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만이 무기다 - 읽기에서 시작하는 어른들의 공부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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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만이 무기다

제목이 일단 눈길을 끌었다. 동시에 제목에 대한 반감도 들었다. 지성만이 무기라고?? 별로 지성적이지 못한 나 같은 사람들은 어쩌란 말이냐…뭐 이런 생각에서 오는 반감 말이다. 제목에 대한 호감과 반감이 얽힌 어정쩡한 상태에서 읽기 시작한 책.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 하루 몸부림치며 버텨가고 있는 나, 또는 우리에게 유일한 무기는 정녕 지성뿐인가? 아니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지성이 무기가 될 수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분명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지성적이지 못한 사람보다는 지성을 갖춘 사람이 훨씬 유리하다는 걸 우리는 본능적으로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 지성적인 사람이 이 세상을 좀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확 꽂혔던 건 이미 지성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고 있는 못난 나 자신에 대한 원망과 안타까움이었던 것.

작가는 지성을 쌓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이미 예상하고 있겠지만) 독서임을 강조하고 독서를 제대로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중에 나와있는 흔하디 흔한 자기개발류의 독서법에 대한 책이라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그런 책으로 치부하기에는 작가의 고민과 생각의 깊이가 다르게 다가왔다. 특히 기술적으로 책을 읽어오던 요즈음, 이 책의 2장 정독에 대한 챕터를 읽으며 오랜만에 독서에 대해 좀 더 진지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독서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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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음악 이야기 1 - Cool한 여성을 위한
유현철 지음 / 음악의향기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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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음악이야기


음악은 문화의 상징이고 교회 문화의 시작이 음악입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교회에서 모든 문화가 태동되고 보급되었으며 교류가 이루어지는 가정 다음의 사회 조직이었습니다. 오늘날 기독교가 전 세계인의 종교로 발전한 배경에 음악이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우리의 생활이자 문화이며 욕구의 일부인 음악이 교회에서 대중의 속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된 것은 르네상스 시대 이후의 많은 음악가들의 활동의 결과였으며 그 중에서 요한 세바스찬 바흐와 헨델로부터 핵분열이 시작되었습니다.
바흐와 헨델은 음악적인 측면에서부터 사생활의 부분에까지 심지어는 외모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면이 많이 있습니다. 사진을 보면 금방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바흐는 1685년 3월 21일 생이며 헨델도 같은 해 2월 23일생이므로 불과 한 달 사이에 태어난 동갑내기이며 둘 다 독일 생입니다. 바흐는 독일의 아이제나흐에서 출생하였고 헨델은 독일의 할레에서 태어났습니다. 바흐가 1750년 7월에 사망하여 65살을 살았고 헨델은 이보다 9살을 더 살아 74살까지 살았습니다.
크게 다른 것은 바흐는 평생 독일에서만 살았지만 헨델은 이탈리아의 피렌체, 베네치아, 나폴리, 로마 등을 다니면서 귀족들과 유명한 작곡가들과 교류하며 많은 오라토리오와 칸타타를 작곡하였고 1712년 영국의 런던을 방문한 이후 런던의 매력에 빠져 결국에는 1726년 영국인으로 귀화하고 죽어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치됩니다.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바흐와 헨델의 음악을 좋아하고 한 두 곡쯤은 음반을 소장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선인 G선(솔)의 선율로만 연주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 'G선상의 아리아'가 바로 바흐가 작곡한 음악으로 팝이나 재즈 등으로 다양하게 편곡된 곡으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이 곡은 바흐가 1722년 경에 작곡한 작품으로 관현악 모음곡 중 제2곡 Air(아리아)이며 노래하며 춤추는 일종의 무곡으로 멜로디가 아름다워 대중 음악에서 즐겨 인용되고 있습니다.
헨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단연코 '메시아'입니다. 1741년 자선 단체를 위하여 작곡한 오라토리오가 Messiah메시아입니다. 헨델이 유명하게 된 것은 오페라지만 헨델은 오라토리오를 좋아하였는데 오페라 제작이 실패하자 제작비가 적게 드는 오라토리오에 집착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흐와 헨델의 공통점은 둘 다 오르간 연주자였으며 오르간을 시작으로 음악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바흐는 50명 이상의 음악가를 배출시킨 명문 음악가문에서 8째 아들로 태어나 일찍부터 음악의 길에 들어섭니다. 본인 스스로 교회의 오르가니스트가 꿈이었으며 오르간은 10살 때 아버지와 어머니를 연속해서 여의고 당숙인 오르간 연주자인 요한 크리스토프의 집에 살면서 배우게 됩니다. 그 후 사정으로 독일의 뤼테부르크로 가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교회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면서 기독교 음악을 익히게 됩니다. 졸업 후 17살 때인 1702년 바이마르 궁정악단의 바이올린 주자로 연주 경험을 쌓다가 아른슈타트 교회의 오르간 주자로 채용되어 첫 번째 희망을 이루고 안정된 직장과 좋은 오르간으로 실력을 쌓으며 오르간 연주법과 작곡을 공부하게 됩니다.
헨델은 비교적 부유한 외과의사인 아버지와 목사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바흐와는 달리 음악적으로 가문의 배경은 없지만 소년 시절부터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났습니다. 불과 7세의 나이로 바이센펠스 공작은 그의 아버지에게 음악가가 되는 것을 권유하지만 아버지는 헨델이 법률가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성모마리아 성당의 오르가니스트인 차하우Zachau에게 보내 음악 공부를 시키고 헨델은 오르간과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의 뛰어난 연주자가 되며 바이올린과 오보에 등 많은 악기를 배우고 화성학과 대위법을 배우게 됩니다. 바흐가 1702 바이마르 궁정악단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할 무렵 헨델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할레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지만 결국 다음 해 오페라 작곡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당시 오페라 중심지인 함부르크로 가게 됩니다.
바흐와 헨델은 사실 그다지 기독교적인 신앙심이 깊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교회의 음악을 맡으며 많은 칸타타와 오라토리오 실내악 등을 작곡합니다. 바흐는 처음에는 궁정의 악단을 주로 맡아서 활동하다가 1723년부터는 라이프치히의 성토마스 교회의 악단을 맡아 죽을 때까지 27년간 교회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게 됩니다. 이 교회에서는 바흐가 작곡한 칸타타가 일요일마다 연주되었으며 금요일에는 수난곡이 불려졌습니다. 이때 '마태오수난곡'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등 140곡 이상의 교회 칸타타를 작곡합니다.
헨델은 합창곡을 선호하여 많은 합창과 기악을 조합하는 곡을 주로 작곡하였습니다. 특히 헨델의 합창기법은 후에 하이든과 베토벤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오늘날 교회에서 불려지는 많은 성가들이 헨델의 곡이거나 헨델로부터 영향을 받은 곡들입니다. 교회 음악으로는 로마에서 작곡한 150곡의 칸타타가 있으며 40곡 이상의 가곡이 있습니다. 헨델은 루터파 개신교인이었지만 바흐처럼 교회에서 음악을 하지 않았으며 영국에서 주로 활동할 무렵에는 주로 궁정의 악단을 맡아 런던에서 활동할 때입니다.
바흐는 말년에 시력이 급속히 쇠약해지고 뇌졸증을 일으켜 '푸가의 기법'은 미완성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완전히 실명을 하고 1750년 7월 28일 별세하여 성요한 교회의 묘지에 묻힙니다. 바흐는 바로크 음악의 대표자이며 오늘날 음악대학에서도 가르치고 있는 대위법을 완성한 '대위법의 아버지'이며 고전음악의 대명사입니다.
헨델은 영국에서 활동하며 영국 최고의 작곡가로 인정받았으며 1751년 백내장과 녹내장으로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바흐처럼 거의 실명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1759년 코벤트 가든의 정기연주회에 참석하여 그의 작품인 '메시아' 연주 도중 졸도하여 집으로 옮겨져 4월 14일 운명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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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시작하라 그들처럼: 시작할 때 알아두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들 - 시작할 때 알아두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들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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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르트는 공히 천재였다. 하지만 모짜르트가 스물여덟 살이 되었을 때 손이 기형이 돼버렸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동안 너무 오랜 시간 연습하고, 연주하고, 늘 펜을 쥐고 작곡하느라 기형이 된 것이다. 바로 모짜르트의 인기 있는 초상에서 빠져 있는 부분이다.
"사람들은 내가 쉽게 작곡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사실 나만큼 작곡에 많은 시간과 생각을 바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유명한 작곡가의 음악을 수십 번에 걸쳐 하나하나 연구했다는 것을 누가 알까?"
소설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의 저자로 잘 알려진 김훈 씨는 2007년 미국 LA문학강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 2학년 때 난중일기를 읽고 언젠가 이순신의 절망과 고독을 쓰고 싶었어요. 35년 만에 문득, 갑자기 연필이 잡혔고 두 달 만에 썼죠. 그사이 이가 8개나 빠져 나갔습니다. 입 안에서 오물거리면 툭 뱉어버리고 글을 썼어요."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 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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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커피하우스
정다겸 지음, 송재정 극본 / 양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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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하우스

 

강승연 : 서울특별시 구로구 고척2동 38번지 '궁전커피' 아마추어 바리스타. 9급공무원 시험 준비중.


이진수 : 소설가. 출간하는 족족 100만 부를 넘긴 초 초 초대박 인기작가. 웬만한 연예인 뺨치는 훈훈한 외모. 대중들 앞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신비주의.

 

 

 

 

 

"제 와이프가 지금 입덧이 너무 심해서 아무것도 못 먹는데, 신혼여행 때 먹었던 이 집 치킨이 먹고 싶다고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거든요. 저녁 비행기 타고 다시 올라가야 해서...... 지금 꼭 먹어야 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깨가 쏟아지는 신혼부부인 양 진수가 승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승연은 순간 헉, 하고 긴장되어 몸이 굳었으나, 치킨집 주인이 '정말요?'라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기 때문에 진수의 장단에 같이 춤을 출 수밖에 없었다.
"우욱~."
승연은 어느새 입덧을 시작했다.
"아이구...... 세상에. 이를 어째."
주인이 안타깝다는 듯 쳐다보더니 밝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 좀 있어 봐요. 이렇게 특별한 손님을 어떻게 그냥 보내나. 내가 오토바이 타고 얼른 읍내 가서 닭 구해올 테니까 기다려요."
주인이 휭- 하게 나갔다. 진수는 승연의 어깨에서 손을 내리더니 여유롭게 의자에 앉아 TV를 켜고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승연도 따라서 마주앉았다.
"와아...... 아니 어쩌면 세상에...... 그렇게...... 소설을 잘 쓰세요?"
"소설가니까."
"아 참...... 소설가시지."
"자기도 소질 있어 보이던데."
"네?"
"우욱~ 도 할 줄 알고."

 

 

 

 

 

 

"제가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안 보구...... 자꾸만...... 자꾸만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서 그렇다구요!!! 그런데 선생님한테는 대표님이 계시고...... 그래서 표낼 수도 없고...... 일하면서 상사한테 이런 마음 품는 거, 그거 아마추어잖아요!! 프로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는, 자꾸 계속 좋아지는데 어떡해요!! 그래서 미국까지 따라가서 같이 있으면 그냥 막 뻥 터져버릴 거 같은데 어떡하라구요!!!"
"......뭐어?"
진수는 이미 빵 터져버린 듯 엉엉 울고 있는 승연을 기막힌 듯 바라봤다. 눈물 때문에 가뜩이나 검고 커다란 승연의 눈동자가 더욱 크게 보였다. 저 커다란 눈으로 '프로가 되고 싶어요!!!'라고 외치던 그때가 갑자기 오래전 일처럼 느껴졌다.
"좋아. 세번째 이유는 차분하게 살펴보자. 우서, 서 대표하고 난 아무 사이가 아니야."
"......예?"
끄윽끄윽 울던 승연이 조금 정신을 차렸다.
"임자 있는 남자 좋아하는 불륜코드는 패스."
"정말요?"
"이 와중에 재확인까지 하고 싶어? 하긴, 중요한 거니까 재확인 인정. 서 대표하고 난 아무 사이가 아니야."
"아......"
"다음, 일이냐 사랑이냐 양자택일의 문제인데, 난 일하면서 사랑까지 하는 게 아마추어라고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고도의 프로만이 그 두 가지를 할 수 있다고 봐."
"아~~~~."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문제는 짝사랑인데, 그건 자기 노력여하에 달린 거 아닌가? 내가 자기한테 반하도록 최선을 다하는게 해결 방법인 거 같은데. 물론 그러려면 당연히 비서직을 계속하는 게 유리할 거고."
"아~~~~~~~."
승연은 어느새 눈물을 멈추고 입을 쩍 벌린 채 진수의 달변에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있었다.
그러다 승연의 뇌리 속에 순간, 무언가 번쩍~ 하고 지나갔다. 설마...... 설마......
"선생님......"
"응?"
"지금...... 저한테......선생님 꼬셔보라고 시키시는 거예요?"
"어?"
"설마......설마, 선생님......"
승연은 두 번의 실수는 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계속 갸웃했다. 진수의 작업실로 찾아가 처음 이 질문을 했을 때는 지금이랑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어어어엄청 아마추어였고, 또 술까지 취했었다. 그래서 그 망신을 당한 거였지만...... 하지만 지금은 다르잖아! 이제 난 이진수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웬만큼 알고, 또 알코올이라고는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제정신이라고!!
승연은 침을 꼴깍 삼키고 물었다.
"혹시...... 저...... 좋아하시는 거예요?"
진수는 승연의 빛나는 까만 눈동자를 쳐다봤다. 앞으로 이 눈동자를 바라보고는 거짓말을 잘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닌데."
물론 장난이야 칠 수 있겠지만.
"혹시가 아니라, 확실히, 좋아하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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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아는 비밀
소피 킨셀라 지음, 장원희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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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아는 비밀

 

 

 

 

 

"엠마, 왜 그런 남자를 만나?"
"네?" 난 여전히 웃다가 고개를 든다. 그제야 난 잭 하퍼가 웃음을 멈춘 상태임을 깨닫는다. 잭이 날 바라본다. 읽을 수 없는 표정을 띠고 있다.
"왜 그 남자를 만나냐고." 잭이 되풀이한다.
웃음이 잦아든다. 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다.
"무슨 말씀이세요?" 난 시간을 벌 요량으로 말한다.
"코너 마틴. 그 남자는 엠마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어. 당신의 모든 걸 채워줄 수 없다고."
난 잭을 쳐다본다. 뭔가 뜨끔한 기분.
"누가 그러는데요?"
"나도 코너란 남자에 대해 전혀 모르는 건 아니라고 봐. 그 사람과 같이 회의에도 참석해 봤고 그 사람 머릿속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대강 봤어. 좋은 남자인 건 맞아. 하지만 당신한텐 단순히 좋은 남자로는 모자란다고." 잭은 날 오랫동안 바라본다. "내 짐작이긴 하지만, 당신도 코너와 같이 사는 게 딱히 내키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거절하기는 또 뭐해서 그냥 묻혀서 따라가는 것뿐이지."
기분이 갑자기 나빠진다. 불쾌하다. 자기가 뭔데 날 분석하고 그래? 그것도 왜 그렇게...... 그렇게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건데? 무슨 소리야, 당연히 난 코너랑 같이 살고 싶다고.
"오해를 하셨나 보군요." 난 차갑게 말한다. "저는 코너와 함께 살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심지어...... 심지어 조금 전만 해도 책상에 앉아서 빨리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 걸요."
어때, 당신이 졌지?
잭은 고개를 젓는다.
"당신한텐 불꽃이 팍팍 튀는 남자가 필요해. 당신을 흥분시켜 줄 사람."
"말씀드렸잖아요. 비행기 안에서 한 말들은 진심이 아니었다니까요. 코너는 절 흥분시켜요!" 난 반항적인 표정을 짓는다. "어제...... 저희 못 보셨어요? 상당히 열정적인 사이로 보이지 않던가요?"
"아, 그거." 잭은 어깻짓을 한다. "난 꺼져 가는 열기를 어떻게든 되살려 보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했는데."
난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잭을 쳐다본다.
"그런 것 아니었어요!" 난 물어뜯듯 말한다. "그저...... 순간적인 열정에 휩싸여 저지른 일이었을 뿐이에요."
"아, 그래?" 잭이 온화하게 말한다. "내 착각이로군."
"그나저나 회장님이 무슨 상관이세요?" 난 팔짱을 낀다. "제 행복이 회장님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요?"
부담스런 침묵이 흐른다. 어느새 내 호흡이 가빠져 있음을 깨닫는다. 잭의 검은 눈과 시선이 부딪치는 순간 난 얼른 고개를 돌린다.
"내 자신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해 봤지." 잭은 그렇게 말하고 어깻짓을 한다. "아마 우리가 함께 비행기 안에서 특이한 경험을 했기 때문일까. 어쩌면 우리 회사에서 내게 잘 보이려고 억지로 되지도 않은 유치한 연기를 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 당신이기 때문일까."

 

 

 


"엠마, 코너와의 일은 들었어. 안됐지 뭐야."
"네?" 난 놀라 고개를 번쩍 든다. 낸시라는 여자가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지 뭐야! 왜 하필 두 사람이 헤어진 건지 난 정말 상상도 못 하겠네. 하지만 뭐, 남녀 사이의 일은 당사자들 빼고는 모르는 법이니까......"
난 멍하니 낸시를 바라본다.
"저기...... 어떻게 아셨어요?"
"어머, 모르는 사람 없어!" 낸시가 말한다. "금요일 저녁에 환송회 겸 해서 술자리가 있었잖아? 코너가 거기에 왔다가 완전히 곤드레만드레 취해 버렸지. 그래서 모두를 붙잡고 말을 하던걸, 아예 일장 연설을 늘어놓더라고."
기절하시겠네. 우리가 헤어졌다고 코너가 연설을 늘어놓으셨다고? 입 다물고 있기로 해 놓고서 회사 전체를 자기 편으로 만들어?

 

 

 

 


이럴 수는 없어. 여긴......
농담이 아니다. 창문 밖을 내다보며 난 입을 떡 벌린다. 여긴 우리 집 앞 좁은 골목길 아니야?
버스는 바로 우리 집 앞에 멈춰 섰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다가 하마터면 발목을 삘 뻔한다. 난 얼떨떨한 표정으로 버스 기사를 바라본다.
"엘러우드 가 41번지 내리세요. 기사가 배우처럼 멋을 부려 말한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말도 안 돼.
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버스 안을 살펴본다. 술에 취한 십대 두 명이 날 빤히 쳐다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난 기사를 바라본다. "혹시 그 사람이 돈을 주던가요?"
"500파운드 받았습니다." 기사가 윙크를 하며 말한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가씨, 나라면 그 남자 절대 안 놓칠 거유."
500파운드라고. 크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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