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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탁 : 가방을 넘어서
레나테 멘치 지음, 이수영 옮김 / 안그라픽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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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익숙함으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때 나는 열광한다.

프라이탁을 봤을 때도 그랬다.

프라이탁 형제들은 주변의 낯익은 것에서 낯선 것을 창조해냈다.

 

처음 프라이탁 가방을 봤을 때 나는 '그냥 비닐은 아닌 것 같고 가죽도 아닌 것 같은데 뭘로 만든거지?' 라고 생각했었다.

아직 우리 나라에 정식으로 매장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드문드문 이 가방을 멘 사람들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탁은 단순히 가방을 만드는 회사에서 그치지 않고 생산에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그들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개성을 중시하는 나에게는 이런 스토리가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

 

자전거를 주로 이용하는 프라이탁 형제는 창 밖을 지나가는 트럭에 씌어진 방수포를 보고 가방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들을 위한 가방을 만들다가 점점 대상이 확대되고 판매까지 하기에 이르며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선 그들이 만드는 가방은 폐기 되고 말 트럭 방수포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고,

비바람을 견디는 방수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내구성도 좋다.

뿐만 아니라 같은 방수포라도 때가 탄 무늬 등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가방은 세상에 단 하나나만 가지게 된다.

그래서 프라이탁 가방을 멘다는 것은 어딘가에 버려질 환경 폐기물을 줄여서 녹색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며,

스타일도 살리고 나만의 개성도 확실히 보여준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이 다소 높은 가격에도 많은 사람들이 프라이탁 가방을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자신들의 아이텐티티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삼는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제품에서의 독특함만이 아니다.

프라이탁은 매장 분위기나 마케팅 분야에서도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자체 개발한 V30 진열장을 이용하여 가게 안 가게’ 이미지를 구축하고 독특한 표어를 사용하며,

고객들의 메일에 일일이 응답하고 그들의 요구를 적절히 반영한다.

이쯤 되면 자신들만의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프라이탁의 세계를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프라이탁의 과감한 도전정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그래서 프라이탁은 꾸준한 변화를 추구한다.

성급한 변화는 때로 어설픈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다.

꾸준히 도전과 변화를 이뤄가지만 품질이나 디자인의 수준 등에서는 끈질김을 잃지 않는다.

 

 

이런 그들의 개성과 고유함이 그들을 여전히 성장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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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다 -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도시건축, 소통과 행복을 꿈꾸다
이훈길 지음 / 안그라픽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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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애초에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들, 시골을 떠나 도시로 온 사람들, 도시로 변한 시골 등... 

아무튼 도시는 많은 사람들을 품고 있는 우리 삶의 한 형태이다.

원해서든 그렇지 않든간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동시에 틈만 나면 떠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기도 한다.

도시에 살지만 도시를 떠나 걷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도시를 '걷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그랬다.

차를 타고, 때로는 걸어서 매일 도시의 거리를 누비면서도 우리가 사는 거리의 모습이 어떤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우리의 매일이 행복하려면 우리가 사는 이 곳에 걷기 좋은 곳이 되어야겠구나. 

모든 사람들이 걷기 좋은 곳이 되어야겠구나.'

 

이 책에서는 무장애 디자인과 유니버설 디자인을 강조한다.

말 그대로 장애물이 없는 디자인, 장애가 없는 것과 있는 것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공동으로 쓸 수 있는 평등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이 더 와닿았는데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이라면 

비장애인들에게도 편한 시설일 것이기에 굳이 그 차이를 두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나에게 당연한 일이 타인에겐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에겐 한 걸음만 디디면 쉽게 넘을 수 있는 문턱이 누군가에겐 에베레스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필자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어려움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도시 건축물들이 그들을 생각하여 설계되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배려가 아니라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인지 모른다.

 

 

또 이 책은 그동안은 무심히 지나쳤던 도시 건축의 의미를 깨닫게도 했다.

도로를 걷다보면 자주 마주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철 블록이 주는 메시지를 알려 주었고,

요철 블록의 원은 36개라는 사실도 가르쳐주었다.

계단이 단순히 위, 아래를 오르내리게 해주는 수단이 아니라 앞이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는 앞으로의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도시 곳곳의 분수는 시각적 즐거움만을 위한 것인 줄 알았는데 소음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도 배웠다.

 

덕분에 앞으로 거리를 걸을 때는 도시 곳곳에서 그들이 주는 메시지와 의미를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몸이 불편한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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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의사입니다 - EBS 명의 윤영호 박사가 말하는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
윤영호 지음 / 컬처그라퍼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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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인간에 대한 예의...

수 없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해왔지만 여전히 죽음을 대하는 나의 자세는 소극적이고 겁 먹은 아이 같다.

죽음을 영원한 헤어짐으로 인식하다보니 죽음의 의식 또한 무겁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내게 장례식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처음 보았을 때이다.

 

리암 닉슨 아내의 장례식 장면이었다.

스크린 가득 고인의 생전 의미있던 순간들, 가족들과 단란했던 풍경들이 떠올랐고,

연단에 선 남편은 아내가 했던 농담들과 일상 대화를 전했다.

그리고는 고인의 뜻대로 아주 멋있고 유쾌한 밴드 음악을 통해 작별을 고했다.

 

누군가의 죽음이 슬프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장례식은 심지어 고인의 마지막을 기쁜 마음으로 보내주는 축제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어쩌면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르는 죽음을 너무 비극적으로만 바라보고 슬퍼하는 장례 분위기가 아니라

떠나는 이를 멋있고 행복하게 보내주는 절차를 마련할수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저자는 오랜 시간을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연구하며 보냈다.

말기 환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옳은가에서부터 시작해서 

의미없는 연명치료가 진정 그들의 마지막을 위해 적절한 행위인지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환자의 육신을 고통스럽게 하면서 삶의 질을 해치는 연명 치료에 회의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의미있는 삶의 마무리를 위해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는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언젠가 우리는 매일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어쩐지 서글픈 말이긴 하지만 사실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죽음이 올 것을 안다. 그리고 알면서도 매일을 열심히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쩌면 죽음이라는 것이 탄생보다 더 존중받아 마땅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세월 고난과 풍파를 겪으면서 살아온 그들이 영원한 안식에 드는 것이 죽음 아니던가.

그런 그들의 쉼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완화의료인 것이다.

환자의 남은 시간에 희망을 드리우고 고통을 줄여 일상의 기쁨을 돌려주고 삶의 질을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것.

인간이라면 누구나 받을 권리가 있는 혜택인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약물 치료를 하느라 피폐해진 몸과 마음,

그런 환자를 돌보느라, 병원비에 허덕이느라 지쳐가는 가족들.

존엄한 마지막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어떤 환자나 살고 싶은 마음을 놓을 수 없을 것이고, 누구나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떠나야할 것을 알고 있다면,

헤어질 수 밖에 없다면 남은 시간을 더 의미있게 보내야할 것이 아니겠는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본다던가, 먹고 싶었던 것을 먹고, 가고 싶던 곳엘 가보고,

사랑하는 이들과 온기 가득 담긴 눈을 한 번 더 마주치며 그간 하지 못했던 말을 하고, 들어주는 일.

그 순간을 의미있게 살아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작가에게 크게 공감한다.

인생의 마무리를 고독과 고통 속에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고 따스하게 보낼 수 있게 하는 일.

그런 완화의료를 위한 법적, 제도적 인프라가 마련되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하여 

내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우리 모두가 의미있는 마무리를 하게되길 바란다.

 

"네가 태어날 땐 네가 울고 세상이 웃었지만,

 네가 죽을 땐 네가 웃고 세상이 우는 사람이 되어라."

 

-인디언 속담에서 말하는 진정한 삶이란... p. 229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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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스케치 - 언젠가 한 번은 가야 할 그곳
박윤정 지음 / 컬처그라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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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일이 여행의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마음에 남기고 싶은 곳에선 항상 셔터를 눌렀다.

찰칵 찰칵.

그렇게 사진을 찍다가, 순간적인 장면만 잡기엔 아쉬운 때도 있었다.

그래서 동영상을 찍었다.

그 곳의 바람 소리와 주변 사람들의 말 소리, 웃음 소리 모든 것이 담겼다.

이 책을 만나면서 나는 왜 그 장면을 그릴 생각은 하지 못했나 싶었다.

내가 그리 그림 솜씨가 뛰어나지 않다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내 소중한 순간을 스케치로 남긴다는건 또 다른 의미로 굉장히 소중한 일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려면 자세히 보아야 하고, 더 많이 느껴야 하기에,

그 당시 나의 정서를 잘 느끼려면 그려보는게 큰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여행을 그림으로 남기는건 참 멋진 일이구나.

나의 손 끝으로 좋았던 순간의 기억을 남기면 좋았던 그 감성까지 고스란히 전해질 것만 같다.

 

"여행을 하는 것에는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행복'한 감정을 '알아차리게' 만드는 힘이 바로 그것이다. 잘 훈련된 드로잉 기술 없이도 그림 그리는 행위를 통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처럼, 목적지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없이도 행복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행 중 노천 카페에 앉아 끄적끄적 그림 한 장을 그려 나갈 때의 행복감은 직접 체험해 본 이만이 아는 기쁨이다."

- p. 4 작가의 이야기 중.

 

이 책을 통해 스위스의 많은 곳을 둘러본 느낌이 든다.

자세한 여행 정보가 있지는 않지만 각 지역이 어떤 색깔을 가진 곳인지는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막연히 스위스가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만 들은터라,

깨끗한 공기, 눈부신 자연환경, 하이디의 고향... 

이런 생각만 가지고 '그래도 한 번 가보고 싶다.' 생각만 했었는데,

스위스가 이렇게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인지도 몰랐고,

이토록 감각적인 나라인지도 몰랐었다.

 

유럽 국가들에게 가장 부러운 것 중 하나가 전통과 현대의 조화이다.

옛 것을 그대로 자연과 더불어 남겨두면서, 아니면 약간만 변형하면서 그 원래의 색을 지키려는 노력말이다.

스위스도 그런 곳이었다.

여전히 수작업으로 종이를 만드는 종이 박물관이 있고,

그것을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여전히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수작업 종이를 이용해 인쇄물을 만든다.

오래된 것의 가치를 인정하고 유지하려는 그들의 모습이 멋지다.

그렇게 만든 종이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거쳐온 시간도 담겨있다는 것을 이해함이겠지?

 

제네바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가장 국제적이고 중립적인 도시. 모든 다양성을 아무 편견없이 수용하는 곳이 바로 그 곳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국제 기관들이 터를 잡고 있고, 과거에는 정치 망명자를, 현재는 다양한 난민들을 '환영'하며 받아들이고 있다니.

각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난민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너무나 멋졌다.

갈 곳 잃고 버림 받은 난민을 편견 없이 한 개인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들 각각의 재능과 역량을 발굴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그들.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사진도 많이 나오고 감각적인 일러스트도 많다.

스위스의 디자인적 측면을 보여주는 사진도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사진과 스케치를 접목시킨 일러스트가 참신하고 보기 좋다.

 

 

                                                                                                                                                   '스위스 스케치 p. 299 중'

 

<언젠가 한 번은 가야 할 그곳 스위스 스케치>라는 제목처럼,

나도 언젠가 한 번 스위스를 가보고 싶다.

그리고 그 때는 나도 스위스를 한 번 그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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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디자인
김상규 지음 / 안그라픽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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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다'는 말은 긍정적인 무언가를 내포하며 정말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이겨낸 신데렐라나 자기를 죽이려는 계모를 피해 난쟁이들이랑 살면서도 하하호호하는 백설공주같은 사람들을 '착한' 공주들이라고 하며 결국 복을 받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어요~ 했지만, 

이제 착하다는건 비단 그런 개인의 성격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착한 가게, 착한 식당, 착한 여행, 착한 디자인까지...

 

도대체 착하다는 말의 쓰임은 어디까지이고 이들이 말하는 '착한'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그 착한 디자인의 쓰임을 탐구하고 그 진정성에 대해 생각할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 처럼 언젠가부터 어떤 사람을 설명할 때,

'그 사람 착해.'라고 이야기하면 '특별한 매력 없이 뭔가 밋밋하고 심심하다.'라는 말을 두루뭉술하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개성과 매력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착하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 마냥 칭찬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착한 사람은 재미 없다고하며 bad girl, bad boy가 대세가 되고 있는 세상이 아니던가.

 

그에 반하여 오히려 '착한 **'은 인기 폭발이다.

모든 분야에 착하다는 이름표를 붙인 아이들이 포진 중이다.

착한 초콜릿, 착한 커피, 착한 여행...

생각해보니 착하다는 일들을 할 때, 착하다는 것들을 먹을 때,

그 일들이 평소보다 좀 비싸다고 할지라도 착하니까. 하며 그냥 지불했던 것 같다.

땡볕에 커피 농장에서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일하고 있을 노동자들의 고됨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마음의 짐이나 죄책감 같은 것도 줄어드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정하고 착한 무역에도 맹점이 있다는 사실을 바나나의 경우를 통해서 알았다.

공정 무역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일 것이나 모든 일엔 부작용도 있기 마련이었다.

바나나의 경우 그 인기가 높아져 생산량이 늘어나자, 그로 인한 환경 문제, 노동자의 인권 문제도 대두 되었다.

근래에는 유기농, 공정무역 바나나가 등장함에 따라 저렴한 농지와 인건비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아프리카로 농지를 찾아 나섰다.

그 곳에서 숲을 없애고 대규모 농장이 들어서고,

상품성을 갖추기 위해 품종 다양성을 중시하면서 유전자 변형을 시도하는 등 또다른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전파하겠다는 생각으로 선한 일을 행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착한 디자인과 기타 여러 활동들이 의도한 일들이 유행을 이끄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 편 나는 모든 일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얼마 전 런던 여행을 다녀와서 내가 그들에게 부러웠던 것 중 하나는 그 큰 도시 곳곳에 있는 공원이었다.

특별히 단장하려고, 예뻐보이려고 애쓰지 않은 푸르름이, 그 자연스러움이 더 좋아보였다.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된 착한 디자인의 의자에 앉지 않고 그저 땅바닥에 철퍼덕 앉아도 절로 마음이 좋았다.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사람에게 본질적으로 도움을 주면 착한게 아닌가?

그렇다면 때때로 무언가를 가만히 생긴 그대로 둬주는게 선함을 유지하는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앞으로도 착한 것에 대해 더 골똘히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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