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 승효상의 건축여행
승효상 지음 / 안그라픽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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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처음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하듯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도 끌렸다. 아마도 해질녘인 듯 눈부신 빛이 비치며 그림자를 만들어 조화를 이루는 고즈넉한 책의 표지와 제목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작가 승효상님은 책의 서시로 박노해 시인의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를 사용함으로써 정말 효과적으로, 또 감각적으로 본인의 건축에 대한 신념과 이 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건축을 압축해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모두 다 그 오래된 것들이다. 오래되었다는 것은 오랜 시간을 견뎠다는 뜻이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품었다는 뜻이며, 그래서 그만의 특별한 색깔과 스토리를 가진 멋있는 것이란 의미가 된다. 이들은 각자의 독특한 매력으로 작가를 매료시켰고, 작가의 눈을 따라 글 속에서 그 모습을 상상하는 나조차도 매료시켰다.


승효상님은 책의 후기에서 건축가와 같이 여행을 떠나면 얻게 되는 것이 많다고 하셨다. 그들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 또 사물에 대한 인문적 지식도 두루 갖추고 있어 좋은 여행 안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다. 책 속의 건축물 사진을 보며 그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전달해주는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정말 한적한 그 공간에 서서 훌륭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듯 했다. 단순한 주입식 설명이 아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설명. 한 챕터씩을 읽고 나면 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말 한 것에 대해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할 것인가 한 번 더 되새겨보게 되었다.


마당 깊은 집에 대한 부분에서는 예전 우리 집 마당을 떠올리며 읽었다. 어린 시절 나는 꽤 마당이 넓은 집에서 살았었는데 그 곳에 많은 추억이 있다. 나는 그 곳에서 두 발 자전거를 배웠다. 처음엔 균형을 잡지도 못하고 넘어질까 두려워 페달도 밟지 못했다. 그런 나를 뒤쫓으며 균형을 잃지 않게 자전거를 잡아주던 아빠도 생각나고, 조금 지나 혼자 타면서 넘어져 무릎이 깨졌던 것도 생각나며 곧이어 신나게 달릴 정도로 실력이 늘었던 것도 생각난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평상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식사하던 기억도, 그 때의 웃음 소리도 떠오른다. 그의 말처럼 마당은 무엇으로 채워놓지 않은 불확정적인 공간이지만 그렇기에 언제든지 우리의 마음대로, 소중한 기억으로 채울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기도 했다. 요즘은 마당 있는 집이 그리 흔치 않다. 잘 꾸며진 정원이나 거실, 응접실이 그런 기능을 하고 있지만, 왠지 저 정감 있는 이름보다는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건축이라는 것은 그 속에 사는 사람을 생각하고, 주변 환경도 생각하고, 또 짓는 사람과 그 시대의 특성 등등을 다 담아야 하기 때문에 정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요즘은 너무 많은 건물들이 새로 지어졌다 다시 허물어지고, 오래되고 추억이 곳곳에 담긴 건물들이 낡았다는 이유로 사라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었다. 불과 몇 년이 지나 학교 근처 동네를 다시 찾았는데 너무 많이 변해있어서 여기가 그 곳에 맞나 싶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환경이 바뀐다는 건 거기서 쌓았던 추억이 함께 사라진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니까. 이 책에서 보여주는 대다수의 건축물들은 수많은 세월을 거쳐 우리 앞에 서있고 그 동안 지녀왔던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우리 세대에 지어진 건물들은 우리 후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부디 우리 선조들이 그랬던 것 처럼 수세기를 거쳐도 살아서 의미를 가지는 좋은 건축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적당히 비우고 때로는 가만히 남겨두면서 우리와 함께 오래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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