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어른을 위한 동화 4
안도현 / 문학동네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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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고래사냥이라는 노래의 앞부분이다. 덜덜덜 떨리는 선풍기 두 대가 전부인 학교에서 땀 뻘뻘 흘리며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때마다, 내 뇌리 속을 스치는 노래이다. 집 - 학교 - 학원이라는 끝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위에 살고 있는 우리들. 난 그 틀이 '감옥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를 박차고 뛰쳐 나가고 싶지만, 그럴만한 용기와 돈이 내게는 없다. 우리의 이런 반복되는 삶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 내 앞에 있다.

바로 안도현님의 '관계'라는 책이다. 이 책은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 동물과 자연 등 많은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 자신이 '소설과 동화와 에세이와 시의 중간 어디쯤'이라고 이 글의 성격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글에도 속하고 싶지 않아하는 그의 글에서 난 자유를 느끼고, 일탈에 대한 약간의 대리 만족을 경험한다. 어둠 속에서 느끼는 한 줄기 빛처럼 나의 마음을 감싸는 그의 많은 글 중 나의 시선을 가장 오래 끌었던 글은 '버들치를 기르는 시인'이라는 글이다.

아무튼 나의 삶은 참 소중하다. 가끔씩 가출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학교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 무조건 달리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나?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은 참 많고, 나는 혼자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사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 관계 속에서 내일을 살아갈 희망을 얻는다. 안도현님의 '관계'는 이렇게 행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갖고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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