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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젊은 것들 - 발칙한 반란을 꿈꾸는
단편선.전아름.박연 지음 / 자리(내일을 여는 책)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이 아무리 엉망진창이라도 미래에 희망을 걸 근거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오늘이 그다지 힘들고 답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희망의 근거는 젊은 세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혹 이 말은 들은 젊은 세대가 왜 미래를 우리가 몽땅 책임져야 하느냐고, 당신 세대는 뭐 했느냐며 반박해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미래를 떠넘길 수밖에 없는 것이 기성세대의 비애다.
어쨌거나 '요새 젊은 것들'의 삶의 양태에 대해서 궁금하던 차에,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발칙한 반란을 꿈꾸는 요새 젊은 것들>은 제목부터 도전적이다. "요새 젊은 것들이 어때서?" 하는 투다. 20대의 저자들이 같은 20대에 속한 '앞가림 좀 하는' 9명을 인터뷰한 것이 책의 내용인데, 저자들이나 인터뷰 대상자들의 공통점은 그들 모두 비주류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대 주류들의 세계관과 삶의 양태를 깔보는 발칙한 것들이 또 다른 발칙한 것들을 취재하여 동시대인들에게 이런 삶도 있다고, 당신도 발칙한 반란을 꿈꿔보지 않겠느냐고 꼬드기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책은 우선 유쾌하고 재미있다. 저자들이나 인터뷰 대상자들이 모두 재미있는 삶을 최고로 여기고 재미없는 일은 죽기보다 싫어하는 자들이어서 그런지 글도 유쾌하고 생기발랄하다. 여기서 20대의 공통점을 하나 찾아냈는데, 그들의 최고 화두는 재미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재미는 단지 말초적인 쾌락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재미란 쾌락을 포함해서 어떤 삶의 충일감을 가리키는 낱말일 터이다. 그들은 자신의 욕망에 대해서 정직하다. 기성세대는 자신의 속 깊은 욕망은 슬그머니 감춘 채 그럴 듯한 대의로 겉을 치장하는 데 반해, 20대 또는 젊은 세대는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주저하지 않고 그것을 추구한다. 그것이 때로는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삶은 이기적인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가운데 동시대인들의 욕망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동시대인들과 함께 그 시대적인 욕망을 추구하려 한다. 그들의 반란은 너무도 건전하다.
책은 재미있고 유쾌하되 결코 가볍지 않다. 재미와 의미라는 두 토끼를 한꺼번에 잘 잡은 셈이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여러 가지 고민과 문제점을 조금 난해한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젊은이들의 유쾌한 반란이 단순히 재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치열한 노력으로 뒷받침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20대는 정작 자신의 세대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저자들의 고백이다. 20대가 20대를 모른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복잡해졌다는 뜻도 되고, 동일한 세대 내에서도 이해와 소통이 불가능할 만큼 사람들의 삶이 파편화되어 있다는 뜻도 될 것이다. 20대가 20대를 모르니 다른 세대가 20대를 모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20대를 이해했다고 생각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20대를 대표하지 않는 것은 물론, 비주류적인 삶의 극히 적은 부분만 보여주고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젊은 세대가 어떤 문화적 대기 속에서 호흡하고 있는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기성세대가 '요새 젊은 것들' 운운하면 질색하던 내가 어느덧 나도 모르게 '요새 대학생 놈들...' 이라는 말을 입 밖에 내게 되었으니 나도 '꼰대'가 다 된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을 보고 '요즘 젊은 것들'에게 조금은 희망을 걸게 되었다. 나도 20대라면 이 책에 나오는 아무개의 삶이 로망이 되었으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