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토스카나 레시피 - Bella vita Siena 없는 것을 갈망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는 삶에 관하여
권순환.윤수지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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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영화인 《레터스 투 줄리엣》과 《Eat,Pray,Love》는 아마 10번도 더 감상했을 것이다. (여전히 즐겨듣는 음악 목록에 레터스 투 줄리엣의 ost인 테일러스위프트의 Love story가 재생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에서 본 시에나를 떠올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손꼽히는 캄포광장과 드넓게 펼쳐진 포도밭 말이다. 다시금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설렘이 되살아났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책의 구성이다. 이탈리아 정찬 코스처럼 안티파스티 미스티-프리미-세콘디-돌치 순으로 구성되있다. 작가님이 뉴욕의 유명 요리학교에서부터 시에나에 자리를 잡기까지의 여정과, 시에나의 일상, 토스카나의 제철 식재료들, 그리고 오직 시에나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음식들로 말이다. 토스카나를 바라보는 작가님들의 따뜻한 시선이 사진들을 통해서도 느껴졌다. 

작가님의 요리 인생 이야기, 이탈리아에서의 코로나, 아이들의 종교 수업과 애정 듬뿍 제철 식재료들, 기후 변화로 피해를 입고있는 올리브 오일(아마 올해는 더 심할 것이고 불행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올리브오일은 가격이 폭등해있다.) 등등 많은 에피소드에 푹 빠져버렸다. 

책을 읽으며 부엌에 이탈리아 재료가 뭐가 있었지?하고 찬장을 뒤적여보니 바르베라 로렌조 오일, 빌라마그라 올리브오일, 라 파브리카 파스타면이 있었다. 세상 참 편리하고 좋군. 하면서도 작가의 제철 음식 이야기에 다시금 눈길이 갔다. 나는 사실 요리를 잘하지 못해서 재료만큼은 고급으로 간다!라는 생각으로 소비를 탕진해왔는데 "본질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비싼 재료를 쓰지 않고도 매일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아야 한다."는 작가님. 최고 요리사도 이렇게 말하는데 겨울에 포도를 먹으며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 어리석음이여.

가족, 제철 식재료와 토스카나, 자연과 느림의 미학.

아모레 아모레 아모레.

"충만한 사랑이란 이런걸까?"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아모레amore 책"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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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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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결혼식, 나병 환자 집단 거주 지역, 그리고 중세 살인 미스터리

카페에 앉아 1139년 10월 영국 서부의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본다. 정확히는 슈루즈베리 마을의 성베드로와 성 바오로의 베네딕토회 수도원. 노르만 정복 이후 한 세기도 되지 않았고 제 1차 십자군 전쟁은 불과 40년 전에 끝났다. 스티븐 왕은 런던에서 통치하지만, 모드 황후와의 권력이 분열되어 있다. 이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허브 정원을 돌보고 병자들을 돌보는 캐드펠이라는 수도사가 있다.

어제 읽은 2권 《시체 한 구가 더 있다》가 정치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였다면 5권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는 수도원 중심과, 로맨스가 더 초점에 맞춰졌다고 할 수 있다. 중세 수도원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는데 중세의 단조로움과 어두움을 느끼는 한편 나병환자(지금은 한센병으로 불리는)에 대한 인식은 근현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과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다.

범인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젊고 뜨겁고 성급한 남자와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는 여자, (잘못된)결론에 뛰어드는 법관과 인내심이 강하고 지혜로운 수도사의 캐릭터가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흔함의 공식이 좋다. 캐드펠 시리즈를 읽는 행복은 셜록홈즈의 단서를 찾아 밝히는 통쾌한 것이 아니라 미스터리를 즐겁게 묘사하는 것에 있다. 어두운 중세와 훌륭한 문장들은 더없이 나를 설레게 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5번째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는 1990년 범죄 작가 협회의 역대 100대 범죄 소설 목록에서 42위를 차지했다. 아직 시리즈가 전부 출간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1권부터 차례대로 읽으면 더 재밌을 것 같다. (따로 읽어도 상관은 없음)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질병보다 잔혹한 죽음과 기독교도보다 친절한 이교도를 목격했던 그는, 지금 자신이 절개해 허브로 찜질하는 이 상처들보다 마음의 병과 영혼의 타락이 훨씬 더 끔찍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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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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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에는 추리와 공포를 읽고 보고, 감상해야 한다 라는 모종의 세뇌가 되어있는 나는 (아마도 유년시절부터.) 올해도 역시 여름이 찾아오기 무섭게 책 고르기에 열을 올렸다.

셜록홈즈와 뤼팽, 매그레 형사 시리즈의 시대보다 시간을 더 뒤로돌려 중세로 간다. 마침 국내 유일 완역본으로 개정판이 나왔기에 두근두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 종교, 미스테리가 만나면 얼마나 재밌겠는가! 중세 시대의 생활 또한 묘사가 생생하게 되있어서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문장 한줄 한줄에 빠져들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완두줄기를 베는 장면을 상상하며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호사를 누려본다.)


혼란스러운 무정부 영국을 배경으로 12세기, 1137년부터 1145년 사이의 시리즈 소설로, 많은 추리소설의 배경이 그렇겠지만 캐드펠의 시대는 마냥 밝고 즐거운 세계가 아니었다.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는 1138년 여름의 배경이고 스티브 왕과 모드 황후의 내전 중 슈르즈베리 성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다. 처형 당한 반란군 94구의 시체들을 슈루즈베리 수도원 원장 헤리버트가 기독교 매장을 하면서 한 시체가 더 많은 95구를 발견하는 것으로 긴장감을 고조 시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모든 존재와 냄새, 인생 등이 뒤섞이고 얽힌 시대이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캐드펠 수사의 추적도 흥미롭지만 개개인의 삶의 이야기도 관심이 갔다. 마치 중세판 <인간극장>과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는 것 같다. 십자군 전쟁과 바다 전쟁을 거치고 수사의 길로 들어선 캐드펠은 비범한 두뇌로 천재적인 추리를 펼치기 보다는 범죄 현장에서 부딪히는 인간적이고 서민적인 캐릭터로 친근감이 들었다.


캐드펠은 작업실로 가서 오후 내내 여러 가지 허브주를 정성껏 조합하고 새로운 것을 빚는 일에 열중하다 저녁기도 시간이 되었을 때야 교회로 돌아갔다.(P.211)

오스번은 그제야 안심하고 마음의 평정을 찾았고, 캐드펠은 그가 떨쳐버린 불안과 우울의 짐을 대신 짊어진 채 성을 들어섰다. 타인을 구원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자신이 그 짐을 대신 짊어지는 일일 수밖에 없다. 그와 똑같은 무게만큼의 짐을! (P.316)

그 가난한 사람도 한 번쯤은 왕이 치르는 돈으로 호사를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봤자 그 비용은 사회의 위계질서를 따라 차례로 내려가 결국은 모조리 가난한 사람들의 어깨에 지워지고 말겠지만. 끊임없이 희생을 치르면서도 그들은 자기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쁨의 몫을 단 한번도 차지하지 못했다. (P.326)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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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합격하는 사분면 공부법 - 도쿄대생이 알려주는 초단기 고효율 학습 전략
니시오카 잇세이 외 지음, 고정아 옮김 / 프런티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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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글쓰기, 됴쿄대생의 교활한 시험 기술 등으로 일본의 전국 학생들에게 사고법 및 공부법을 지도하고 있는 니시오카 잇세이의 새 책이다. 온라인 연재분 1,200만 페이지뷰를 돌파한 화제의 베스트 셀러로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있는 나는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부하기 전에 집안 청소를 하고 갑자기 안하던 커튼을 빨래하고 단기간에 합격하는 방법, 똑똑해지는 법을 몇 시간이고 검색하는 루틴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초단기 고효율 학습 전략》 이제는 이 루틴을 끊고 공부를 할 때다. 책은 가독성 좋고 단순한 챕터들로 이뤄져있다. 한국과 일본의 시험 제도는 비슷해서 이 책에 나오는 공부법이 잘 먹힐(?)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사분면을 그려서 자신에게 적합한 공부법을 찾으라 말한다.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분면으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편향된 믿음을 가지고 잘못된 방법으로 얼마나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시간관리와 마인드셋, 목적을 이루기 위한 최단 루트를 간결하게 제시하는 내용들로 구성되있으며 할 때는 하고 쉴 때는 쉬기, 아웃풋을 중시하기, 사용하는 단어를 바꾸기 등의 머리가 좋아지는 습관부터 공부의 성취에서 단순히 끝내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계속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까지 공부의 계속성으로 마무리를 한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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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행위 - 부서지는 인간, 활자 너머의 어둠 오에 컬렉션 2
오에 겐자부로 지음, 남휘정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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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몇 번이나 오에 겐자부로의 책을 집어들었고, 몇 번이나 완독을 포기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에 겐자부로 타계 1주년. 읽는 것이 어려운 나한테는 매력적인 제목이었다. 오에 겐자부로는 어떻게 읽었고, 그 안에서 어떤 철학을 했을까.

오에 겐자부로는 유년 시절부터 "실제의 삶"과 "환상" 속에서, 그는 깊은 내면 안에 숲 속의 골짜기를 만들고 입을 닫아버린다. 그리고 인간 본성의 복잡성과 인간 상태의 취약성을 파고드는 오에 겐자부로는 이 책에서 정체성, 기억, 트라우마가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매혹적인 이야기를 엮는다. 오에 겐자부로가 자신의 과거와 그의 삶을 형성한 충격적인(?) 사건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정을 따라가는데 오에 겐자부로가 일련의 만남과 경험을 통해 길을 찾으면서, 그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 직면한다.

《읽는 행위》의 가장 인상적인 측면 중 하나는 언어와 상징을 능숙하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의 산문은 우아하면서도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그의 내적인 혼란과 그를 둘러싼 세계의 생생한 그림을 그린다. 그가 표현한 "숲 속의 골짜기" 이미지는 저절로 그려지는데 잊혀지지 않는다. 문장 하나하나가 시적이라서 그의 고뇌와는 별개로 읽는 내내 문장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오에 겐자부로는 자기 발견의 여정을 통해 자신의 삶과 과거의 경험을 "읽는 행위"에 녹여낸다. 또한 현실을 형성한는 방식에 대해 생각을 깊이 파고든다. 얼마나 많은 독서 경험을 쌓았는지, 얼마나 집요하게 읽는 행위에 대해 고뇌했는지 책에 담겨있다. 나와는 깊이가 다르다 못해 탈인간인가, 싶을 정도로 경외로운 문장들이었다. '읽기'를 매개로 현실과 상상력의 관계에 대해 미처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독서를 하고 있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숲속 골짜기에서 떠난 그 순간부터 후퇴 불가능한 상태로 나는 완전히 나의 진짜 말의 토양으로부터 뿌리째 뽑혀 버리고 말았다. 나는 활자 너머의 어둠에서 상상력의 활성화 작용을 공급받아 생생하게 혈액이 순환하는 진짜 말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뿌리 없는 풀의 불안에 맞서 살아왔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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