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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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오늘의 책' 코너에서 소개된 글로 처음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소개글을 읽고 꼭 읽어보고 싶다고 위시리스트에 적어뒀었는데 좋은 기회에 이 책을 직접 읽게 되어 좋았다. 번역이 잘 되어서 그런지 매끄럽게 읽혔고 책을 받자마자 뒷 내용이 궁금해서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왜 이 책 제목이 '슬픈 카페의 노래'인지 책을 다 읽고 하나하나 떠올려보니 저절로 수긍할 수 있었다. 기괴하기고 하고, 우습기도 해서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슬품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멋진 남자 주인공과 예쁜 여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쉽게 접할 수 있다. TV만 틀어보아도 깎아 놓은 듯(실제로 깎는 경우도 있다.) 조각 같은 외모를 가진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들이 흘러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적인, 또는 내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사랑 받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화 '미녀와 야수'가 다른 사랑 이야기들보다 빛나 보이는 이유는 외적으로는 흉측한 야수의 내면을 깊이 사랑한 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외면도, 내면도 사랑의 대상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꼽추가 등장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키가 크고 튼튼한, 다리엔 털이 복슬복슬한 건장한 여자 주인공은 왠만한 남자들보다 사업 수완이 뛰어나며 성격 또한 냉정하기 그지 없다. 이런 여 주인공을 사랑하게 된 남자 주인공 1은 마을의 순진한 처녀들을 홀려서 결국 짓밟는 훤칠한 외모의 소유자이며 온갖 악행을 일삼는 악한이다. 어떻게 해서 여 주인공과 결혼하게 되지만 열흘 만에 비참한 꼴로 재산까지 빼앗기며 쫓겨난다. 역시 이 여자 주인공은 결코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인가 싶은 즈음 소설 속 묘사 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비굴한 꼽추가 등장한다. 그녀는 이 꼽추에게 빠져 헌신적인 사랑을 바친다.

 

이 소설을 읽고 소설의 내용을 떠올렸을 때 '사랑' 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기조차 싫었다. 내가 생각하고 꿈꾸는 사랑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 주인공이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단순한 집착이나 광적인 행동일 뿐이었다고 말할 순 없었다. 사랑에 빠진 전형적인 여자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며 여자는 평소의 모습과는 달라진다. 사랑하는 그의 모습을 닮아가기도 하고, 그가 원하는 모습을 덧입히기도 한다. 수년 간의 시간동안 한결 갈이 그의 주위를 맴돌고, 보살피고,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가는 그녀는 분명 사랑을 하고 있었다. 사랑은 왜 사랑에 빠졌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좁고 계산적인 사랑관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이 소설 속 사랑을 하고 싶진 않다. 일방적인 사랑은 슬플 수 밖에 없기에. 나를 바꾸어야만 지속할 수 있는 사랑은 더이상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젠가는 앞뒤 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사랑,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상대방의 특별한 모습을 발견하는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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