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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토마스 바셰크 지음, 이재영 옮김, 열림원)


일과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독특한 철학서이다. 저자는 역사 속 노동 이야기에서부터 자신의 철학을 풀어나간다. 『성경』의 창세기, 석기시대, 고대 그리스, 초기 기독교 공동체, 중세 수도원, 산업혁명, 19세기 계급투쟁, 테일러주의, 포드주의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인간이 “노동”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행해왔는지 그 변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가령 산업노동 시기,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노동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훈육하기 위해 이른바 “노동갱생원”이라는 것을 세웠다. 사람들은 물이 계속 스며드는 지하 토굴에 갇혀 물에 빠져 죽지 않으려고 직접 물을 퍼내야 했다. 19세기 중반에 노동시간은 평균적으로 하루 12시간에 달했고, 지난한 투쟁의 결과 1847년에 영국에서 10시간 노동제가 도입되었을 때, 상류층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새로 얻은 자유시간을 휴식하는 데 쓰지 않고 술을 마시거나 소요를 일으키는 데 쓸까 두려워했다. 이에 정부는 공공 도서관을 설립하여 노동계급의 자유시간을 조정하려 했다. 

독일에서는, 19세기 초만 해도 일주일에 90시간 노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평균적인 노동시간은 서서히 감소하여 1910년에는 59시간까지 줄어들었으나, 1956년이 되어서야 주 48시간이 되었고, 주5일 근무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1990년에 이르러 처음으로 자유시간이 노동시간보다 길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더 적게 노동하려 하고 더 많은 자유시간을 추구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런 희망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자본론 공부(김수행 지음, 돌베개)


한국의 마르크스 경제학자를 대표하는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특강이다. 김수행 교수의 대중강연을 토대로 구성된 이 책은 방대한 분량의 『자본론』을 한 권의 책에 잘 정리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자본론』을 요약하고 해설한 책은 아니다. 도표와 그림을 이용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상세히 설명하는 한편, 원전 『자본론』의 중요한 구절들을 소개함으로써 원전을 굳이 읽지 않아도 마르크스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한국 사회의 문제와 세계 문제를 『자본론』의 이론에 대입해 봄으로써,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15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에도 유용한 책임을 밝혔다. 김수행 교수는 이 책에서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찬양했고 어떻게 비판했는가를 이야기한다. 동시에 “미래 사회의 태아를 자본주의가 잉태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자본론』을 읽어야 지금의 현실을 올바로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사회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 - 그 아름다운 비밀에 대해 과학이 들려주는 16가지 이야기(송기원 지음, 로도스)


생명과학자이자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교수인 송기원 저자가 들려주는 생명에 관한 이야기. 간결한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생명’에 관한 모든 것을 아우른다. 지금 우리의 삶,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관장하는 것은 ‘생명’ 그 자체임을, 아울러 ‘생명’에서 비롯하는 여러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며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정연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생명에 대한 자연과학적 설명뿐 아니라, 장대익 교수의 말을 빌자면 “생명과학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윤리적, 사회적, 그리고 법적 함의들까지 모색해보고 있”다는 점에서,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를 위한 최고의 융합 교과서”라 할 수 있겠다. 생명의 본질과 기원에 대한 16가지의 질문을 통해서 그리고 시, 소설, 영화 등 생명을 둘러싼 다양한 문화 영역과의 접점들을 통해서 지은이는 복잡한 생명 현상을 쉽고 명쾌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설명해내고 있다. 


세 종교 이야기 -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믿음과 분쟁의 역사(홍익희 지음, 행성B잎새)


베스트셀러 <유대인 이야기>로 호평을 받은 저자 홍익희는 세 종교의 시작을 연 인물인 아브라함의 뿌리가 되는 고대 수메르 문명부터 기독교를 국교로 제정한 로마제국,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에 치러진 십자군전쟁과 일방적인 유대교 박해가 행해진 중세 암흑기를 거쳐 홀로코스트와 팔레스타인 분쟁까지 전 방위적으로 세계사를 아우르며 이 책을 통해 세 종교 간 대립을 끝내고 평화공존의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2년간 KOTRA에서 근무하며, 뉴욕, 밀라노, 마드리드부터 상파울루까지 곳곳의 무역 현장을 누비며 다양한 경제 환경을 경험한 저자는 이산과 방랑이라는 고통과 수난의 역사 속에서 반대급부로 ‘부(富)’에 눈을 뜬 유대인들과 그들을 지탱한 유대교의 힘에 주목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대인 이야기>와 <유대인 창의성의 비밀> 등의 전작이 유대인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유대교에서 뻗어 나와 다른 발전 과정을 거친 종교, 기독교와 이슬람교 각각의 역사를 살피고, 세 종교 간 비교분석을 통해 이 종교들이 어떻게 보편적인 세계 종교로 거듭나고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바람에 눕다 경계에 서다 고려인(한금선, 봄날의책)

한금선 사진집. 우즈베키스탄에서 이루어진 3주간의 만남에 대한 사진 기록이다. 그것은 ‘우즈벡 고려인’에 대한 통념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그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과정이었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변변한 준비조차 없이 화물열차에 실려서 우즈벡, 그 머나먼 곳으로 떠나온 이들, 그 과정에서 피붙이를 잃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니, 수만이었다. 어쩌면 그런 참혹함을 겪은 이들의 표정은 어둡고 비장할 법했다. 사진가 한금선도 그런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그런 사연을 간직한 어르신들이건만 너무도 강건하고 꿋꿋했다. 속울음을 누르고 삼키고 삶의 자리로 존재했기에, 땅 한 뙈기 없는 곳에서 살아남고 또 오늘을 일구었는지도 모른다. 하여, 그이들의 육성을 옮긴 글은 슬프고 절절하되, 사진은 밝고 힘차다. 간혹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이들의 얼굴과 목소리, 숨결의 사진적 재현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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