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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꾼 외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7 ㅣ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19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박혜경 외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누가 가해자인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전되는 기이한 현상을 도스토예프스키는 포착한다.
어제 남작이 나를 모욕하면서까지 장군과 상대를 하고 또 내 일자리를 빼앗도록 강요하는 바람에 난 이제 남작과 남작 부인에게 용서를 구할 수도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남작과 남작 부인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온 세상 사람들마저도 내가 일자리를 다시 얻기 위해 벌벌 떨면서 용서를 빌러 간 것이 틀림없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로서는 남작이 내게 먼저 사과할 것을 바랄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 물론 그 경우에는 아주 적절한 표현을 써야 할 것이다. 가령 내게 모욕을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식으로 말이다.--313p
2.카니발
라블레의 작품 속에 나타난 카니발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속에 나타난 카니발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라블레의 작품 속의 인물들은 샴페인 잔을 들고 등장하는 반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속의 인물들은 각각, 체인, 사시미칼, 몽키스패너를 들고 몰려다니기 시작한다. 축제와 난장판의 차이다.
누구든 한번 그 길로 빠져 들면 그것은 마치 눈 덮인 산 위에서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이 점점 더 빨리 굴러 내려오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할머니는 저녁 여덟 시까지 하루 종일 도박을 했는데, 그때 나는 할머니와 함께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전해 듣기만 했다.
뽀따삐치는 하루 종일 역에 있으면서 할머니의 시중을 들었다. 그리고 할머니를 지휘한 폴란드 인들은 그날 하루만 해도 몇 번씩이나 바뀌었다. 어제 머리를 잡아당기며 옥신각신했던 문제의 그 폴란드 인부터 시작한 할머니는 그 사람 대신 다른 사람을 써 보았지만 알고 보니 앞의 사람보다 훨씬 더 형편없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그 사람을 쫓아버리고 먼저 썼던 사람을 다시 채용했다. 이 사람은 쫓겨나 있는 동안에도 줄곧 그곳을 떠나지 않은 채 할머니의 안락의자 뒤에서 사람들을 밀치며 쉴 새 없이 할머니 쪽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할머니는 마침내 심한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한편 쫓겨난 두 번째 폴란드 인 역시 좀처럼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한 사람은 오른쪽에, 또 한 사람은 왼쪽에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느니 얼마를 걸어야 한다느니 하면서 계속 말다툼을 하고 욕설을 퍼부었다.....397p
3 백치를 향하여.
여주인공 뽈리나는 <백치>의 나스타샤와 너무도 닮은 악녀다. 남자들에 둘러싸여 갈팡질팡하고, 돈을 사랑하지만 경멸하는 척 지폐를 집어던진다. 주인공 알렉세이 이바노비치는 그녀의 노예가 되어 있지만, 노예인 주제에 명령하고 싶어한다. 그녀를 사랑한 나머지 죽이고 싶은 극단적인 감정을 느낀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역시 대답은 하지 못했다. 아니 차라리 그녀를 미워한다고 대답하는 편이 낫겠다. 그렇다, 난 그녀가 혐오스러웠다. 그녀를 목 졸라 죽이기 위해 반생을 바칠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녀와 얘기를 끝낼 때면 언제나 그랬다. 맹세컨대, 만일 그녀 가슴에 날카로운 칼을 서서히 꽂아 넣을 수만 있다면, 나는 아마도 기쁜 마음으로 그 칼을 손에 움켜쥘 것이다.--26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