은 문학의 비본질적인 요소로 매도되곤 했다.

마술적 리얼리즘
어떤 평자가 말했듯이 서로 대치되는 의미의 단어인 마술과 리얼리즘이 서로 묶여 새로운 조어가 된 단어인 마술적 리얼리즘은 전술한 바와 같이 고전부터 유래된 문학의 거대한 줄기였지만, 엄밀히 말하면 고전주의와는 다른 특색은 리얼리즘이라는 현실성의 결합 때문에 중요한 차이를 둔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두 번 다시 같은 물 속에 발을 담글 수 없듯이 심미성과는 먼 객관성을 긍정하건, 부정하건 문학은 리얼리즘에 영원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호세 아르카디오가 침실문을 닫자마자 권총소리가 집안을 진동했다. 피가 흘러내려 문 밑으로 새어나와, 거실을 가로질러 바깥길로 나가서, 울퉁불퉁한 테라스를 곧장 건너서 계단을 흘러내리고, 보도를 지나 터키사람들의 거리로 뻗어나가 길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았다가 다시 왼쪽으로 흘러나가서 곧장 부엔디아 집으로 흘러 닫힌 문 밑으로 들어가서는 응접실을 지나 양탄자를 적시지 않으려고 벽을 타고 가서, 다른 쪽 거실로 갔다가 식당의 식탁을 피해 멀리 한 바퀴 돌아서 베고니아꽃이 핀 현관을 통과하고 아마란타의 의자 밑을 거쳐서, 아우렐리아노 호세에게 산수를 가르치는 아마란타의 눈에 띄지 않고 식기를 둔 방을 빠져나간 다음 우르슬라가 빵을 만들려고 달걀 서른 여섯 개를 깨뜨릴 준비를 하고 있는 부엌에 다다랐다. '하느님 맙소사!' 우르술라가 소리쳤다.

카핏에 얼룩이 지지 않게 마치 자동차 핸들을 조작하듯이 피가 우회전을 하는 모습을 그려가며 아들과 어머니는 죽음의 순간에 재회를 한다. 그리고 이 소설의 도입부에 호세 아르까디오가 결투를 벌여 죽은 사람의 혼령과 만나는 장면들 역시 비현실적이다. 이 외에도 '백년...'에는 주관과 객관, 논리와 비합리적인 장면들이 서로 뒤얽혀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가 죽었을 때 '소리 없이 밤새도록 내려서 지붕을 덮고 문을 열 수 없을 만큼 집안에 쌓인 노란 꽃비, 하늘로 승천한 미녀 레메디오스 등이 있다.

그러면 마르케스는 왜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방식으로 이 소설을 써야만 했을까? 모든 소설은, 그리고 소설가는 리얼리티(현실성)이 포함되려고 애쓴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마르케스의 작품 '백년'에서 이런 비합리적인 요소들이 독자들에게 현실 세계에 존재했던,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느끼게끔 이 문장들을 쓴 게 아니다. 그것은 카프카가 <변신>에서 벌레로 변한 그레고리 잠자의 에피소드가 실재한다고 강요하지 않는 것과 같다.

아마도 (이것은 필자의 유추에 불과한 일이지만) 그가 이런 기법을 선택한 것은 가독력과 소설적 재미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 소설 도입부에 호세 아르까디오는 죽은 혼령(그는 가해자였으며, 정당한 결투였지만 살인자였다)과의 대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을 전통 리얼리즘 방식으로 서술한다면 아마도 호세 아르가디오의 죄의식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내적 독백이 필요했을 것이고, 조이스 였다면 의식의 흐름 방식을 도입했을 것이다. 대신 그는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서 혼령을 만들어 냈을 뿐이다 라고 나는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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