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앤이 정말 좋다. 왜냐? 씩씩하니까, 꿈이 많으니까, 상상력이 풍부하니까...앤은 못 생겼지만 정이 가고, 어디서나 빛이 난다. 실수 많고, 말 많은 앤. 그 뛰어난 상상력으로 현실을 밝게 개척해 나가는 앤. 빨강머리앤을 읽고 있으면 그의 행동이 머리에 그려지고 바로 옆에서 앤이 뛰놀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은 환경에 좌우된다고 하지만 앤은 환경보다 가지고 있는 낙천적인 성격이 환경을 바꾸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에 나갈수 있게 한 것 같다. 나는 앤을 보면서 나의 환경을 탓할 수 없게 되었다. 적어도 앤보다는 나으니까...앤은 나의 감수성을 일깨워주는 나의 사람이다.
곰 사냥이라는 말이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일행들의 여행. 책을 보면서 섬세한 그림과 수채화에 푹 빠져듭니다. 폭풍우가 불 때는 아기가 추워 감기 들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따라잡을 듯 못 따라잡는 곰과 허탈하게 돌아서는 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책으로나마 꿈에 젖어듭니다. 언젠가는 떠나리라...아직 아이가 열심히 보진 않지만 열심히 만진 덕에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영어 테이프의 노래가 리드미컬하고 정말 좋더군요.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그 날을 꿈꾸며...
외면하고 싶은 현실. 그것이 봉순이 언니였습니다. 내게는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일, 내 주위에는 없었으면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조금은 무시해도 아무렇지도 않는 동물과 별 다를바없다고 여겨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봉순이언니는 나와 전혀 다를바없는 평범한 한 여자입니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않아도 곁에 있을 법한 사람입니다. 그 언니의 어떤 부분은 내게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하고 싶은 현실. 그것이 봉순이 언니였습니다. 누군가 책임져 주지 않는다면 인생을 접는 것이 오히려 나은 사람이지만 하지만 자신은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잡초같은 사람. 없었으면 하지만 분명히 있는 그 언니에 대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외면해도 괜찮을까요? 언젠가 어디선가 막닫뜨려질지도 모르는 그 언니를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인생을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이 들어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많이 살아야 100년인 우리 인생, 어떻게 살아야 참다운 삶을 살았다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 보는 질문입니다. 사람이 사는 것은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얻느냐에 그 인생의 승패가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나중에 뒤를 돌아봤을 때 자기 곁에 아무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일일까요? 돌이 지난 어린 아이를 키우면서 다른 엄마들의 육아에 신경쓰면서 다른 집에 있는 그 많은 책들과 자료들을 부러움으로 바라보고, 재테크를 잘 해서 얼마를 벌었다느니 하는 얘기들에 기죽어하며, 남과 비교하며 나의 부족함을 헤아리다가 이 책을 접했을 때 정말 인생을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책임감을 느끼고, 주어진 환경을 탓하기 보다 그 속에서 서로 서로 기대며 채워주며 사는 인생... 꼭 가족이 아니어도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고, 그것을 도울 힘과 환경이 자신에게 주어져서 그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그렇게 기대며 사는 인생... 마지막에 창고안에서 작은 빛줄기는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한 암시겠지요. 내게도 그렇게 도와야할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돕는 척하다가 그만두었지요. 제 책임이 아니라고 변명하면서요...다시 제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를 위해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