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걷기 - 아이의 문화지능을 키워주는 독서여행
홍지연 지음 / 예담Friend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5년 전쯤 오스트리아 빈에 갔을 때,
가기전 여행 계획을 짜면서, 오스트리아 중앙 묘지에 갈지 말지를 고민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그 곳.
결국 그들의 비석만 보고 올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향한 그 곳에는, 그 이상의 선물이 있었다.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 요한 스트라우스, 브람스까지 음악가의 묘지에 모여있던 그들이 누워있는 그 곳에서,
나는 어떤 것보다도 큰 벅차오름을 느꼈다. 그들의 음악을 들을 때도 좋았지만, 그들이 한 데 모인 그 곳에서
울컥하는 것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동 때문이었다.
이처럼 예술가들이 남긴 산물을 우리가 누리는 것도 좋지만, 직접 그들이 있던 곳이나 사용하던 물건들, 그 산물을 낳은 배경이 되는 곳들을
체험한다면, 우리 아이들 또한 그 시대의 문화를 마음 속에 잘 향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아이가 책을 많이 읽기를 바라지만서도 책만 보는 책벌레보다는 책을 통한 간접 경험과 더불어 직접경험으로 풍부한 지능을 가진
아이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선택했다.
"책걷기"라...
작가는 책의 이름을 놓고 고심한 결과, 말그대로 책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걷기라 정했다고 한다.
딸이 책걷기를 하고 싶은 장소 선정을 먼저 하고,
여행 일정을 계획하고,
떠난 여행지에서 엄마와 딸의 짧은 에세이를 남기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 책은
우리 아이에게 진정한 독후활동을 뭘 해줄까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좋은 예시도 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중,고등학교 시절 관심있게 읽었던 문학의 작가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이런 방법으로 탐구할 수 있는 데에 감사했다.
책만 읽었을 때와 달리 작가의 배경을 알게 되니, 작품을 다시 읽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한때 텔레비전 만화와 함께 책을 읽으며 당당한 여자의 모습을 꿈꾸게 하던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
다소 충격적이었던 마녀사냥 이야기, 너대니얼 호손의 "주홍글씨"
모험심과 탐험심을 키워주던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잔인하면서도 추리소설의 시초가 된 애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다소 끝까지 읽기는 힘들었지만, 선장의 복수심과 고래 중에 어떤 것이 이길까 궁금해서 본 허먼 멜빌의 "모비딕"
동양의 이야기를 진짜 동양사람처럼 잘 그려낸 펄벅의 "살아있는 갈대"
그 밖의 월든, 인생찬가, 가지 않은 길, 죽음 때문에 멈출 수도 없는 일이기에, 자기 신뢰, 순수의 시대...
각 작가와 관련된 장소와 박물관, 책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해 직접 가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이 책을 읽고나면 두 가지 마음이 샘솟는다.
먼저 우리가 좋아하던 문학작품의 작가들을 찾아 딸과 함께 여행을 계획하고 렌트카로 운전하며
외진 곳까지 다닌 작가의 노력과 열성이 참 부럽고,
또 하나는 나고 가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조금만 더 크면,
방학 때 작가처럼 우리 아이들이 감명깊게 읽은 책을 선정해
작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 시절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이런 좋은 계기를 제공해 준 책걷기 작가에게 너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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