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출간 2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처음으로 읽어본 김영하 작가의 작품이다. 김영하라는 이름은 자주 접했지만 그의 책을 읽어볼 생각은 없었는데 책 제목이 눈에 띄어서 궁금증에 읽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에 대한 장편 소설인 줄 알고 펼쳤는데 단편집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소설에서 알려주지는 않는다. 서술자가 헛것을 본 건지 아니면 현대인들의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빚어낸 사건인 것인지…. 각 단편의 결말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열린 결말이다.

소설적인 재미가 있는 책이다. 허구성이 짙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딱히 어떠한 명확한 교훈을 주지는 않는다. 순간순간 느껴지는 감정에서 오는 여운이 있는 책이다. 기억에 남는 단편은 ‘비상구’와 ‘바람이 분다’이다. 둘 작품 다 요즘 말로 하자면 노란 장판 감성이 짙게 깔렸다. 가난에 찌든 주인공들이 삶을 구질구질하게 느끼면서도 그 와중에 낭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걸 보면 90년대에 대한 향수가 느껴진다. 왜 굳이 90년대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비상구’는 흔히 말하는 밑바닥 인생의 두 주인공이 최악으로 달려가는 이야기인데, 여기 남자주인공한테서 김첨지의 냄새가 난다. 여자친구가 성매매 업계에서 물건으로서 이리저리 팔리는데도 거기서 구제할 생각은 없는데 또 성매수자들한테 뚜들겨 맞는 꼴은 못 보아서 때린 사람한테 복수하려다가 인생 종치게 되는 이야기가 뭔가 김첨지가 자기 아내 아픈데도 뚜들겨 패고 잘 해주지도 못하면서 또 죽을 때 되니까 밥 한번 먹이려다 결국 못 먹이고 저 세상으로 보내게 되는 서사랑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여친 패지는 않았으니 김첨지보다는 낫다고 해야 할지…. ‘바람이 분다’는 외로운 두 사람이 만나서 세계 여행 떠나려고 돈 모으다가 결국 남자 혼자만 가게 되는 이야기인데 주인공들의 직업이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다. 불법 CD 복제해서 파는 주인공들은 정말 처음 본다. 빛도 낮도 밤도 모르고 PC 통신으로 불법을 저지르는 주인공들이 마치 구룡성채에 살고 있는 거 같아서 재미있었다.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본 소설임에도 별점이 두 개밖에 안되는 이유는 여성 인물을 다루는 방식이 너무 구식이기 때문이다. 여자가 나오는 족족 무조건 성적 대상화를 하고 무조건 최소 수위가 키스인 성적 접촉은 꼭 들어가며 (피뢰침에서 갑자기 여자 주인공이랑 남자 인물을 키스시켜서 황당했다. 그럴 타이밍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성관계 도중 여자가 엄마 같이 느껴진다는 서술도 자주 나온다. 여자는 성녀 아니면 창녀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너무나 잘 드러나서 거북하다. 그리고 여성 인물들의 성격이 두 가지 종류밖에 없다. 신비로우면서 백치기가 있거나 정신병자처럼 신경질 내고 집착하는 식이다. 아, 섹스에 적극적인 건 모든 여성 인물의 공통사항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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