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두 번째로 읽어본 김영하 작가의 작품이다. 김영하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를 읽고 단편을 재미있게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 그다음 단편집인 이 책을 골랐다. 저번 단편집은 허구성에서 오는 재미가 짙고, 이번 책은 그것에 더해서 ‘상실’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단편마다 깔렸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가의 가치관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되는 게 잘 드러나서 흥미롭다.

맨 뒤편에 실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단편집은 칠 년 동안 쓴 중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인수’,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 ‘신의 장난’, ‘오직 두 사람’ 순으로 발표되었고, 목차는 배치가 다르게 되어있다. 그래서 처음에 실린 ‘오직 두 사람’을 읽고, 첫 단편집을 낸 후에 이 작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싶을 정도로 여성관이 발전해서 놀랐다가 다음 편인 ‘아이를 찾습니다’에서는 또 첫 번째 단편집 때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등, 이러한 혼란이 책 읽는 내내 있었는데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야 이해가 갔다. 예를 들어 ‘옥수수와 나’랑 ‘신의 장난’을 놓고 보면 여성 인물의 쓰임새에 엄청난 발전을 느낄 수 있다. ‘옥수수와 나’에서는 첫 단편집에서 거의 매 단편 나왔던 작가 특유의 요사스러우면서도 백치기가 있는 여성 인물이 등장해 남성 주인공의 각성을 돕는 일회성으로 소모된다. 반면 ‘신의 장난’에서는 무려 여성 인물 두 명이 서로 대화를 하며 (심지어 남성 인물에 대한 대화가 아니다.) 나름의 관계도 만들고, 화자가 여성인 만큼 그 처지에서 상황을 묘사해보려는 노력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나 여성들이 남성들과 고립된 상황에 있을 때 느끼는 두려움이나 걱정을 여러 번 반복 서술한 것이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이러한 두려움이나 걱정은 현실에서 여성들이 정말로 겪는 감정들이고, 또 실제로 그것이 여성들에게 폭력이 되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남성으로서 남성 인물만 포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인류를 포용하려 하는 노력이 엿보여서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를 목격하는 기쁨이 있었음에도 전체적으로 소재가 자극적이어서 내 취향이 아닌 관계로 별점은 높게 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들이 극적이고 독자를 자극하는 맛이 있기에 각 단편이 영화 같은 영상물로 만들어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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