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빠는 함께 걷자 했고 우리는 산티아고로 갔다
조범수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18년 4월
평점 :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부자)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모녀)와 다릅니다. 모녀지간이 싸우기도 하지만 여성으로서 서로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면, 부자 관계는 상하의 개념이 엄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슬프지만 저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그렇게 지내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저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자라 결혼을 하고, 딸과 아들을 하나씩 두었습니다. 딸 아이를 키우면서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신체적 변화에 조심해 하면서 키우니, 사춘기가 지나서는 아빠인 저와 친해졌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제가 생각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아쉽고 그래서 격려보다는 질책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니 저와는 거리를 두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아들이 입영 통지서가 나왔다고 저희 부부에게 알렸습니다. 달력을 보았습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어떡해서든 이 아이와 친해져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것저것 놀러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는 계획을 짰습니다. 하지만 왠지 더 마음이 불안해졌습니다.
이 책은 아들이 입대를 준비하고 있을 때, 저도 아들과의 잠깐의 헤어짐을 위해 읽으려고 준비한 책입니다.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와 거리를 느끼는 아들이 800여 km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서로의 속도가 다르고, 길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마침내 여정을 완주하는 모습은 감동과 부러움의 그 자체입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며칠 뒤 아들은 백마부대 신병교육대로 입대를 하였습니다. 입대 전날이 6.25 전쟁이 일어난 지 73주년 되는 날이자,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이라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들은 훈련소 들어가기 전에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고자 우연히 들린 성당에서 운이 좋게도 마당에 나와 계신 그 본당의 주임 신부님에게서 강복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입소식 하는 내내 아들이 입대가 실감이 나지 않았었는데, 입소식이 끝난 후 저희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않고 대열을 따라 자기가 있을 생활관으로 이동하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아들은 그동안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강제로 끌며 성과를 내라 질책 하기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자신이 하는 일을 바라봐 주길 바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과에 대해 평가해 주기보다는 과정 안에서 격려를 바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자니,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군대를 먼저 다녀온 선배로서 앞으로 이 아이가 경험할 어려움과 고난이 예상되어 눈물이 났습니다.
그동안 아빠의 생각대로 의지대로 아이를 재단하고 평가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에 아들에게 이제야 미안함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역을 하면 저도 아들에게 함께 걷자고 할 생각입니다. 요즘 군 생활은 18개월로 많이 짧아졌습니다. 그래서 내년 12월 25일 아기 예수님이 오시는 날에 우리 아들도 예비군이 되어 저희 가족 품으로 돌아옵니다. 그동안 아들은 몸 건강히 나라를 지키고, 저도 열심히 신앙 생활하며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