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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역 돈쥬앙 1
아폴리네르 지음 / 픽션뱅크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은 전래되던 '돈 주앙'과는 무관하고 이야기의 무대 역시 프랑스의 시골에서 시작된다.
샤트트르가 한 외설의 정의를 잠깐 떠올린다. 그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외설관을 제시했다. 정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은 어떠한 행위도 외설이 될 수 없고, 바람이 불어 치마가 당겨 올라가서 여성의 팬티가 우연히 드러나는 장면들처럼 비일상적인 장소에서 일어나는 행동은 외설에 속한다고 정의했다.
이 작품은 외설적인 면이 적지 않다. 구조 또한 망사형 구조로 되어 있다. 실제 포르노 영화를 보면, 망사형 구조로 되어 있다. a와 b의 관계가 a와 c의 관계로 바뀌어도 스토리 진행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한가지 특징은 포르노는 로맨스 소설보다 인간의 관능을 자극하지 않는 데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돈 주앙이기 때문에 아쉽게도 완벽한 망사형 구조가 될 수는 없었고, 파장형 구조가 되어 버렸다. 주인공 돈 주앙은 기관단총에 탄창을 끼운 다음 뭇 여자들에게 무차별 난사를 하기 시작한다. 행위의 필연성이나 개연성이 허술하다는 점은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이 인물의 욕망(심리)이나 철학 따위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점이 나를 심하게 당황시켰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을 읽어 보지 않았다면, 로브그리외가 '질투'를 썼을 때의 문체로 '돈 주앙'을 그려나갔다고 생각해 보시길...
아직 내가 그의 작품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아폴리네르의 시를 읽고 느꼈던 호감이 많이 반감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