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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 조지 손더스의 쓰기를 위한 읽기 수업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2월
평점 :
제목에서 말하고 있듯이, 이 책은 소설에 대한 독서법 혹은 작법에 대한 책이다.
소설이란, 인간이 어떻게 살아하야 하는지, 무엇이 옳은 삶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소설이란 작가가 오래 동안 품어 왔던 고민을 독자와 공유하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 작가들이, 그 중에서도 톨스토이가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좋은 소설은 모두 그런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책은 (주제 면에서) 거장들의 작품의 훌륭함을 증명해낸다기보다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작가들이 자신의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을 사용했는지, 어떤 노력을 경주해 왔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손더스는 체홉에게서 다음 페이지를 읽게 하는 힘을, 톨스토이에게서 인과성의 중요성을, 고골에게서 거짓으로 진실을 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 중 특히 뚜르게네프에 <가수들>에 대한 장이 내겐 매우 흥미로웠다.
두 명의 아마추어 가수가 노래 배틀을 한다. 한명은 기술적으로 뛰어났고, 다른 한 사람은 음정도 살짝 불안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다. 어느 순간 승자는 결정이 나버린다는 이야기이다. 노래 경연하는 장면이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인데...
가수가 노래에 완전히 몰입이 되어 자기 목소리의 힘을 느끼는 대목을 묘사한 구절을 인용해 보면....
“석양의 주홍색 광채를 향해 비단 같은 가슴을 돌린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이따금 익숙한 바다를 향해, 낮게 내려앉은 피처럼 붉은 해를 향해 긴 날개를 펼칠 뿐이었다.”
“그는 노래했고, 음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매우 가깝고 소중한 어떤 것, 눈앞에 익숙한 초원 지대가 펼쳐지듯 가없이 먼 곳으로 뻗어나가는 엄청나게 거대한 것을 떠올리게 했다”
설 속에서 뚜르게네프가 묘사하고 있는 참새나 갈매기는 단순한 사물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과 대비가 되고 있으며, 어느 순간 응집된 하나의 관념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또 그런 측면을 손더스는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뚜르게네프의 <가수들>은 연작소설 <<사냥꾼의 수기>>에 수록된 단편이다. 그래서인지 강한 종지부를 가지지 않고, 결말부가 다소 밋밋해 보이는데, 이건 연작소설의 특성이라고 생각했다.
후반부의 에피소드는 소설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손더스의설명은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평소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에 비교할 만한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직 그에게만 가지고 있는 매력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이 챕터 하나만으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여담이지만,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미국인이 번역한 러시아 소설이다. 그걸 다시 정영목 님이 번역을 해서 두 사람의 해석이 들어가 버린 중역본이 되었다. 미국인들이 (창의적인) 의역을 하길 좋아한다는데,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집에 소장하고 있던 소설과 비교해서 읽어보면 뉘앙스 차이가 많이 난다. 어떤 부분에선 이 책의 영어 중역본이 더 직관적이고 현대적소설처럼 직관적인 표현이 많아서 읽기가 더 편했다.
책을 읽는 안목을 키워주는 좋은 책이라는 점에서 누군가에게 추천을 해 주고 싶지만, 600페이지가 넘는 좀 두꺼운 책인데다, 가격도 싼 편이 아닌데, 양장본이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