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5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김근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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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diot

 

기적같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다니. 아주 얇은 책인 줄 알았더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만큼 두껍다. 아침에 아인슈타인 베이글집에서 읽기 시작했다. 서서히 글이 들어왔다. Prince

 

Myshkin, General Epanchin, Nastasya Filippovna, Mr. Rogozhin등의 인물 등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스위스에서 기차로 도착한 미쉬킨이 에파친장군의 집에 도착하여 하인과 나눈 프랑스 교수형의 이야기, 장군의 사무실로 안내되어 나눈 이야기, 그가 아무 재산도 친척도 거처할 곳도 없는데 순수하고 여유로운 자태에 대하여 보았다. 점점 매력이 생긴다. 그를 만난다는 자체가 편안하고 기대가 된다. 다행히 그는 책을 많이 읽었으며 글씨필체가 명필이어서 그로 인해 일거리를 장군이 소개시켜준다. 그리고 장군부인과 세 딸에게로 안내되는 장면까지 읽었다.


신학서적과는 달리, 문학작품의 영어가 형용사 등이 많아서 어렵게 느껴졌다. 점점 읽으니 친숙하게 와 닿았고 대충 흐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7년도 내에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하면 훨씬 빨리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기도 하고…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10개짜리 테이프를 보았는데 참 인내가 필요했다. 결국 대작의 뭔가를 느낄 수 있었는데, 당시의 배경, 러시아 문화, 역사, 상류사회, 러시아의 이름 등에 대하여 배울 수 있어서, <백치>를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러시아 문학을 접할 때 좀 더 자신감이 생겼다.

미쉬킨 prince Epanchin장군집에 도착하여 그의 먼 친척인 장군부인과 세 딸과 대화하는 장면이 재미있다. 주로 스위스에서의 경험과 프랑스 리용에서 목격한 참수형 장면들을 극적으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두 세 번 나온다. 5분 밖에 주어지지 않은 사람의 눈에는 만물이 어떻게 보일까?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 막내 딸(?) Aglaia가 그림을 그리는데, 그림그릴 소재 좀 알려달라고 하니까 참수형을 당한 사람의 얼굴을 그릴 것을 제안한다. 딸들은 삶에 대한 미쉬킨의 진지한 태도에 그를 경건주의자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주인공 나스타샤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최고의 미인이지만 그녀의 가정은 몰락하여 다른 사람의 신세로 4년간 최고의 개인 교육을 받는다. 그에게는 아름다움과 단순성과 함께 경멸과 분노가 새겨져 있다고 미쉬킨은 사진을 보면서 그녀의 얼굴을 그렇게 읽었다.

 

내가 가장 재미 있게 읽은 장면은 미쉬킨이 스위스에서(불어사용) 어린이들을 좋아했으며, 그가 만난 소외되고 불행하게 살다 죽은 Marie에 대한 사랑아닌 사랑이야기를 장군의 세 딸과 장군부인에게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1 6권에 나오는 장면이다. 그는 짓굿은 어린아이들을 친구로 만들었다. 모두 Marie라는 동네에서 저주받은 여인처럼 취급받는 여인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미쉬킨은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았고, 자신이 어린아이 자체라고 말한다.

 

어린아이는 환자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으며, 어린아이는 어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고 한다. 어른들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을 자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는 글이다. 정말 나도 어린아이의 단순성과 순수함을 회복하고 싶은 열망이 생긴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을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어른들은 어린아이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우리 아이들 생각을 했다. 식언이 멀쩡하여 모든 것을 느끼고 알고 있는 어린아이들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회는 순수함과 단순함으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기에, 미쉬킨을 속으로 좋아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은근한 위협을 받는다. ‘저렇게 살아서는 이 세상에 적응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나는 미쉬킨이 사람의 얼굴을 그토록 잘 읽을 능력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새롭다. 그는 이제 러시아에 와서 머리 둘 곳이 없으며, 어린아이를 좋아하며, 그는 투명한 눈을 가졌다. 이런 것들은 예수님을 연상케 한다. 나는 이 소설이 <백치>로 번역하는 것보다 <바보>라고 번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치아다다라는 소설이 있지만, 백치는 미치광이, 저능아 등의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미쉬킨은 지성인이며, 삶을 바라보는 안목과 통찰력이 탁월하며, 늘 죽음을 염두하고 살아가는 삶에 눈 뜬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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