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 판독기. 이게 무슨 뜻일까요? 무언가를 예술로 만드는 조건의 기록. 대략 이런 의미로 지은 제목입니다.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 사이의 구분은 가능할까요? 대체로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많습니다. 상투적인 외관과 식상한 메시지를 담은 예술이 있습니다. 아니 그런 예술은 많습니다. 반면 장르로 볼 때 예술은 아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현상을 우리는 왕왕 만납니다. 이런 모순된 사정 때문에 예술을 정의하기란 항상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예술 정의의 불가능성에 힘입어 이 책은 판독 대상을 예술보다 언론 보도, 영화, 광고, 상품 등에서 찾았고, 이들로부터 예술됨을 읽으려 했습니다. 예술과 예술 아닌 것 사이에서 공통점을 살피고 제 견해를 덧붙인 게 <예술 판독기>의 전모입니다. 이에 앞서 펴낸 <사물 판독기>라는 책이 라면, 청 테이프, 아파트, 댓글, 미니스커트 등 주변에서 보는 일개 사물에 관한 촌평 모음집이었다면, <예술 판독기>는 예술적 속성에 좀 더 치중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