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갈 곳이 없을까요? 웅진 세계그림책 197
리처드 존스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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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페르를 보고 있자니, 괜히 서글퍼졌다.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강아지라는 거 외에 나와 같아 보였다.







페르도 나도 정착할 곳을 찾고 있다.

페르는 머무를 수 있는 따뜻한 장소와

자신을 돌봐줄 누군가를 찾고 있다.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나눌 동료를 찾고 있는 중이다.



어쩜 이렇게 닮았을까?



나 아닌 다른 존재들은 모두

걱정 없어 보이고

무슨 일이든 잘 되가는 것처럼 보인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고

꽃길일 것만 같아 보인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나 보다.

동화 속 강아지 페르도

나와 같았나 보다.

지금 내 주위에

나와 같은 상황이거나

날 잘 이해해 줄 누군가가 없다고 생각하니

우연히 읽게 된 동화책 속 주인공이

나를 위로해 주네.

부스스 일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내려간 책 한 권이

멍한 내 머리를 때리고

쓸쓸했던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엄마 손은 약손, 처럼.

울부짖는 페르

소리내어 울지 못 하는 나






페르는 말을 못 하니 짓는다.

(물론 사람이 알아듣지 못 하는 것뿐 말을 한다)

말이라는 걸 하는 나도

때로는 소리를 지른다.

겉으로 지르진 못하고 가슴 속에서만 들린다.

표현하지 못하고 응어리지다 보니

나조차 감당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은 때다.

이럴때 난 여행을 떠난다.

당일치기 또는 조금 길게, 멀리.

과연 페르는 어떻게 이겨낼까?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

다만,

내 주변 아끼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나 자신도 잠시나마 쉴 시간을 갖으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된다.

그렇지만 이게 과연

맞는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다.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누군가와 나눌 수도 있다는

생각의 전환과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내가 지금보다 더 잘 버티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페르에게 나타난 이 소녀처럼.

페르를 감싸주는 빨간 스카프를

찾아주는 소녀처럼.

나에게도

옆에 있어줄 수 있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마음 나눌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

날씨마저 얼어 붙어 추운 요즘 특히.

차 한 잔 하며 온기를 나누고

때로는

술 한 잔 하며 속내를 터 놓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내게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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