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03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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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를 잘 모른다. 시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의무 교육을 받을 때 공부했던 것들이 마지막이다. 그 뒤로는 내가 자발적으로 시집을 찾아서 읽은 적이 없다. 학창시절에도 국어 시간에 시가 가장 어려웠다. 함축된 단어들로 이루어진 문장 혹은 구절들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단어들 안에 담긴 시인의 의도를 하나하나 찾아보고 곱씹어 보는 행위가 나한테는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다 커서 어느 날 <바다를 잘 있습니다>를 읽게 되었다. 시들이 문장들로 이루어져서 그런지 소설만 읽던 나에게는 익숙했다. “마음속 혼잣말을 그만두지 못해서” “그만두었을지도 모를 시”를 계속 썼다는 시인의 말처럼 수록된 시들이 작가가 하루하루 살면서 속에 있던 마음을 꺼내놓은 혼잣말 같았다.

많은 시들 중에 기억에 남는 시는 가장 처음에 실린 <살림>이다. 맨 처음에 읽은 시라서 그런지 아니면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장면이 잘 그려져서 그런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시의 화자는 “일일이 별들을 둘러보”는 일을 새벽까지 한다. “하늘 맨 꼭대기에 올라가” “압정처럼 박아놓은 별의 뾰죽한 뒤통수”를 보는 화자의 모습이 수채화로 그린 듯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 장면이 굉장히 낭만적이라고 느꼈다. 제목인 <살림>은 살림살이를 뜻하는 살림 혹은 ‘살리다’의 살림 두 가지 뜻이 떠올랐는데 찾아보니 ‘살림살이’ 할 때의 살림도 가정을 살린다는 뜻이라고 한다. 별들과 달을 둘러보며 살림을 돌보는 화자가 왜 이렇게 외롭게 느껴지는 걸까? 매일 혼자 새벽까지 별들 사이의 “헐렁해진 실들을 하나하나 매주”고 “많이 자란 달의 손톱을 조금 바짝 깎아주”고 제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상상하니까 풍경은 참 낭만적인데 마음은 쓸쓸해진다.

나는 시에 대해서는 정말 쥐뿔도 모르지만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있었다. 나는 아직 단어를 정제할 줄은 몰라서 그 감정들에 적절한 설명을 붙이지는 못하겠지만, 시를 읽는 것이 내 마음에 좋은 활동이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앞으로 종종 시집을 찾아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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