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형 이야기 생각하는 숲 13
모리스 샌닥 글.그림,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책을 이야기할 때 꼭 거론되는 그림책 작가 모리스 샌닥. 글을 쓸 뿐 아니라 그림까지 그리는 그는 많은 이들의 어린 시절을 풍요롭게 해준 「괴물들이 사는 나라」, 「깊은 밤 부엌에서」 등의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나의 형 이야기 」는 모리스 샌닥이 2012년 작고하기 나흘 전까지 최종원고를 검토했던 그의 유작이다. 어릴 적 책 읽기에 소홀했던 나에겐 이 그림책이 모리스 샌닥과의 소중한 첫 만남이다.

 

"어린이의 갈등이나 고통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허식의 세계를 그린 책은 자신의 어릴 때의 경험을 생각해 낼 수 없는 사람들이 꾸며 낸 이야기이다. 그렇게 꾸민 이야기는 아이들의 생활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가 1963년 칼데콧상 수상 시 밝힌 수상소감이라고 한다.

그의 말처럼 그의 작품들에는 그가 겪은 갈등과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나의 형 이야기」는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형과 50년 간 연인이었던 유진 글린을 잃었던 깊은 슬픔으로부터 쓰게 된 작품이다. 작품 속 형은 실제 모리스 샌닥의 형이었던 잭 샌닥과 같이 이름이 잭, 동생은 가이로 나오는데 두 형제의 이별은 지구가 두 동강이 나면서 시작된다.(다른 표현으로 이만큼 이별의 아픔의 크기를 표현할 수 있을까.) 형을 찾기 위해 지하세계로 내려가는 것도 불사하는 가이의 모습 속에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 희곡 '겨울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구절과 아름다운 삽화가 그림책에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이전에 그렸던 그림책들보다 좀 더 흩뿌려진 듯한 그림체에 수채화풍의 그림은 죽음과 이별이라는 소재의 무거움과 신비함, 슬픔을 담아내고 있다. 그림책은 이해하기 쉬운 책이라 여겼었는데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은 몇 번을 곱씹어 보아도 더 봐야 될 것 같은 그런 책이다. 글도, 그림도 더 숨겨진 무언가가 있는데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들었다.

 

마지막 장면 속 잭과 가이가 다시 만나 가이가 형에게 속삭인 "잘 자, 우린 꿈 속에서 보게 될거야"라는 말이 죽음 이후 만나게 될 사랑하는 이들에게 하는 말인 것도 같지만 그동안 꿈같은 세계를 같이 공유했던 그의 독자들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같기도 해서 그동안 모리스 샌닥에 대해 알지 못했던 나조차도 그와의 이별에 마음이 아파왔다.

 

상실과 이별에 대한 슬픔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결국은 죽음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마무리되는 「나의 형 이야기」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소장가치가 높은 그림책이라고 평하고 싶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깊은 밤 부엌에서」를 이어서 읽게끔 만든 그와의 첫만남이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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