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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버리고 살고 싶은 집 짓기 - 한 권으로 끝내는 집 짓기 기본 레슨
니시야마 데츠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지난해 가을, 아파트 공사의 허실을 눈으로 확인한 일이 있었다. 작은 방 벽장에서 퀘퀘한 냄새와 곰팡이가 번져 공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벽지를 벗겨내고 시멘트 접착제에 겨우 붙어있는 벽돌을 하나둘 떼어내다보니 생각하지도 못한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텅빈 공간에 폐기물로 버려져야 할 스티로풀 조각과 나무토막, 녹이 슨 못, 비닐, 잘 뭉쳐지지 않은 시멘트 덩어리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 사이로 윗집과 우리집으로 이어지는 하수관이 튼튼하게 이어지지 않아 물이 새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아파트 건설과정의 모습을 내가 직접 살고 있고, 10여 년 살아온 집에서 발견한 것이다.
아파트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 집보다는 시장 상품성이 가장 먼저 손꼽히는 매물이다. 좁은 땅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효율적인 주택구조이다. 이만한 상품성이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품질을 보장한다면 최고의 주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명한 건설회사가 지은 아파트라도, 외관이 화련한 주택이라도 사람들이 건강하게 잠자고 먹고 머물수 있는 집은 그리 많지 않다. 오로지 편의성과 시장상품성에 관심이 모였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하던중 이 책을 발견했다. 제목부터 가슴에 와 닿았다. 그냥 자기 집을 짓는다거나 전원주택을 꿈꾼다는 식의 제목이었다면 그리 솔깃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파트라는 공장식 주택의 폐해를 잘 아는 사람에게 그것을 버리고 정말 살고 싶은 집을 갖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구원자와도 같다.
이 책은 일본 사람이 썼다. 그러다보니 일본식 주택 구조를 반영하고 있고 외관도 일본식 냄새가 난다. 하지만 그만큼 반듯하고 정갈한 분위기의 주택을 보여준다. 이 책에 나오는 주택관련 내용은 상당히 전문적이다. 통풍과 환기, 채광, 사람들의 삶의 질까지 고려한 과학적인 구조를 권한다. 네모 반듯한 아파트의 정형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보면서 이제는 누가 지어주는 집이 아닌 내가 설계하고 직접 짓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은 필요하겠지만. 이 책이 그 전문가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관의 화려함으로 치장한 보기좋은 집이 아닌, 화석에너지와 전기에너지를 덜 쓰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주택, 바람과 햇빛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건강하게 머물 수 있는 집, 이 책을 통해서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아마 한 번 보고 책장에 꽂혀있는 다른 책과 달리 수시로 내 손에 이끌려 이곳저곳에서 나에게 도움을 줄 것 같다. 나이를 더 먹기 전에 그런 집을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