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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 함께 우는 존재 여섯 빛깔 무당 이야기
홍칼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어릴 적 내가 재미있게 읽던 신화 중 하나가 바리데기 신화였다. 아버지에게 버려진 후 그 아버지를 다시 구하기 위해 신선세계로 가는 바리데기. 결국 아버지를 살리고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를 연결해 주는 존재가 되는 신화적 이야기. 그런 바리데기가 어릴 때는 그저 멋지게만 보였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와서 바리데기의 역할을 하는 건 종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내 머릿속에는 무당이 떠올랐다.
하니서평단을 하며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무당들을 인터뷰하는 책이 출간된다고 해서 바로 신청했다. 나는 무당이라는 직업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영화 속 잠깐 소비되는 이미지가 내게 있어서 무당의 이미지였다. 심지어 신점, 타로, 사주 등을 보러 간 적도 없다. 읽기 전에 사실 긴장을 좀 했었다. 너무 어려운 이야기가 나와서 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지만 그런 걱정은 괜한 것이었다!
이 책은 무당 홍칼리가 다른 무당들을 인터뷰한 인터뷰집이다. 책에는 다양한 무당이 나오고 그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다양한 방식이 나온다. 이 책은 다른 인터뷰집과 다르게 저자가 인터뷰를 하며 느꼈던 생각도 중간중간 쓰여있다. 같은 무당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공감이 많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 또한 책에 나오는 낯선 전문용어를 모두 이해할 순 없었지만 무당을 하며 느끼는 그들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졌다. 그중 특히 좋았던 것은 무당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받고 이해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비운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게 '기도'의 본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를 직업으로 갖지 않더라도 나도 누군가를 위해서 그렇게 빌어보았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나를 비워야 한다는 말이 너무 멋져 보였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매체에서 아주 짧게 설명된 신병('신내림을 받지 않아 생긴 병이다'라고만 항상 언급했다.)에 관해서도 풀어서 해석해 주어서 좋았다. 몸과 마음이 다른 존재의 소리를 잘 들어서 그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어서 신병이 온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우리가 매체를 통해 잘못 알고 있던 무당에 관해 '직업인'으로 풀이해 주어 좋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영험하게만 느꼈던 무당의 굿판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응어리를 풀어주는 즐거운 춤판으로 바뀌어서 나는 이 책을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굿의 본질은 ‘한풀이‘다. 한이 풀려야 흥도 실린다. 굿판은 차별받고 밀려난 존재들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행하는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키고 땅을 움직이는 기적이 된다. 하늘은 타자의 마음이고, 땅은 우리가 지탱하는 사회의 부조리한 질서다.
정도는 각자 다르겠지만 나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일정 부분 연결되어 있고, 차별과 인정의 문제든 자본과 분배의 문제든 기후와 생태의 문제든 나는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감각을 놓지 않으면서 내 삶과 내가 돌봐야 할 존재를 계속 책임지려고 노력하는 일, 온전히 책임질 수 없어도 노력을 멈추지 않으려는 마음이 연대가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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