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설레게 한 유럽 미술관 산책
최상운 글.사진 / 소울메이트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유럽여행준비]

나를 설레게 한 유럽 미술관 산책

글: 최상운 / 출판사: 소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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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진을 유난히 잘 찍던 후배가 있었다. 거창한 예술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사진을 기가 막히게 찍었었다. 그 후배가 아이폰을 사용했고, 나는 갤럭시를 사용했기에 처음에는 단순히 카메라 성능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원인은 카메라에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같은 핸드폰으로 같은 오브제를 찍을 때조차 내 사진보다 후배의 사진이 훨씬 더 예뻤다. 몇 달간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 나와 선배들이 내린 결론은 다음이었다. '사랑하는 마음'이 결과물에 반영되는 것이다! 

 

 


 

그렇다. 오브제를 향한 마음은 반드시 표출된다. 그 후배는 사진 찍을 때 혼신의 힘을 다해 찍었다. 남의 시선도 개의치 않았다. 온전히 사진 찍을 대상에게만 마음을 집중한 반면, 나는 그렇지 못했다. 어찌보면 이 마음의 차이가 결과물에 반영된 것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무언가를 알고 싶고, 무언가를 맡기고자 할 때 나의 판단 기준은 '전문성'에 있지 않다. 그 사람이 얼마나 알고 있느냐보다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사랑한다면 지식을 아는 것 이상(전문성)의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나를 설레게 한 유럽 미술관 산책》이 그렇다. 저자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사진의 매력에 빠져서 늦은 나이에 사진학과에 들어가서 공부를 했다. 그 후 우연히 눈길이 닿게 된 프랑스로 가서 조형예술과 미학을 전공했다. 파리 1대학 미학 박사 과정을 공부할 정도로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았나 보다. 이쯤에서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사랑했기에 그 분야의 '전문성'이 길러지는 건지 아니면 그 분야를 '전문가'가 될 만큼 공부했기에 사랑하게 되는건지. 아무래도 나에겐 전자가 올바른 순서인 것 같다.

 

 

<이런 예술을 책 한 페이지로 할애에서 본다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작품의 너비는 무려 40m>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되는 유럽 미술관 박물관 기행은 스페인을 거쳐,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에서 막을 내린다. 이제까지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봄직한 조각가, 작가, 화가들의 이름과 작품들이 소개된다. 아무래도 저자가 이탈리아 피렌체를 가장 먼저 설명하는 건 그곳에 대한 애정이 강해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 '수태고지'라는 말이 초반에 등장한다. 역사와 예술에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 처음 들어본 말이었는데 천사가 나타나 성모 마리아에게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가졌다고 알려주는 신비한 순간을 뜻한다고 한다. 이 테마를 주제로 여러 예술가들이 자신의 특색이 묻어난 작품들을 남겼다. 각각의 작품들을 살펴봄으로써 그 예술가가 살았던 시대상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혹적이다.


 


조금 생뚱맞은 결론이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에게 든 생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역사서를 꼭 읽어봐야겠다는 것이었다. 역사는 반복되고,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시대의 특성을 남겨놓기 때문에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지 않을까.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 중의 한 명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들도 나온다. 그중에서도 저자의 해설이 매우 흥미로웠던 《최후의 만찬》. 성서의 내용으로만 치부해버릴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인류에 대한 한 가닥의 성찰도 담겨있다.

 


 

단순히 '유다의 배신' 정도만 알고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저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니 그림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더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얼굴을 세심하게 살펴봄으로서 예수의 표정은 과연 무엇을 의미했을지 한 번 더 머리 속에서 음미하게 되었다.  


"여러 제자들 중 가장 눈에 뜨이는 인물은 예수 바로 왼쪽의 요한과 유다다. 상심한 표정의 요한은 마치 여성처럼 그려졌다. 레오나르도가 동성애자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인물을 두고 사실은 막달라 마리아라느니, 예수가 요한을 사랑했다느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 그리 이상해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그만큼 아름답다." - 나를 설레게 한 유럽 미술관 산책

 

 

위의 작품은 이 책에서 처음 접한 작품인데 보쉬의 《열락의 정원》이다. 150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쉽게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색채가 화려해서 놀랐다. 핑크라던지 연두색이라던지 색감이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다. 이 그림은 수많은 상징으로 가득 차 있어 아직도 완전히 해석되지 않는 작품 중에 하나라고 한다. 맨 왼쪽은 인간이 원죄를 저지르기 전인 낙원 부분이고, 화면 중간은 현세에서 누리는 쾌락의 날들이다. 인간이 자신들의 원죄를 깨닫지 못하고 계속 죄를 짓는 위험한 쾌락의 늪에 빠져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리고 오른쪽 부분은 (예상이 되겠지만) 육체의 즐거움만 찾았던 인간들이 지옥의 형벌을 받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림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작가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3번째 그림은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인데 수녀가 혼전임신을 했기 때문에 결혼을 하는 그림이라고 알고 있었다. (왜 이렇게 알고 있었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그 당시 유행했던 패션이 배를 볼록하게 만드는 것이었기에 이렇게 입었다고 한다. 이걸 보며 다시 한 번 느꼈다. 나의 무지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알아가야겠구나라고.

 

 


유럽의 명화 뿐만 아니라 이 외에도 유럽의 미술관 위치라던가 분위기까지 소개하고 있어 지금 당장이라도 유럽으로 여행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만약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과 함께 미술관을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유럽의 미술도 그렇다" 당신의 미술관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나를 설레게 한 유럽 미술관 산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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