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지영과 열살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공감의 탄식이 나왔다. 친구들과 모여서 이 책이 화두가 되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이거 완전 내 이야기 아냐? 내 이야기 소설로 쓴 줄 알았어. 시간이 십년이나 흘러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는 달라진게 없다는 증거이다. 요즘 뉴스를 보니까 이 책이 일본, 대만에서도 베스트셀러란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도 출판 예정이며 프랑스판 번역가 말에 따르면 프랑스 여성들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아주 많단다. 이런 걸 보면 한국여성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닌거 같다. 혹시 전세계에 통용되는 이야기인건가? 그렇다면 정말 충격이다. 전세계 여성들의 삶이 거기서 거기라니 얼마나 충격적인가?이 소설은 정말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본것 처럼 자세하다. 읽다가 이런 것 까지 찝어내다니 하고 놀랐던 부분은 김지영의 남자 짝꿍에 관한 일회이다. 나도 어렸을때 선생님이나 부모님한테 남자 짝꿍이 괴롭힌다고 이르면 늘상 듣던 소리를 김지영도 똑같이 들었다. 아니, 순서가 바뀌었다. 김지영이 듣던 소리를 십년이 지나 태어난 나도 똑같이 들은 것이다. 하긴 그 시절을 지나온 선생님들과 부모님이 다른 관점에서 나를 위로했다면 그게 더 놀라울 일 일것이다. 그들은 나에게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남자애들은 관심있으면 더 괴롭힌단다. 하지만 여자애들은 그렇지 않지 않은가? 왜 남자애들은 좋아하는 상대에게 온전히 정석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상대를 괴롭혀서 고통스럽게 하는것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해야하는 것인가? 그것이 잘못됐다고 진지하게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이 큰 상처가 되어서 커서도 늘 머리 한구석이 남아 문득 떠올랐는데 이 책에서 김지영이 그 소리를 듣자 어이없어 했다는 구절이 나오니 은근 위로가 되었다. 공감 받은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이 책의 힘은 독자가 공감 받았다고 느끼게끔 하는데에 있는건지도 모른다. 김지영이 겪었던 사건들을 나열하고 그때 느꼈던 감정을 간결하게 서술했는데도 이렇게 위로가 되는건 왜일까? 그건 여태까지 아무도 나에게 내가 겪은것이 차별이며 그 일들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이 유별나고 예민한게 아니라고 말해준적이 없기 때문이다.나는 이 소설이 2000년대 이후의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중요 소설중 하나임에 적극 동의한다. 성별 불문, 나이 불문의 많은 이들이 읽기를 바란다. 하지만 내 이후의 세대들에게는 공감받지 못하는 소설이 되기를 바란다. 단지 한 시대의 사회를 들여다보고 과거를 간접 경험하게 해주는 역할로만 그치는 소설이 되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