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체험
안토니 블룸 지음, 김승혜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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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하느님께 기도할 적에 ‘시험을 잘 볼 수 있게 기도합니다.’ 기도를 들어주셨다면 시험을 잘 봤을 것이고, 그렇치 않다면 망쳤을 것입니다. 그럼 과연 기도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안토니 블룸의 “기도의 체험”은 전작인 “살아 있는 기도”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 있는 기도”를 읽고, 저는 “기도란 하느님과의 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중요한 시험이라면 스스로가 당연히 열심히 준비했을 것이고, 하느님께 기도를 통해‘저 열심히 했으니까 좋은 결과 있게 해주세요’라고 대화했을 것입니다. 만약 본인 스스로 열심히 하지 않고 기도로만 잘 되게 해달라면 이것은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요구에 불과한 것이겠지요.

그러면 ‘하느님과의 대화’만으로 기도라는 것이 설명될까요? 이 책을 읽고 그렇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대화라는 것은 상대를 생각하는 진실한 마음이 없이는 그저 나에게 다시 되돌아오는 메아리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기도하는 신앙인이 되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긴 책입니다. 기도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 아니라 기도하는 사람이 무엇을 깨달아야 하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기도의 은혜를 몸소 느낄 수 방법을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하느님의 부재’입니다.

여기서의 ‘부재’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안 계시는 듯 느낄 때의 그 부재의 느낌입니다. 하느님과 대화하고 싶어 그분께 찾아가려면 먼저 그분을 생각하고 그분을 따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기도를 위한 준비인 것입니다.

두 번째, ‘문을 두드림’입니다.

그분을 만나기 위해서는 마음의 문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 하느님과 만나기 위해 그분이 계신 곳 문 앞까지 찾아가서 그 문을 두드리는 것입니다.

세 번째, ‘내면으로 들어가기’입니다.

마음의 준비가 끝나면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하지만 막상 아무도 없음을 느낍니다. 그러면 그분을 만나기 전까지 준비합니다. 저자는 이때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시라’하고 권하고 있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가만히 앉아서 지루함과 마주하며 그분이 나오실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네 번째, ‘시간 활용하기’입니다.

기도는 현재에 자신을 놓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 방법으로 ‘할 일이 없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을 해보시라’고 말합니다. 침묵 속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침묵의 중심인 평온함 속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느님께 말씀드리기’입니다.

드디어 하느님과 만났습니다. 거기서는 하느님과 나의 관계는 ‘당신과 나’의 가까운 관계가 됩니다. 그래서 솔직하고 거리낌 없이 나의 마음을 털어놓고 ‘당신’의 응답을 기다립니다.

저는 지금까지 기도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신앙생활을 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기도하는 과정이 하느님께 찾아가서 나의 소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여정이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소중한 사람과의 약속으로 집을 나설 때처럼 외모를 단장하고,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 길을 나서 먼저 약속 장소에 미리 도착한 후 상대방을 기다리면서 만나서 무엇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할까 준비하는 것처럼 ‘기도’라는 것도 그래야 하는 것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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