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찾다
문재상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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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에서 길을 뜻하는 대표적인 한자 중에서 '길 도(道)'와 '길 로(路)'자가 있습니다. 이 한자를 분해해보겠습니다. 먼저 '길 도(道)'자 입니다.

'길 도(道)'는 쉬엄쉬엄 간다는 '착()'과 머리를 뜻하는 '수(首)'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바로 머리로 생각하며 천천히 가는 것입니다. 이런 뜻이 발전해서 ‘사람이 가야 할 올바른 바른길’이라는 의미로 확대되어 ‘도리’나 ‘이치’를 뜻하게 되었습니다.

'길 로(路)'자는 발을 뜻하는 '족(足)'과 + 각각을 의미라는 '각(各)'이 합쳐진 글자입니다. 바로 저마다 각자 발로 걸어다니는 곳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통행이 빈번한 길이나 도로라는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자는 세대를 거듭하여 내려오며 많은 의미가 추가되어지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하며 합쳐지기도 한 고전의 언어문자입니다. 그래서 해석하는 방식 또한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한문교육을 전공한 저는, 그래서 꼭 전범(典範)처럼 내려오는 문자학의 내용으로 공부하기보다는 스스로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한자를 공부하는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암기보다는 이해를 해야 잊혀지지 않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까닭이지요. 이야기가 따른 길로 많이 세었습니다.

이 책은 길[路]에서 길[道]을 찾으신, 또는 아직도 찾고 계실 한 신부님이 신학교를 다니다 군대를 막 제대하시고 (신체적으로) 열혈 청년이었을 때 40일동안 전국을 돌며 느꼈던 기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신학생임을 밝히지 않는다', '돈을 얻게 되더라도 쓰지 않는다.', '얻어먹고 얻어잔다' 등 나름의 원칙도 세웠습니다.

돈 한푼없이 가난을 체험하는 것은 보통의 정신으로는 행할 수 없는 일입니다. 처음엔 이 용기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글을 읽다보며, '나는 과연 가난한 자에게 어떠한 시선을 보냈나'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사실 이 책은 십여 년 전에 나온 책을 다시금 손을 본 개정판입니다. 저는 이 책을 그때도 사서 읽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감정과는 또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제는 표지도 세련되지고 가독성도 좋아졌지만, 그때 읽었던 제 마음 중 가난한 자를 대하는 마음은 발전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인생의 여정에서 저도 길[道]을 찾아 떠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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