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고전 (문학 작품 제외): 꿀벌의 우화-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버나드 맨더빌 지음, 최윤재 옮김, 문예출판사) 

 자유주의의 고전이 된 아담 스미스가 영감을 받은 책입니다.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태동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이기심에 주목한 맨더빌은 금욕과 절제를 강조하는 중세 기독교적 도덕은 이제 다들 돈벌이에 몰두하는 상업사회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우화의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이제 그런 위선에서 벗어나라”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 저작은 거의 모든 경제학파의 학자들에게 지지와 비판을 동시에 받게 된, 진정한 경제학의 고전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경제를 논하는 책은 많지만, 그 깊이가 대개 현상에 대한 분석과 고찰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경제의 근원을 보는 눈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추천합니다.


과학기술: 과학의 언어-어떻게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비평하고 향유할 것인가(캐럴 리브스 지음, 오철우 옮김, 궁리)  

 과학에서도 중요한 것은 대중과의 소통 능력입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과학은 과도하게 전문화된 용어와 난해한 해석으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분명히 쉽게 설명해야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과학은 그 문제에 있어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소위 '대중 과학 교양서'라고 하는 것들도 대중에게 쉽게 손에 잡히지 않거나, 아니면 완전히 어린이 수준이라 친해지기 어려운 것이 오늘날 과학이 가지고 있는 큰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다중 지성의 시대 속에서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이 책은 과학 언어의 소통을 주장합니다.

사회과학: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지음, 안세민 옮김, 부키) 

 개인적으로 장하준 교수의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책이었습니다. 국가 주도 하의 개발경제학의 관점에서 경제 발전 과정과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 과정에서의 국가의 역할을 다룬 '국가의 역할'이란 책에 반해서 '불온 도서 논란은 있었지만' '나쁜 사마리아인들'도 읽게 되었죠. 한국의 경제 발전을 몸으로 체험하고, 그 과정이 이론화되어 가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일반화되면서 이에 반하는 자유주의를 경계하는 논리성은 통화주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판치는 오늘날 매우 인상적입니다.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이번에 장하준 교수는 그의 경제 철학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출판계에 다시 장하준 신드롬을 내걸었고, 마이클 샌델 교수와 함께 인문사회과학의 부흥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역사: 엥겔스 평전-프록코트를 입은 공산주의자(트리스트럼 헌트 지음, 이광일 옮김, 글항아리) 

 마르크스와 함께 공산주의를 창시한 엥겔스를 다룬 평전입니다. 오늘날 마르크스가 오늘날까지 경제 사조를 만들면서 주목받는 것에 비해 엥겔스는 잠시 잊혀진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엥겔스 역시 공산주의를 만든 한 날개로써 그에 대한 고찰은 공산주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난했던 마르크스와는 달리 여우사냥과 포도주를 좋아했던 귀티나는 그가 어떻게 공산주의를 연구하고 조직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비록 실패했지만 시장만능주의의 폐단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방향 제시는 자본주의를 따르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더 나은 자본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국을 무대로 헌신적인 우정과 계급 갈등, 이데올로기 투쟁, 가족 간의 불화와 배신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우리나라에 들어온 첫 엥겔스 평전입니다. 

인문학: 쌀과 문명-쌀에서 찾은 인류 문명의 발자취(피에르 구루 지음, 김길훈 옮김, 푸른길) 

 밀에 비해서 쌀은 월등히 많은 영양소를 가지고 있는 곡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적 영향 등에 의해서 쌀이 재배되는 지역은 밀에 비해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프랑스의 저명한 문화지리학자 피에르 구루는, 이 책에서 다년간의 현지 답사와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쌀과 문명, 그리고 그 문명을 일구어낸 사람들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어갑니다. 특히, 왜 비슷한 환경에서도 어떤 곳은 논농사를 짓고 어떤 곳은 짓지 않는가? 벼농사에 적합해보이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벼농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민족이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인물/평전 (경영자, CEO 제외): 비스마르크 평전-비스마르크, 또 다시 살아나다(강미현 지음, 에코리브르) 

 우리에게 철혈 재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오토 폰 비스마르크. 때로는 독일제국의 통일이라는 업적으로 시대의 영웅으로 칭송되는가 하면 때로는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전쟁과 피에 의존한 독재자이자 독일의 역사 발전에 모순을 안겨준 파괴범으로 혹평되는 철저한 이분법적인 평가 속의 인물이기도 합니다. 독일인이 아닌 한국인이, 제3자의 시각에서 시시각각 다르게 해석되는 그를 편협하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는 책입니다. 

막스 베버: 세기의 전환기를 이끈 위대한 사상가(마리안네 베버 지음, 조기준 옮김, 소이연) 

 서양의 근대 자본주의의 철학을 집대성한 막스 베버의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특히 부인인 마리안네 베버가 저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반려자였던 막스 베버의 생애, 성격, 가정, 교우관계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 형성 및 학문 활동에 이르기까지 세세히 서술되어 있는 이 전기는 단순히 그의 생애를 다루는 것을 넘어 19세기의 독일인들이 살아가는 생활상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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