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필사 - 나를 다시 꿈꾸게 하는 명시 따라 쓰기 손으로 생각하기 1
고두현 지음 / 토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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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라고 생각해왔었다. 시집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시를 달달 외우는 게 왠지 낭만적으로 보여서 흉내낸답시고 유명한 시집을 펼쳐들곤 했었다. 그런데 몇 번이나 시집을 읽어봐도 내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시가 없었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고 나선 시와는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어렴풋이 내가 시와 친해질 수 없었던 이유를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을 불편해하는 내 안의 조급증이라는 이유를. 그래서 다양한 필사책이 출간되는 요즘 색다르게 시를 필사하는 책 '마음필사'의 소개글을 보곤 이젠 시와 더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무언가를 할 때 온전히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게 어렵게 느껴진다. 머릿 속으로는 이걸 해야됐었나, 빨리 하고 저걸 해야겠다 등등 끊임없이 그 다음 스케줄을 짜게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에도 누군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조급증이 생겨 최대한 빨리 책을 읽으려 애를 쓴다. 시집도 그렇게 후다닥 읽었으니 남는 게 없는 게 당연할 것이다. 이런 내게는 '시를 필사한다'는 것이 하나의 해답이었다. 손으로 쓰는 속도에 맞춰 시를 읽음으로 시를 읽는 맛을 처음 알게 되었다.

 

 

'마음필사'는 왼쪽 페이지에는 각 장의 주제에 맞게 저자가 선별한 시나 책 속 구절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필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노트를 따로 준비할 필요 없어 좋고, 나의 손글씨로 채운 나만의 특별한 시집을 가질 수 있어 더 좋다. 서평을 쓰기 전까지 틈이 날 때마다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쳐 시를 필사했다. 짧으면 5분, 길면 10분 정도의 시간이지만 그 시간들이 내게는 힐링 그 자체였다. 시 속의 단어 하나, 조사 하나도 시를 지은 이가 고심하여 선택했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찬찬히 음미했더니 뭔가 내 마음이, 영혼이 한층 더 풍성해진 듯 하다.

 

시는 필사와 궁합이 딱 맞다. '마음필사' 덕분에 시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길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시를 대할 때는 옆에 노트를 두고 직접 손으로 써가며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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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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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씨의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읽었을 때 문장 하나 하나 버릴게 없구나 생각했었다. 독서를 하다 보면 마음이 가는 글귀를 노트의 빈 여백에 옮겨 적어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어지는 데 그 땐 넘긴 책장은 얼마 되지 않는데도 노트가 금방 채워지고 손목이 저릿저릿 아파 쉬어가며 책을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기만 하다. 그저 빈 공간을 채우고자 욱여넣는 글씨들이 모임이 아니라 마음 속, 영혼 속 깊은 곳으로부터 길어 낸 값진 깨달음들을 독자가 제대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단어 하나 고심하여 선택한 흔적이 느껴지는 진짜 책이란 생각이 들었었다. 나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품었었다.

사랑하는 딸을 먼저 하늘 나라로 보내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던 그가 혼자서 읖조리듯 써내려 가던 글이 쓰다 보니 딸에게 보내는 편지가 되고 한 편의 시가 되어 이 책에 담겨졌다. 앞에서는 딸 이민아씨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기억을 떠올리며 딸의 죽음 이후에 새롭게 그 순간들을 조명하며 얻은 깨달음과 지혜를 담은 에세이가 나오고 뒤이어 죽음이란 영원한 이별을 겪으며 쓴 시들이 책의 중반부를, 그 이후엔 딸과 아버지, 그리고 딸과 어머니가 나눈 편지들이 빼곡히 담겨져 있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으로 상실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그리고 하늘 나라에 있을 딸 이민아씨에게 우편번호 없는 편지가 바로 이 책이다.

​  *너는 지금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잠을 자고 있으니.
    내가 눈을 떠도 너는 없으니.
    너와 함께 맞이할 아침이 없으니.
    그래, 네가 어렸을 때 해주지 못한 굿나잇 키스를 이제 네 영혼을 향한 편지로 대신하려는 것이다.

​  *나와 똑같은
    슬픔과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당신고 그랬냐고.  

그는 딸의 죽음을 통해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이 말이 본격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자신과 생김새도, 살아가는 방법도 똑같은 사람과 길에서 마주친다면 보기 좋게 뺨을 후려칠 것이라고 앙케이트에 답했던 그가 이젠 자신의 약점까지도 사랑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남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큰 아들을 갑작스럽게 잃은 후 땅끝의 사랑에 고픈 수많은 아이들을 제 자식처럼 품었던 딸 민아씨처럼 그도 딸의 죽음이라는 고통과 고난의 시간들을 통해 더 많은 이 땅의 딸들을 품게 되었다 말한다.

​  *너는 한 아들을 잃고
   세상의 땅끝 아이들을 품었다.
   나는 딸 하나를 잃고
   더 넓은 세상의 딸들을 품는다.​

 ​

고통 속에서, 그리고 고통 이후에 더욱 빛나는 '사랑'을 글로 만날 수 있었다. 온갖 역경을 겪고도 "모든 시련과 고난이 내게는 축복이었다"라고 인터뷰 중 담담히 말했던 이민아씨의 말이 내 귓가에 맴돌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란 존재를 떠올리며 더 사랑하며 살아야지, 더 표현하며 살아야지 배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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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만들어 내는 노력의 기술
야마구찌 마유 지음, 김명선 옮김 / 이보라이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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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노력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술의 축적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 노력으로 얻은 것만이 정말 위대한 것이다.

* 노력을 완수하는 데 필요한 미래상은 5년 후도 10년 후도 아닌 '내일의 자신'이다.


학창시절에는 남들보다 적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결과를 얻는 것이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그것이 특별한 재능이자 능력이라고 치부했었다. 노력을 내 기준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하는 이들을 볼 때는 극성맞다고 생각하거나 낮춰 보기도 했었다. 그 시절을 훌쩍 뛰어넘은 지금의 나는 노력할 줄 아는 것이 얼마나 멋진 지, 그 자체가 능력이자 기술임을 알게 되었다.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몇년 전보다 꾸준히 무언가에 시간을 쏟고 힘을 쏟는 것이 수월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에 앞으로는 더 좋아질거야 스스로 격려하곤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내가 꼭 배우고 싶은 '노력'이라는 기술을 오랜 시간 갈고 닦은 사람이다. 도쿄대 3학년 재학 시에 사법고시 합격, 4학년에 국가공무원 제1종 시험 합격, 도쿄대 수석 졸업, 재무성 근무, 현재 변호사로서 일하는 그녀는 이 화려한 이력은 오롯이 그녀의 노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코 자신은 타고난 천재가 아니며, 모든 성과를 이룰 만큼 노력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이 멋져 보인다. 그녀에게 있어 무언가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그 무엇인가를 반복, 계속하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노력해야 할 대상인 그 무언가를 찾기만 한다면 계속, 반복 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책 속에는 올바른 노력을 위해 노력할 대상을 찾는 방법을 앞서 소개한 후에 노력을 시작하기 위한 방법, 계속하기 위한 방법, 완수하기 위한 방법이 차례차례 소개되어 있다. 이미 여기저기서 들어봤던 방법들도 있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방법은 목표를 항상 눈에 띄는 곳에 적어두지 말라는 것이었다. 컴퓨터 모니터 근처에 포스트잇으로 붙여 놓는 등 자주 볼 수 있는 곳에 목표를 적어 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감각해지게 된다는 이유였다. 그녀는 그 대신 목표의 키워드를 컴퓨터의 패스워드로 설정해 놓아서 컴퓨터를 켜자마자 목표를 떠올리며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배우고 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노력도 마찬가지인데, 노력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노력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는 나 같은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노력의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금새 읽어버릴 수 있을 만큼 짧고 간단한 책이라서 책을 읽는 노력도 버거운 이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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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맛 : 영어성경편 - 자꾸만 쓰고 싶어지는 잉글리시 핸드-라이팅 북
김경진.최나리.Ellie Oh 지음 / NEWRUN(뉴런)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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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시간의 간격을 두고 세 번 정독했던 게 내게는 최대였던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책일지라도 내용이 어느 정도 기억날 때 다시 펼쳐드기는 쉽지 않다. 안 읽은 책인 줄 알고 책장에서 뽑아 읽다가 거의 다 읽어갈 때쯤 이전에 읽었었구나 기억이 난 적도 있었다. 머릿 속에, 마음 속에 꼭꼭 새겨두고 싶어 열심히 읽었던 책인데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으면 언제 읽었었나 싶을 정도로 기억에서 사라져 있곤 하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자주 접하고 반복해서 접하는 책은 성경책이다.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필사를 하면서 절로 겸손해질 수 있었다. 눈으로 쓱 읽을 때와 손으로 한글자 한문장 반듯하게 써내려갈 때가 완전히 달랐다. 성경책에서도 맨 앞에 있는 창세기는 매번 성경을 읽어야지 다짐할 때마다 손때 묻히며 열심히 읽었었는데도 필사를 하다가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종종 있다.

 

얼마 전에 우리 나라의 단편 소설 몇 편을 책에다 바로 필사할 수 있는 시리즈가 나온 것을 보고 참 좋은 아이디어란 생각을 했었다. 보통 책을 베껴쓰기 위해선 책과 함께 노트도 필요해 집에서가 아니면 쉽사리 도전하기 어려운데 책 한 권만 가지고 다녀도 되니까 말이다. 뉴런에서 출간된 '필사의 맛' 시리즈는 (다음 편이 계속해서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 더 특별하다. 읽기 더 힘든 영어문장들을 필사할 수 있는 책이란 점이. 전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영어성경 중 창세기의 일부를 담아 내어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영어문장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책의 구성은 왼쪽 페이지에는 상단에 한글로 된 본문이 작게 실려있고 아래에는 영어원문이, 오른 페이지에는 한 문장 한 문장 따라쓸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 있고 이어지는 페이지에서는 한 문장 한 문장 다시 끊어서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공간이 널찍해서 여러 번 따라 써도 될 것 같다. 영어성경 버전은 NIV가 맞는 듯 하다.

 

필사 한 번이 책을 일곱 번 읽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  손으로 쓰는 속도가 읽는 속도에 비해 현저히 느린 덕분에 눈으로도 여러 번 보고 속으로도 천천히 되뇌이고 또 내가 따라 쓴 문장도 또 읽고 곱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괜시리 마음이 복잡하고 분주하기만 할 때 책상 앞에 앉아 필사를 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지나치게 빨라져있는 나의 시계가 원래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책상에 앉아 펜을 집어들게 되는 게 바로 필사의 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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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 정명공주와 광해군의 정치 기술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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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華政)'은 '빛나는 다스림' 혹은 '화려한 정치'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의 최고의 여성 서예가로 평가 받는 정명공주가 남긴 처세훈이다. 그녀의 삶을 돌아봤을 때 '빛나는 다스림'으로 해석하는 게 적절할 듯 하다. 임진왜란 직후에 태어나 선조, 광해군, 인조, 효종, 현종, 숙종까지 여섯 왕과 함께 했던 그녀는 서궁 유폐 시절에 '화정'이라는 글씨를 남겼다. 냉정하고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정치 세계에서 살아나기 위해선 화정의 정신이 필요했을 것이다. 여섯 왕의 정치, 즉 다스림 속에서 화려하지도 눈에 띄지도 않지만 빛나는 그녀의 다스림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울리는 힘이 있다.

 

특히 남의 허물을 입에 올리지 않아야 한다는 정명공주의 원칙은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한 마디 말, 남의 허물을 들추는 행위로 인해 죽는 일이 허다했던 그 시대에 그녀가 세웠던 원칙은 격랑이 휘몰아쳤던 그 시절 그녀가 83세의 나이까지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세상사 가운에 정치가 아닌 게 없다고 말한다. 갈등 관계에 놓이기를 최대한 피하려 하는 나지만 최근 피할 수 없는 갈등때문에 괜히 상대방을 마음으로 비난하고 험담을 했었다. 그럴수록 상대방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화가 더해졌던 것 같다. 내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했음을, 나를 둘러싼 상황에 휘둘리기만 했음을 깨달았다. 단순한 원칙이지만 지금의 내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명공주가 존재했음을 알았고, 워낙 역사를 잘 몰랐기에 여섯 왕의 행적을 글로 만나며 사건 하나하나가 새롭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확실히 여섯 왕 중에서는 광해군을 다루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긴 하다. 내게 광해군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폭군'이었는데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구나, 한 사람의 생애를 쉽게 단정짓는 오류를 실생활 속에서도 쉽게 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조금 더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쏟고 배워가야 겠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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