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수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아 옮김 / 로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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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증조부 때부터 믿어 온 집안인 까닭에 기억하지 못하는 아기 때 유아세례를 받았고, 주일학교를 다니면서 첫영성체를 받았으며 중학생 때 견진성사를 받았습니다. 성인이 된 후, 혼배성사까지 이 모든 것을 같은 성당에서 받은 것은 저에게 큰 축복이었습니다.

 

학생 때 전례단 생활을 하면서 사제 성소를 꿈꾸며 예비 신학생 모임까지 나갔던 저는, 고등학교 동창생보다 성당 마당에서 어릴 적부터 뛰어놀았던 주일학교 동창생들과의 우정이 더 컸고 그것이 저의 신앙생활의 전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갔고 훈련소에서 초코파이만 주는 성당 대신, 초코파이와 콜라까지 주는 교회에 갔다 오면서 내가 믿어왔던 종교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핑계 때문에 주일 미사에 가는 둥 마는 둥 하던 청년 시절을 보냈고, 아이를 키우면서 겨우겨우 주일 미사를 나가면서 저의 부모님이 저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유아세례와 첫영성체와 견진성사를 받게 했습니다.

이렇게 아기 때부터 저절로 천주교 신앙을 가진 것처럼 신앙에 대한 고민 없이 저절로 미사만을 나가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나의 예수는 천주교 가정환경 안에서 자라 어린 시절에 세례를 받고, 신앙에 대하여 깊은 고민을 했던 엔도 슈사쿠라는 작가의 책입니다.

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그저 고민 없이 미사에 참례하여 성체를 받아 모시고 그렇게 한주 한주 중년에 나이까지 오게 되었지만, 엔도 슈사쿠는 성경도 읽으며 신앙에 대해 처절한 고민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 나의 예수는 그의 전작인 예수의 생애그리스도의 탄생을 마무리하는 책일 것입니다.

예수의 생애에서 인간 예수의 나약하고 무기력한 모습에서 지금까지 신앙 서적에서 볼 수 없었던 예수님의 생애를 그려 놀랐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믿는 종교의 교리 중에서 삼위일체 중 하나인 성자(聖子)’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의 탄생에서는 나약한 예수처럼 비겁한 제자들이 어떠한 ‘X’로 인하여 목숨을 내걸고 그리스도교를 전교하는 모습을 그리며 그리스도교의 탄생을 알립니다. 저는 이것이 삼위일체 중 하나인 성령(聖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예수에서 자신의 입맛대로 예수님께 환호하다 끝내는 조롱까지 하게 되는 어리석은 군중을 대신하여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후에 승천하신 예수님의 모습에서 이 모든 것을 성부(聖父)’께서 그리신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엔도 슈사쿠의 3부작 예수의 생애”-“그리스도의 탄생”-“나의 예수를 차례대로 읽었습니다. 세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과연 뭐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드는 생각이 신학에 있어서 깊이 성찰해야 하는 삼위일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예수는 이 책의 작가만큼은 아니더라도 저도 신앙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게 해주었습니다.

과연 라는 존재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살다가 어디로 흘러갈까를 생각하면 절대자이신 하느님을 의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을 사순시기에 읽은 덕분에 수난을 이겨낸 부활의 참된 기쁨을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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