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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시화선집
도종환 지음, 송필용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평점 :

살아가다보면은 누구나 희노애락을 경험합니다. 그것은 한 순간일수도 있고 얼마간의 지속일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사실은 그 감정이 영원하진않고 누구나 비슷비슷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어떠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면 그 속에 매립되어 자칫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종의 감상에 젖었다는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럴때 우리에겐 감정의 환기가 필요한데 한편의 시가 그런역활을 대신 해줄수 있습니다. 시인이 적어놓은 시는 영혼이 없는 무생물이지만 그것의 활기는 우리가 불어넣을수 있습니다. 함축적인 그 언어에 우리의 감정을 이입하고 의미를 찾아 침체되었던 감정을 일깨우는것은 분명 놀라운 일입니다. 모든 시가 그런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그럴수도 있다는게 매력입니다.

모든 시가 유의미한것은 아니지만 시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짧지만 강렬한 느낌일것입니다. 도종환 시인의 유명한 시중 하나는 '흔들리며 피는 꽃'입니다. 매우 좋아하는 시인데요. 길다고 미사여구가 화려하다고 전부는 아니라는것을 잘 보여주는 시입니다. 마음을 울리는 사람의 정신을 환기시켜주는 이러한 시는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사실 막연하게 시를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시절 문제를 풀기위해서 배웠던 시들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따라 세월의 때가 묻고 그러다보니 시라는것이 공부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나를 생각하게 해주고 위로해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중한 친구같은 느낌이 어느순간부터 들기시작했습니다. 그만큼 굳은살이 박혔다는 이야기겠죠. 예술이라는게 행위자의 네임벨류를 무시할수는 없습니다. 고은 시인과 무명의 아무개 시인의 시가 다르게 느껴지듯 사람은 보여지는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라는게 똑같은 시도 저마다 처한 상황에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아주 주관적인 문학이기때문에 청자의 몫이 큰것은 사실입니다.
도종환 시인의 이 시선집은 9권의 시집을 펴낸 저자가 각 시집에서 엄선한 시들을 그림과 함께 엮어놓은 시화선집입니다. 저자의 머릿말에서 보듯이 초판이 나왔었던 2007년에서 2014년까지 7년이라는 세월동안 저자의 생각도 변화한것이 드러납니다. 시를 대하는 태도나 의미에서의 변화는 한편의 시도 결국 변화가 가능하다라는 보여줍니다. 도종환 시인의 시는 주로 자연물과 연관이 많습니다. 흘러가는 강물이나 피어있는 꽃과 같은 대상들을 통해 삶의 통찰을 이끌어내는 시인이기에 그가 유명하고 친근한 시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