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민정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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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되어서야 18년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알라딘에 접속할 때마다 메인에서나 이벤트란에서 자주 보았던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눈에 익은 단편 소설 제목들이 친숙함으로 다가와서 책을 펼치게 되었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 작가들의 초기작들이니 호기심이 생겼다.


모든 작품이 다 좋았지만 그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세실, 주희>와 <가만한 나날>이다.


<세실, 주희>는 대상작인 만큼 힘이 넘쳤다. 내셔널리즘과 젠더라는 두 가지 이 시대의 화두를 단편 작품에 섞어서 넣고, 또 독자가 그 주제를 분명하게 짚어내게 했다는 점에서 작가가 굉장히 똑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J-주희-세실, 이 세 사람의 서로를 반사하는 거울 같은 관계가 인상 깊었다. 주희가 J에게 느끼는 감정이 세실이 주희에게 느낄 감정이 될 수 있으며, 주희가 세실에게 느끼는 감정이 J가 주희에게 느끼는 감정이 될 수 있음을 잘 배치하여 서사를 진행 시킨 점이 놀랍도록 깔끔해서 감탄이 나왔다.


<가만한 나날>은 제목만큼이나 가만히 흘러가는 문체 속에서 사회 초년생의 혼란을 풀어내서 좋았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 났던 사건들이 떠오르면서 대기업의 잘못으로 인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은 경진과 이웃 블로거 등 수많은 피해자들, 또 경진 및 경진 같은 마켓터들이 올린 위장 광고로 인해 피해 입은 사람들. 이 모든 것이 나비효과처럼 차근차근 연쇄 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보여준다. 일련의 과정에서 경진이 느끼는 죄책감을 잘 표현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경진이 홍보팀장에게 느꼈던 혐오감은 아마도 동족 혐오가 아니었을까? 스스로 주는 면죄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면죄는 남이 주었을 때 효력이 있는 것이다. '난 그냥 회사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예상하지 못한 결과야.'라고 생각하며 마음속에 자리 잡은 죄책감을 외면하는 경진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작가 노트에서 작가가 새벽 네 시에 잠에서 꺠어 다시 잠들지 못하고 과거의 잘못들과 부끄러운 모습들을 곱씹었다는 말이 경진과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끝내 외면하지 못하는, 하지만 꺼내어서 마주할 용기는 없는 양심과 죄책감을 짚어주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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