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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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는 사람, 도무지 여유가 나질 않는 사람, 몇 박스나 되는 시와 필사 노트를 가지고 있지만 시인이 되지 못한 사람. 읽는 내내 조금 불안아고 절박해졌다. 저 모습이 나의 미래 모습과 바르지 않을까 무서웠고 주인공과 닿아있는 내 마음을 느낄 때마다 먹먹해졌다. 그는 시인이 되었을까, 등단을 했을까, 독립 출판으로 시집을 엮었을까. 열린 결말 앞에서 나는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닫힌 해피엔딩을 원했다. 닫힌 해피 엔딩 같은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가 시인이 되길, 글을 계속 쓰기를 바랐다. 

  소설 곳곳에서 문학과 가까이 지내고 싶은 마음, 글을 쓰는 사라으로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엿보일 때마다 나의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 글을 쓰고 싶거나 쓰고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괴로우면서도 좋은 소설이다. 모두가 자신의 정류장에 서 있을 테니까.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데려다 줄 버스를 기다리며 각자의 밤을 보내고 있을테니까. 생각해야 할 것은 여기가 종착지가 아닌 정류장일 뿐이라는 것. 정류장을 언제든 벗어나 다음 정류장으로 갈 수 있다는 것. 우리가 보내는 밤의 모습은 모두 다르겠지만 우리의 마음은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이 밤에 흰 노트 앞에서 절망하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라는 것, 묘한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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