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교는 구라다>라는 제목이 처음엔 탐탁지 않았다. 이런 식의 제목을 뽑는 의도가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선정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책 몇 권 더 팔아보려는 수작이거나, 아니면 신통치 않은 글쟁이가 책 몇 권 읽고 도통한 듯이 시답지 않은 구라를 풀어대는 흔해빠진 종교 무용론이거니 했다. 그래도 이 땅의 기존 종교들의 행태에 신물이 나던 터여서 한편으로 뭔 내용인가 궁금한 마음이 들어 읽어보기로 했다.
  끝까지 읽고난 뒤의 느낌은 처음 예상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저자 나름대로 자신의 체험과 만만치 않은 독서량을 바탕으로 왜 모든 종교가 구라인지, 왜 구라일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왜 구라임에도 종교를 폐기해버릴 수 없는지를 차근차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여기서 이 책을 읽기 전에 유념해야 할 것은 이 책에서 사용하는 '구라'라는 말이 꼭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구라라는 말에 걸려서 제목에서부터 비위가 상하는 신심이 강한(또는 신심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조금 인내심을 갖고 읽노라면 왜 저자가 구라라는 말을 사용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이 책은 평가가 크게 엇갈릴 것 같다. 기존 종교들의 구라판에 진저리가 나서 새로운 종교의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이들은 깊이 공감하겠지만, 근본주의자들은 이 책을 사탄의 교설이라고 저주를 퍼부을 것 같다. 미디어법을 통과시켜서 사탄의 혀를 잘라버려야 한다고 했다던 어느 대형 교회 유명 목사의 잔인한 언사가 이 순간 문득 떠오른다.
  이 책의 결론은 종교 무용론이 아니라 새로운 종교를 모색하자는 간절한 제안이다. 새로운 종교가 이 책에서 제시하듯 우주적인 종교가 될지, 치유의 종교가 될지, 아니면 '존재의 깊이, 거룩의 높이를 지시해주는 매개체'의 종교가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종교가 지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진리의 길이 아닌 노예의 길로 인도하는 종교의 모든 구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리고 저자의 구라발마저 깡그리 잊고 오직 진리를 향해 쉬임 없이 나아가는 것, 이 이 책을 읽고 공감하는 이들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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