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사랑니 TURN 4
청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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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낭만을 열망한다는 건, 어쩌면 우리의 삶에 낭만이 부족하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낭만’은 사전적으로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를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낭만을 좇기보다 외면할 때가 더 많다. ‘이럴 때가 아니야. 남들은 저만치 앞서가잖아. 결국 다들 이렇게 사는 거야.’ 그렇게 현실을 자조하며 살아가는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는 조금씩 낭만을 잃어가는 게 아닐까?

‘시린은 찹쌀떡 위의 흰 가루 같은 삶을 살았다.
의미야 있겠지만 설명을 붙여주기 애매한 삶.‘

《낭만 사랑니》에는 낭만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스물일곱 살 치위생사, ‘이시린’이 등장한다. 누구는 대기업에 입사하고, 누구는 결혼을 해 안정적인 삶을 꾸려가는데, 시린은 마치 제자리걸음만 하는 기분이다. 아니, 오히려 세상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다. 친구들의 미래를 온전히 축복해줄 수 없을 때, 뱀이 똬리를 틀 듯 속이 꼬일 때, 시린은 무기력함과 삶이 맹맹해진 걸 느낀다. 크게 불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삶이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무미건조한 일상이 반복될 뿐이다. 이러한 시린의 삶을 충치, 교정, 라미네이트, 임플란트 같은 치과 치료 과정에 빗대어 풀어낸다 🦷

살면 살수록 이가 아닌 마음이 시큰해지는 시린.
마음에도 충치를 예방하는 방법이 있을까?

시린은 모든 일을 떠넘기고 나 몰라라 하는 선임 태희, 고비용 진료를 거부하면 발치로 응징하는 악질적인 취미를 가진 과장과 함께 일하고 있다. 위에서 짓누르고, 뒤에서는 떠미는 고된 환경 속에서, 사회초년생 시린은 낭만은커녕 현실과도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린 앞에 초월적인 존재가 나타난다. 인간의 사랑니를 챙겨 우주 밖으로 나간다는 수상한 자. 그는 시린에게 사랑니를 가져오면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시린은 이 순간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전환점이 될 거라 믿고 덥석 응한다. 그런데 100억도 못 주고, 아이돌처럼 외모를 바꿔주지도 못한단다.

“그렇다면 나쁜 환자로부터 저를 지켜주시고, 직장 상사들을 혼쭐내주세요.”

품질 좋은 인간의 사랑니를 받게 된 수보리와
그런 수보리의 경호를 받는 이시린.
그들은 서로에게 우주의 귀인이 되어줄 수 있을까?

그날 이후, 시린은 수보리에게 가져다줄 치아를 선별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과였으나 ‘마음이 치양막을 거둔 한낮의 테라스 위‘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업무가 조금은 즐거워졌다. 환자의 입속, 어두운 동굴을 들여다보며 시린은 생각한다. 다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구나. 균열이 많거나, 마모되거나, 매끈하거나, 치석으로 얼룩진 치아. 어쩌면 주름보다 치아가 삶의 흔적을 더 많이 담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의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치아 속에는, 어떤 낭만이 숨어 있을까.

모든 게 잘 풀리는 것 같을 때 시련이 찾아왔다.

시린은 불태우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대신 물가에서 조약돌을 던지며 살았다. 크고 작은 파동을 견디는 것이 그녀에게 익숙한 방식이었다. 누군가는 잔잔한 삶이라 말할지 몰라도, 시린은 엉망이 될지도 모를 일에 쉽게 입장권을 내밀고 싶지 않았다. 화를 낸다는 건, 하루를 다 보내고도 남은 에너지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시린에게는 그럴 힘이 없었다. 아니, 힘이 없다기보다는 이렇게 사는 게 편했다. 용기보다는 비겁함을 택하며, 평범한 삶을 지키려 했다. 그러나 인생은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결국 그녀의 삶이 범람하고 만다. 원장이 시린의 아버지에게 과잉 진료를 해, 멀쩡한 치아를 뽑아버린 것이다. 시린은 온몸을 떨며 강한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과장에게는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끙끙 앓을 뿐이었다.

시린은 용기를 내 과장의 실체를 세상에 알리고 마침내 삶에 숨겨진 낭만의 조각을 찾을 수 있을까? 사회초년생 시린의 성장이 이곳에 기록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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