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세대 TURN 5
김달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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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팬데믹이 올 수도 있을까요?”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빨대를 씹어 먹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면? 그 충동을 이기지 못한 채 빨대를 씹고 일회용 컵을 저작질하다가, 입안이 베이고 피가 배어나올 때쯤,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이제 인류의 종말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웃기지 않아요? 연간 몇천만 톤씩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해서 환경을 망쳐왔던 인간들이 이제 그걸 다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는 게. 적어도 지구는 덜 아프겠어요.”

이 소설은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MZ세대가 플라스틱을 음식으로 인지하고 섭취하는 이상 증세가 발현되며 시작된다. 이 증세는 플라스틱을 끊임없이 소비하는 인간의 소비 습관과 환경호르몬의 축적의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코로나 이후 두 번째 팬데믹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이 얼마나 기이하면서도 현실적인 상상인가🦠 소설 속 MZ세대는 체내에 축적된 환경호르몬이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쳐 끝도 없이 플라스틱을 원하게 된다. 입속이 너덜거리고 장기가 훼손될 것을 알면서도 플라스틱을 끊임없이 갈망한다.

그렇게 우리 세대는 종말을 맞이한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가 거듭될수록 이상기후는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3월에 눈이 펑펑 내리다가 갑자기 기온이 22도까지 치솟았다. 봄가을 옷을 사지 않아도 되니, 돈을 아꼈다고 말하면서도 그 변화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플라스틱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기후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부모 세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생존 본능에 가까웠다.’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쇠처럼 단단한 유치를 갖고 태어났다. 인류는 변화된 환경에 맞춰 진화했고, 사람들은 이후 태어난 아이들을 ‘플라스틱 세대’라 불렀다. 그들은 이전 세대와 다르게 플라스틱을 체내에서 분해할 수 있는 분해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과연 이들이 망가진 지구를 되돌릴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플라스틱과 함께 사라질 운명일까?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생분해되는 플라스틱 식품 산업이다. 땅에 파묻히고도 썩지 않아 골칫거리였던 플라스틱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산업이었다. 사람들은 에코 캔디, 에코 워터를 개발하여 플라스틱을 음식처럼 섭취했고, 새로운 세대는 마침내 지구를 플라스틱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너희는, 모두 죽을 것이다.”

한 편의 디스토피아 영화를 보는 듯했다. 내가 써놓은 서평은 소설은 극 초반에 불과하다. 이야기는 부모가 플라스틱 중독으로 사망하고 할아버지 손에서 자란 ‘예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플라스틱 식품 회사 ‘리코’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는 온갖 비리가 도사리고 있었고, 예인을 품어주던 할아버지 역시 숨겨온 비밀이 있었다. 이야기는 마치 중독자가 토해낸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토사물처럼 혼란스럽고 끈적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혼란 속에서 눈을 뗄 수 없다. 과연 예인은, 그리고 플라스틱 세대는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저자가 그려낸 인류의 최후를 보며 뒷골이 서늘했다. 그 세계가 결코 멀지 않은, 우리의 현실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일하는 편의점만 봐도 곳곳에 플라스틱이 쌓여 있다. (만약 플라스틱이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이곳을 찾을지도 모른다) 결국 사람은 직접 경험해 봐야만 깨닫는 존재인 것 같다. 수많은 환경 기사나 캠페인을 접했지만, 이 책이 전하는 경고만큼 강렬하게 와닿은 적은 없었다. 저자가 만들어낸 허구의 세계는 우리의 삶과 너무나 닮아 있었고, 마치 언젠가 현실에서 마주하게 될 미래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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