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옷장의 비밀 - 美친 존재감의 심리
임윤선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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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에 옷은 가득한 데 정작 입을 옷이 없다고 느껴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솔깃할 것이다. 나도 같은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어떨 땐 가득찬 옷장을 싹 비우고 다시 하나하나 채워놓고 싶다는 생각도 할 정도로 옷이 많은 지금이 불편했던 것 같다. 입고 다니는 옷이 몇 벌 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세련되게 옷을 잘 입는 인상을 주는 사람들이 주위에 간혹 보인다. 당당해보이고 자유로워 보인다. 이전에 정말 입을 옷이 얼마 없을 때에는 옷 하나에 큰 돈 들이는 것보다 같은 돈으로 여러 벌의 옷을 사는 게 좋았었는데 이젠 비우는 법을 배워야 될 때인것 같았다. 이 책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었지만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조금 달랐다. 좋았던 점도 있지만 아쉽기도 했다.

책을 읽고 좋았던 점은 중간중간 심리테스트가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에 '패션을 통한 자기 발견' 테스트가 지금의 내 쇼핑패턴의 근본적인 이유를 깨닫는 데 도움을 줬다는 점이다. (솔직히 대부분의 테스트가 지문 중에 하나를 고르면 그것으로 성향을 판정짓는 유형이어서 납득이 안되는 부분도 있었다.) 옷장을 가득 채워왔던 나의 저변에는 어릴 때 촌스러운 옷차림으로 놀림을 받았던 기억이 깔려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충동적으로 옷을 구매할 때도 있긴 했지만 옷장을 채워온 과정이 불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이젠 내게 어떤 스타일의 옷이 잘 어울리는 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게 되는 유익도 있었다. 다만 이제는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할 뿐이다.

책을 통해 얻은 한 가지 팁은 옷장에 있는 내 옷들과 더 마주해야 된다는 것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 옷이 있었는지 모른채 한번도 못 입고 지나치는 옷들이 있었다. 문제는 가득찬 옷장에 대한 불편한 심경이, 지금 내게 어떤 옷이 있는지 보는 것조차 막았다는 사실이다. 옷장을 열고 내게 있는 옷들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잡지에서 비슷한 옷을 찾아 오려 여러가지 방법으로 머릿 속에서 코디도 해보고 내게 있는 옷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우선이란 걸 배웠다.

이제 책을 덮고 내 옷들을 만나러 갈 때이다. 옷을 통해 과거의 나도, 그 시간들을 거쳐오며 성장한 현재의 나도 만날 수 있다. 옷에 담긴 추억들, 그 때의 내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다면 입을 옷이 없다는 불평은 쏙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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